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앤코 대표 임미진, 부대표 김종원 인터뷰
"구독 중인 지식 콘텐츠 서비스가 있나요?" 코사이어티 인스타그램을 통해 질문했습니다. 결과는 ‘롱블랙’을 구독한다고 이야기한 분들이 가장 많았어요. 다음으로는 폴인, 퍼블리, 북저널리즘 서비스가 이어졌고요. 그 외에도 윌라,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HBR, PSB, 썸원프라임, 아웃스탠딩, 리디셀렉트, 밀리의서재, 월말 김어준 같은 흥미로운 서비스가 등장했습니다.
론칭한 지 6개월 된 롱블랙, 이렇게 빠른 속도로 탄탄하게 자리 잡은 비결이 뭘까요? 특히 눈여겨봐야 할 점은, *독자 중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거의 매일 콘텐츠를 챙겨 읽고, 일단 읽기 시작하면 85%가량이 완독 한다는 점이에요. 평균 8800자 길이의 긴 분량인데도 말이죠.
*출처 | 2022. 03. 롱블랙 자체 설문조사 결과
우리가 지식 콘텐츠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성장하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거겠지요. 때로는 다 챙겨 읽지 못하고, 버겁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더라도요. 타임앤코(롱블랙)대표 임미진 님, 부대표 김종원 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각자 바라보는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딛길 응원합니다.
폴인에서 함께 일하시다 공동 창업을 하셨다고요.
임미진(이하 ‘임') | 성격도 커리어 경험도 극과 극인데, 다르기 때문에 보완이 되는 관계예요. ‘공동 창업자가 없는 사람은 어떻게 창업을 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의지해요. 혼자였으면 외로웠을 텐데, 여태껏 견딜 수 있었던 원동력이죠. 지금은 어느 정도 시스템화되었지만, 초기에는 콘텐츠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많이 애썼어요. 새벽 12시에 콘텐츠가 발행되고 나면 열 번 스무 번 같이 읽으면서 체크했어요. 따옴표가 이렇게 들어가는 게 맞는지, 문단 사이 간격같이 아주 미세한 것까지요. 초기에 롱블랙이 알려진 건 다 이 분 덕이예요. 하루가 지나면 읽지 못하는 일일 리포트라는 파격적인 컨셉을 기획하셨어요.
획기적인 서비스 기획 덕에 매일 아침 출근길에 롱블랙 노트를 읽어요. 노트를 읽고 후기를 남기거나 서비스를 분석하는 분들이 많은데, 반응을 실시간으로 접하면서 뿌듯함이 크시겠어요.
김종원(이하 ‘김') | 롱블랙이 자리 잡는 데에 저희 시너지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임대표님은 콘텐츠 생산을, 저는 마케팅 전략을 오랫동안 해왔어요. 많은 디지털 플랫폼을 경험해 봤는데, 콘텐츠와 서비스의 균형이 맞는 곳은 없더라고요. 서비스가 뛰어나면 콘텐츠에 대한 중요도가 낮게 두고, 콘텐츠가 중요한 미디어에서는 마케팅이나 전략에 관심이 덜하고요.
임 | 콘텐츠 서비스는 반드시 콘텐츠와 서비스의 결합이어야 해요. 콘텐츠를 만들기만 해서는 수익을 낼 수 없죠. 매체에서는 서비스의 중요성이 간과되곤 하는데, 서비스를 설계하는 분들이 주도권을 갖지 않으면 발전할 수가 없어요. 제가 부대표님을 모신 이유도 콘텐츠 업계 전체에서 서비스 기획과 마케팅 전략 면에서 가장 탁월하다고 생각해서예요.
‘콘텐츠 서비스’는 말 그대로 콘텐츠와 서비스의 균형이 맞아야 하네요. 두 분의 성격이 극과 극이라고 하셨는데, 서로 어떤 보완점이 있나요?
