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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시선

아픈엄마와 이들 EP03

아이의 다섯살 인생에서 엄마인 나와 함께 지낸시간은 2년3개월.

인생의 반도 되지 않는다.


나는 뇌졸중 환자이면서 편마비가 있는 뇌병변장애인이다.


퇴원 후 복직해서는 아이가 눈뜨자마자 출근하고 잠들기 직전에야 퇴근해서 왔으니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가 뭔지 몰랐을 것이다.



어른들도 편마비가 무엇인지 잘모른다.  '마비'라는 단어의 쓰임 때문인지 피가 안통해서 다리가 저려 못 움직이는 것처럼 일시적인 현상인줄 아는 사람도 많다.


사전적 정의로 마비란 <신경이나 근육이 형태의 변화 없이 기능을 잃어버리는 일> 을 뜻하는데 뇌손상으로 움직임의 명령이 만들어지지 못하거나 그 명령을 수행하지 못하거나 신경전달이 안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한팔과 주먹쥔 손을 몸에 묶고, 다리를 하나로 묶으면 비슷한 경험이 가능할 것이다.


퇴사하고 아이와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누구보다 나의 행동, 나의 특이사항(?)들을 많이 봐온 다섯 살 아이는 조금씩 아는게 많아지면서 엄마의 이상함을 이해해보려고 하고 있다.


나는 항상 운동을 하고 있다. 재활 때문이기도 하지만 감각 기능에도 문제가 생겨 내 나름대로의 근육 느낌이 나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다. 일상이 재활이고 운동인데 자기전에 나와 눈을 마주친 아이가 갑자기 묻는다.


 "엄마는 왜 맨날 운동해?"

 "응~OO랑 손잡고 같이 뛰려고~"


각자 엄마와 같이 뛰는 친구들을 부러워했던 아이라 나의 대답이 썩 만족스러웠나보다.

아이는 씩 웃더니


 "수영도~!" 라며 은근히 신나했다.

"그래,수영도 열심히 연습할게"


아픈엄마와 아들의 희망찬 대화가 지나고

이번엔 아이가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묻는다


"엄마.. 엄마는 가시복을 만났어?"


머릿속에서 가시복에 대한 지식을 꺼내려다가 말고

아이에게 물었다

"엄마가?가시복을 왜?"



"엄마 가시복 만나서 마비됐어..?"



아..! 한창 바다생물에 관심이 많은 다섯 살..

복어의 독을 맞으면 마비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얼마전에 엄마는 왜 못움직이냐고해서 마비가 된것이라고 설명해준적 있었다!


아이의 생각은

'엄마는 마비가 되었다..마비..복어..가시복..'

= 엄마와 가시복! 이 된 것이다 ㅎㅎㅎ


태어나서 엄마를 처음만난 세살 때에는 자신과 살짝만 부딪혀도 넘어지는 나를 이상하게 보기도, 무시하기도,원망하기도 하더니


여섯 살을 앞둔 지금은 아는게 많아지고 여러 정보를 통합할 수 있게 되면서 엄마의 다름을 나름대로 탐구, 분석하려고 한다.




그렇게 아이는 점점 엄마를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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