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명랑스트로커 굿스타
Jan 05. 2023
출산하고 6개월즈음 지났을때
뇌출혈로 편마비 환자가 되었다.
2년간의 병원생활 및 재활치료를 거쳐
아이가 세살이 되던해
뇌병변장애인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퇴원전부터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하기 위해, 아이를 안아주기위해 쪼그려앉기를 무수히 연습했다.
내 재활의 목적은 온통 아이였으니까.
퇴원을하고 첫 겨울, 눈이펑펑내린날
우리는 눈싸움을 하러 외출했다.
밖에서 놀던 아이는 기분이 좋아서
눈길을 껑충껑충 뛰어다녔고
나는 눈길에 서있는게 힘들어 쪼그려 앉아있었다.
온세상이 하얗게 되니 기분이 한껏 좋아진 아이는
나를향해 달려왔고, 그순간만은 상상했던,
달려오는 아이를 안아주리라 각오했던 나는
아이가 살짝 닿자마자 뒤로 벌러덩 나가떨어졌다.
세살의 꼬마는 졸지에 엄마를 넘어뜨린 나쁜행동을 했다며 할머니들로부터 질타를 받게되었다
그 뒤로 나를 절대 밀치거나 나에게 달려들거나 하지 않는다.
어릴때부터 엄마의 불편함과 연약함이 학습된 아이
여섯살이 된 지금은 기특하고 대견할 따름이다...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른걸 하다가 만난 우리 모자母子.
엄마인 나를 본게 얼마나 반가웠는지
우리 사이의 50m 정도 거리를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아이다.
그대로 나에게 안기면 좋으련만
그 속도를 몸으로 받아낼 재간이 없는 나는 아이가 내게 달려오는게 좋으면서도 내심 불안했다.
나에게 닿기전 5초,4초,3,...
3초를 남기고 아이는 브레이크를 밟은듯
내게 오는 속도를 줄이고 느려지더니
허리를 숙여 아이를 바라보는 내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다가온다
가쁜숨을 고르며 천천히 걸어오는 아이
세상 해맑게 반짝거리는 눈으로 반갑게 나를 쳐다본다
엄마가 넘어질까봐 절대 빠른속도와 강한 힘으로 달려들지 않은 배려 깊은 아이
언제 이렇게 컸나..싶으면서
어릴때부터 약자에 대한 배려를 몸으로 익힌 기특한 녀석이다.
엄마가 아프면 아이가 철이 일찍 든다는 말은 이런걸 보고 하는 말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