임 | 저는 새로운 소식에 무뎌요. 선택적 기억 장애라고 해야 할까요. 하나의 주제를 파고 들어가는 걸 잘 하지만, 그것 외에는 대부분을 잊어버려요. 반면 부대표님은 호기심이 많고 끊임없이 탐색하는 스타일이에요. 언제나 가장 힙한 사례를 알고 있고, 아이디어가 있어요. 그래서 분업이 잘 되죠. 부대표님이 읽고 싶은 주제를 이야기하면, 제가 만들어내는 기술자의 역할이랄까요.
현실화를 해주시는 거네요. 부대표님은 끊임없이 탐색하는 스타일이라고 하셨는데,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임 | 주말에도 9살 딸과 같이 힙 플레이스나 서점을 다니면서 콘텐츠 관련 소식을 계속 전달하세요. “이번에 새로 오픈한 곳을 와봤다”, “요즘 어떤 책이 잘 나간다” 이런 것들을 계속 서칭 하시더라고요.
김 | 일의 연장선이긴 하지만, 의무감 때문에 하는 건 아니예요. 주말에도 일을 완전히 놓고 싶지는 않아요. 대신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해요.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에 가서 같이 책을 읽는다거나, 새로 생긴 카페에 가는 등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녹여내는 거예요. 다행히 가족들과 라이프 스타일이 잘 맞아요. 같이 만족할 수 있는 지점을 찾으려고 많이 노력하죠.
어쩌면 가족들과 보내는 일상이 롱블랙 기획력의 바탕이기도 하겠어요. 일과 일상의 경계를 따로 두지 않고 생각을 이어가다 보면 지칠 때도 있지 않나요? 매일 콘텐츠를 발행하는 비즈니스를 운영하시니 긴장 상태가 이어질 텐데요.
김 | 끊임없이 일하는 것 같이 보여도, 시간을 쪼개 틈틈이 쉬어요. 압력을 낮추는 구멍을 마련하는 거죠. 예를 들면 커피 한 잔을 마실 때 자판기 커피는 안 마시고, 사무실에서 핸드드립으로 내려 마셔요.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기분이 좋거든요. 퇴근하고 집에 갈 때 청계천을 걷는다거나, 서점에 들러서 훑어보고 가기도 하고요. 물론 서점을 둘러보는 건 일이기도 하지만, 제겐 쉼이기도 해요. 마감을 앞둔 일이 아니라 가볍게 돌아다니는 거니까요.
사전에 코사이어티 인스타그램을 통해 질문을 받았는데, 주제 선정에 관한 질문이 많았어요. 주제를 고르고 선별하는 기준이 있나요?
김 | 궁금증을 자극하는 이야기에 매료돼요. 본인이 읽고 싶은 이야기를 제안하고요. 평소 눈여겨보던 사람이나 브랜드 등 직접 경험한 대상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아요. 궁금증을 자극하려면 남들이 안 다루는 이야기여야 해요. 만약 A라는 브랜드를 다루려는데, 여기도 다루고 저기도 다루면 과감히 놓죠. 롱블랙 독자분들도 대부분 마케터나 기획자, 전략을 고민하는 등 트렌드에 예민한 사람들이라 발견이라는 키워드가 굉장히 중요해요. 최근 못 보던 주제가 보이면 ‘뭐지?’하면서 1차 관심을 끌 수 있어요.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독자에게 연결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잖아요. 롱블랙 서비스에서 가장 공들인 연결점으로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을까요?
김 | 하루가 지나면 사라지는 것이죠. 강제적인 알람 없이 고객의 루틴에 자리 잡는 역할을 했어요. 아침에 일어날 때, 알람이 울려도 대부분 다시 끄게 되잖아요. 끊임없이 푸시 알림을 보내는 마케팅은 오히려 서비스에 대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해요. 자발적으로 읽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나온 아이디어예요.
