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회 차 기념 잡념
소재가 고갈이 났습니다.
사실 이전의 글 말미에 생각했던 사랑에 대해서 고민해 보고 쓰려고 했었는데 제대로 고민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떠오르는 생각과 이번주에 있었던 일들에 대한 TMI를 공유합니다.
- 최근 몇 년째 유지 중인 습관 중 몇 가지를 버리고 있습니다.
성공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들이 한다는 것들을 빠짐없이 따라 하려고 애쓰며 살아왔는데요. 지난 몇 년간 그 집착이 뭔가 저를 지치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뭔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랄까요. 성공을 위해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한 강한 집착에 에너지가 소진되니 진짜 해야 될 일들을 똑바로 못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한 2주 동안 일기를 미루고 있습니다. 퇴근하고 녹초가 된 몸으로 도시락을 싸고 일기를 쓰는 게 무척이나 고통스러웠는데 일기를 내려놓으니 잠잘 시간이 30분이나 더 늘었습니다.
물론 그만큼 더 자진 않고 휴대폰이나 뒤적대며 시간을 축내지만 그만큼 더 쉬는 기분이 들어 좋습니다.
뭐랄까요, 여름방학 일기를 미루는 기분이 들어서 좋습니다 헤헤. 게으른게 짱이야.
그러니 요즘 일의 효율이 좀 더 올라간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역시 인간의 에너지는 한계가 있나 봅니다. 늘 정신력을 탓해왔는데 요즘은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자존감을 챙기겠다며 루틴에 목메면서 할 일을 놓치게 되는 일이 빈번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운동도 어느 정도는 포기를 해야 될 수도 있겠습니다.
- 소리 지르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요즘 세상을 돌아보면 정말 그 누구 하나 열등한 사람이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잘난 자신들을 좀 봐달라고 애원하고 소리를 지르는 시대라서 사실 좀 피곤합니다. 피곤하다고 그 양상을 등지자니 열등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누가 봐도 전문성이 철철 흐르는 사람들도 자기 PR에 그렇게 힘쓰는데 그 흔한 학사 타이틀 없는 한낱 자영업자에 불과한 내가 뭐 잘났다고 가만히 있나. 이러다 도태되면 어쩌나 싶은 불안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내가 하는 일의 전문성에 대해 의심을 하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는 제 일을 잘하고, 목숨을 걸고 합니다. 다만 그런 피로한 전쟁의 대열에 휩싸이는 것이 내 일을 잘하는 것과 연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아서 소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소리를 지르는 정도가 전문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니 너도나도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이겠지요.
저는 어떤 일을 하기에 앞서 제 멋과 신념에 부합하는지를 고민하는 편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요즘의 '소리 지르는' 형식의 자기 PR이 그것과 부합하는 기분이 들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피하고 있습니다.
이런 고민을 할 때면 나라는 인간은 그놈의 내 멋이 뭐길래 늘 이렇게 집착하나 싶은 마음도 듭니다.
내가 인지하고 있는 내 멋의 가치가 실질적인 득의 형태로 나한테 와닿는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괜한 자존심을 부리며 내 앞에 놓인 수많은 기회들을 놓치고 내가 빚어낸 나의 페르소나 (잠실섹시)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건 아니가 싶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불안해서 잠이 안 오기도 합니다.
내 멋을 잘 유지하면서 세련된 방식으로 내가 가진 가치를 세상에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서 고민을 해봐야겠습니다.
- 최근에 이사를 하고 나서 해당 오피스텔의 정보를 공유하는 오픈 톡방에 들어갔습니다. 말이 정보 공유의 방이지 대나무 숲에 가깝습니다. 층간소음, 세대 내 흡연, 반려동물 관련, 등 하루에도 수십 개씩 본인들이 겪는 불편을 정제되지 않은 형태의 언어로 읍소합니다. 톡방에 100명이 넘는 사람이 들어와 있다 보니 의견충돌이 생기면 싸우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사실 이러한 분노의 양상은 늘 존재해 왔지만 요즘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 나 또한 그 양상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저는 운전할 때 가히 사이코패스와 같을 때가 많습니다.
좀 더 여유 있는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진심입니다.
- 출연했던 방송이 한참 방영중일 때 친한 무리 중 한 명이 좀 우스꽝스럽게 그려졌던 적이 있습니다. 소위 이불 킥할만한 장면이었는데, 같이 시청하던 모두가 그 친구의 행동을 비웃을 때 한 친구가 했던 이야기가 요즘에도 계속 마음에 맴돕니다.
'모두 살면서 한 번쯤 저렇게 후질 때가 있다. ㅇㅇ는 재수 없게 그 장면이 방송에 송출되어 조롱받는 것일 뿐, 나는 ㅇㅇ의 행동을 이해한다'
대단히 훌륭한 사회적 지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더 넓은 마음으로 세상의 다름과 모남을 수용하는 어른이 되고자 노력해야겠습니다.
날씨가 덥습니다.
여러분 모두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