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7일. 가을이지만, 머지않아 겨울이 곧 올 거란 걸 직시하게 되는 날이다. 일교차는 점점 커지고, 유튜브 알고리즘은 가을 배경으로 한 플리를 보여주고, 뉴스 썸네일은 11월에 영하 18도까지 내려간다는 차디찬 자극으로 클릭을 유도한다. 이제 가을을 즐길 준비가 되었는데, 회사에서 매년 관례 행사처럼 진행되는 ‘25년 사업 전략’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상황. 페이퍼 워크를 하고 있다는 현타가 올 때쯤인가… 가을이 나한테 일을 시켰다. 오직 가을에만 할 수 있는 일을.
프로야구 천만 관중 시대. 그 천만에 속하지 않았던 나. 방망이를 휘두르는 스포츠엔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국가대표 경기가 아니면, 따로 경기를 챙겨보거나 유튜브와 포털에 검색 따위도 해본 적 없는 그야말로 야구 문외한. 정말 어쩌다 ‘KBO 코마케팅’을 담당하게 되었다. 아.. 야구라도 좋아할걸. 근데 뭐 요즘 야구가 트렌디하지 않나. 팬층도 젊어지고 있고, 우리 타겟들의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고. 지금 시기에 야구 관련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 않나. 일 년에 한 번쯤 모습을 드러내는 가을이 내게 친히 일거리를 선사했다고 생각하련다.
덕분에 야구장도 가보고, 어쩌다 응원한 팀의 짜릿한 역전승의 기쁨도 함께하고, 스페셜 시구자로 나선 뉴진스 민지도 보고… 야구의 매력은 아직까진 체화되진 않았지만, 왜 가을야구, 가을야구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야구 직관하는 그날의 날씨가 딱 그날 기분의 온도지 않나. 우천취소될 땐 열성팬들은 비처럼 울고 싶을 테고, 날씨 걱정 없는 날은 관중들도 야구를 빼고는 다른 걱정도 없어 보인다.
야구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갑자기 야구가 20대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을까?’ 직관을 해보고 내린 나만의 결론은 이렇다. 음모론에 가까울 수도 있는데, 이건 숏폼 때문이다..! 야구의 공수 전환은 축구에 비해 숏폼이다. 45분가량 끊임없이 경기가 진행되는 기~~인 흐름의 축구니까. 야구는 투수와 타자의 재량으로 1회 경기 시간이 결정된다. 삼구삼진을 잡을수록 짧아지는 시간. 이렇게 짧게 전환되기도 하고 공수 교체 시기마다 쉬는 시간도 생기니 이건 숏폼의 연속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스포츠계의 숏폼, 야구. 이번 가을에 내 도파민을 야구로 채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