두 분은 콘텐츠 구독 서비스에 경험이 많으시니까 이런 경우가 드물다는 걸 아시겠죠. 콘텐츠 서비스의 좋은 본보기로서, 콘텐츠를 만들고 전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 | 모두가 누군가에게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콘텐츠의 기준은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다만 만드는 것만으로는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비즈니스가 돼야죠. 콘텐츠에 자신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고객에게 다가갈 방법을 각자 고민해야 돼요. 어떤 공간에서, 어떤 무드로, 어떤 타이밍에, 어떤 형식으로 전달할지를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콘텐츠들이 생산되고 있을 텐데, 생산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가장 임팩트 있는 전달 방법을 고민해야 해요. 대부분은 불이 나길 기도만 하고 있는데, 불이 나려면 발화점이 있어야겠죠. 이 문제는 제작자 혼자 고민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회사 안에서 보면 누군가 생산에 50%의 힘을 쓰면, 다른 50%는 전달이나 유통에 대해 고민을 해야죠.
생산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가장 임팩트 있는 전달 방법을 고민해야 해요.
대부분은 불이 나길 기도만 하고 있는데,
불이 나려면 발화점이 있어야겠죠.
전달 방법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지금은 슬랙으로 커뮤니티 형태를 이루신 것처럼 나중에 어떤 형태로든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도 있으세요?
김 | 아직은 론칭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컨베이어 벨트가 좀 더 매끄럽게 돌아갈 수 있게 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매일 발행되는 콘텐츠가 모든 활동의 발화점이에요. 이야깃거리가 있는 노트를 만들어야 커뮤니티 방에서도 이야기가 진행되고 전파되겠죠. 나중에는 차차 다양한 서비스로 확대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오프라인에서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이벤트도 고민하고 있어요.
지난 번에 프로젝트렌트에서 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하셨죠. 코사이어티도 후보에 넣어주세요.(웃음)
김 | 기회가 되면 너무 좋죠. 오프라인 이벤트를 통해 디지털에 숨어 있는 롱블랙의 실체감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어떤 기회에 어떤 계기로 풀어내야 임팩트 있게 잘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Q. 현재 회원 수가 어떻게 되나요?
멤버십 회원 수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어요. 롱블랙이 텍스트 기반의 유료 구독 서비스 중에서는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건 확실해요. 그런데 회원 수를 공개하지 않는 건, 이런 수치로 다른 서비스들과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서예요. 그건 롱블랙이 전달하려는 핵심 가치가 아니잖아요.
최근에 론칭 6개월을 맞아서 몇 가지 지표를 공개했어요. 저희가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방문율, 완독률 같은 지표죠. 예를 들어서 전체 회원의 55%가 매일 롱블랙 노트를 읽어요. 어떤 구독 미디어도 이런 방문율을 보이지 않을 거라고 확신해요. 또 노트를 읽기 시작한 사람들의 완독률은 85%에 달해요. 콘텐츠가 그만큼 만족스럽고 읽기 쉽다는 뜻이겠죠.
Q. 서비스를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 & 어떻게 해결했나요?
하루에 하나의 노트만 발행하고, 24시간이 지나면 읽을 수 없다는 컨셉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워낙 구독 서비스는 무제한으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인식이 퍼져있었잖아요. 회원들이 이 컨셉을 받아들여줄지가 정말 고민이었죠. 그렇지만, 이런 강력한 컨셉이 있어야 읽기 습관이 형성될 거라 생각해 일단 론칭했어요. 아직 아무것도 없는 서비스였기 때문에, 잃을 게 없어서 과감하게 결정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막상 론칭하고 보니 많은 분들이 컨셉을 지지해 주시고, 습관을 형성하시더군요.
Q. 인스타그램, 슬랙, 뉴스레터, 카카오톡으로 아티클 발행 알림을 하고 계신데, 어떤 채널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오늘의 노트를 알리는 데는 카카오톡과 뉴스레터가 가장 효과적이고요.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는 인스타그램 덕을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 롱블랙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가장 잘 드러나는 채널이기도 하고요. 특히 롱블랙은 콘텐츠와 서비스적인 특징 말고도 디자인이 참신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아요. 실제로 저희 팀에서 굉장히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Q. 글 작성 프로세스가 궁금합니다.
