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기류를 지나 순항하는 시간의 조각> 최영
캐리어를 끌고 인천공항행 공항철도를 기다리는 동안 반대편 9호선에서는 출근하는 사람들이 이번 급행 열차를 놓칠까 정신 없이 뛰어 들어간다. 공항철도를 타면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캐리어를 들고 있지만 그들은 여행을, 나는 출근을 한다. 비행기 안에서는 승객들로 가득한 숲이 울창하고 나는 그 숲속을 돌아다닌다. 우리는 같은 목적지를 향해 날아가고 있지만 하는 행동과 목적은 역순된다.
대학교에 복학하거나 어느덧 취업한 내 친구들을 점점 만나기 힘들어졌다. 평일에 일하고 주말에 쉬는 규칙적인 삶을 사는 친구들과 달리 내 삶은 승무편조팀이 만들어준 스케쥴에 맞춰 살아진다. 살아진다는 말이 살고 있다는 말보다 더 정확하다.
정방향으로 사는 삶이 과연 정해져 있을까. 사전에 검색해보니 바른 방향이라고 한다. 나는 그대로인데 마치 세상이 나를 빗겨 지나가는 것만 같다. 나는 앞을 보고 앉아있는데 사람들은 자꾸 내 뒤통수를 스쳐 걸어간다.
비록 회사에 의해 살아지는 삶이지만 그 안에서 나만의 패턴을 만들어간다. 남들 다 출근하는 날에 두평 남짓한 거실에 앉아 책을 읽는다. 책을 읽다가 영감이 떠오르면 노트북에 생각들을 쏟아낸다. 금요일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 속에 섞여 들어갔다가 서울을 등지고 고향으로 내려간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익숙해진 이 역방향 삶에 몸을 돌려 정방향으로 밀려 들어갈 자신이 없다. 정방향의 삶에서도 여전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그런 창작하는 삶을 과연 지속할 수 있을까. 늙어서도 수많은 인파 속에서 홀로 역방향으로 걸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