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땐 트월킹을
우간다 마케렐레 대학교 캠퍼스 안에 만들어진 작은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그저 즐거운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모여 사회가 형성되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듯, 우간다 연구팀 안에서도 가끔(?) 등골이 오싹해지는 tension이 느껴지는 사건들이 이따금씩 있었다. 특히 연구팀에는 여자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는데, 그중 대빵 위치에 있는 여자 둘 사이의 텐션은 꽤나 당황스러울 때가 많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간호사이자 연구실 리더인 에바와 행정 일을 담당하던 도린 사이에 가끔씩 텐션이 있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의 갈등 원인은 도린이 자기보다 팀에 늦게 합류한 에바에게 텃세를 부리는 데 있었다. 에바가 일에 관해 질문을 하면 도린이 대답을 아예 안 하고 못 들은 체한다든가, 같이 해야 할 일을 에바에게 다 떠넘긴다든가 하는 식이었다. 옆에 있던 어벙이인 나도 다 느껴질 만큼 대놓고 사람을 힘들게 하니, 내가 대리 당황스러움에 벙찔 때가 많았다.
그런데 거기서 나를 더 경외심(?)이 들게 한 건 에바의 반응이었다. 도린의 정치질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할 몫을 다하면서도, 기분 나쁜 티를 내기보다는 도린에게 농담을 하며 재치 있게 다가갔다. 또 해야 할 말이 있으면 뒤에서 사람들에게 욕하거나 흘려보내는 게 아니라, 딱 앞에서 정확하게 말하는 그녀를 보며 진짜 쌍따봉을 날려주고 싶었던 게 한두번이 아니다. 사람들 간의 갈등에 취약하고, 조그만 갈등에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항상 마음만 끙끙 앓던 나에게는 최고의 롤모델을 만난 느낌이랄까.
에바의 또 다른 놀라운 점은, 연구 프로젝터의 리더이기때문에, 해결해야할 일도, 감당해야할 일도 많았는데,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유머러스하게 승화시키고, 주변을 재밌게 하는 따뜻함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녀의 큰 장점이자 매력은 즐거울 때 (혹은 아주 피곤하거나 힘들때도) 트월킹을 춘다는 건데, 일이 많고 힘든 일이 생겼을 때는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다가도, 재밌는 일이 생기고 즐거운 일이 있으면 크게 반응하고 춤으로 자기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그녀가 트월킹을 출 때면, 덕분에 나도 신나고 웃음이 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나는 스스로를 비춰보게 되었다.
나는 조그마한 힘든 일이 생겨도 속앓이를 하고, 침대에 뻗어 온몸으로 속상해하는데, 정작 나에게 기쁜 일이 생겼을 때, 그 기쁨을 온전히 기뻐하고 감사해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나도 트월킹을 출 줄 안다면 즐거운 일에 춤이라도 추면 좋으련만, 춤을 못 추니 나는 어떤 방식으로 반응해야 온몸으로 기뻐하고 감사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내면의 흥으로 삶의 무게와 인생의 어려움을 기꺼이 그리고 유머러스하게 헤쳐나가는 에바 언니의 그 모습은 정말 멋지게 느껴졌고,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사 기간에는 트월킹은커녕 조용히 허밍하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포닥 시기를 지나면서는 내 삶에서 감사한 부분을 더 많이 찾고, 그 감사함에 오래 머무르도록 노력해봐야겠다. 잊지말자. 힘들때도 트월킹추면서 털어버리기. 기쁠때는 트월킹추면서 만끽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