다른 미디어와 콘텐츠 제작 프로세스가 많이 다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기획-초고 제작-피드백-최종 원고 검수-발행. 이런 식이에요. 롱블랙은 지금도 한 달 가량의 편성이 완료돼 있어요. 대략 4주치 전에 기획을 완료하고, 각 노트의 제작을 2~3주 정도 진행하는 편이예요. 다른 점이 있다면, 우선은 다양한 외부 협업으로 만드는 콘텐츠가 많다는 것이에요. 롱블랙은 스피커라고 부르는 산업계 전문가분들의 인사이트를 주로 담고,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외부 객원 에디터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거든요. 그래서 외부와의 협업 프로세스를 잡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요.
두번째 특이점은 목차부터 시작해서 수정 단계가 많아요. 워낙 롱폼 텍스트라 구조 잡는 게 중요하거든요. 목차를 꼼꼼하게 잡고, 완성된 원고도 서너 차례 수정하는 일도 흔한 편이에요. 때로는 도저히 퀄리티가 나오지 않는 원고는 포기하기도 해요. 2월에는 4개 정도의 원고를 최종적으로 발행 포기했고, 이런 과정이 있기 때문에 제작 과정에서 긴장감이 올라가는 것 같아요.
Q. 가끔은 세상에 너무 많은 콘텐츠들과 큐레이션들이 피곤하기도 합니다. 대표님은 그럴 때 없으세요?
김 | 공감합니다. 비슷한 정보가 너무 많아서 어떤 정보를 신뢰하고 읽어야 할지 늘 머리가 아프고, 거기에 쓰는 시간이 너무 많죠. 아직 국내에 신뢰가고 팬심이 생기는 미디어도 부족한 것 같고요. 그런 피로감을 느꼈기 때문에 롱블랙의 시스템을 더 고민했어요. 트렌드 정보가 너무 많은데, 롱블랙 하나면 좋다!라고 심플하게 생각할 수 있게요.
임 | 정말 동감이에요. 저는 콘텐츠를 굉장히 선별적으로 소비하는 편이에요. 헤비 유저가 전혀 아니죠. 꼭 읽어야 할 책, 팀에서 공유해 주는 기사와 업계 소식 정도만 읽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에너지를 다양한 일에 분산시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Q. 매일 새로운 콘텐츠가 쏟아지고, 우리는 소비하고 있지만 스스로 성장하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자기합리화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감각을 체화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 콘텐츠를 오롯이 내 것으로 소화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김 | 작은 단위에서 영감을 받으려고 노력해요. 디지털 칼럼 8000자, 책 300페이지, 티비 프로 1시간 전체가 만족스럽지 않아도 좋습니다. 한 문장, 한 장면이라도 고민에 대한 해결책(영감)을 준다면 그 사람에게 좋은 콘텐츠라 생각해요. 이 순간을 만날 때마다 오롯이 소화되는 느낌을 받아요.
임 | 저희 롱블랙 피플들이 많이 하는 방법인데요. 좋은 문장, 영감을 주는 문장을 적거나 캡처해서 SNS에 기록하시더라고요. 나중에 찾아보면 좋은 아카이빙이 될 것 같아요. 그냥 읽고 지나치기보다 읽은 기록을 쌓는 것,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작은 단위에서 영감을 받으려고 노력해요.
한 문장, 한 장면이라도 고민에 대한 해결책(영감)을 준다면
그 사람에게 좋은 콘텐츠라 생각해요.
Q. 스스로 콘텐츠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김 | 늘 머릿속에 업무에서 풀고 싶은 고민들이 있는데, 책이나 디지털 아티클, 동영상 등 다른 콘텐츠를 이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민과의 연결점이 떠오릅니다. 그러다 고민의 힌트를 주는 문장을 만나면 ‘와! 이거다!’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순간에 콘텐츠 소비를 하면서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죠.
임 | 롱블랙 노트를 읽으면서 울컥, 하는 순간들이 있어요. 머리로 이해했다기보다 마음으로 이해한 순간들. 그럴 때 ‘나도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라거나 ‘모든 순간에 진심을 담아야지’ 하고 다짐하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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