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기온이 찹니다.
아파트 거실 창가에서 내려다본 거리의 풍경도 을씨년스럽습니다.
그 잠깐사이에 가로수의 낙엽들이 모두 떨어져
하나, 둘만 덩그러니 매달려 춤을 춥니다.
이제 곧이어 겨울이란 매서운 녀석이 달려오겠지요?
시간이란 놈은 '쏜살'같다고 하더니 어쩜 그리도 잘 들어맞는지…
14년 전, 10월 이만 때쯤에 나는 경북 상주의 '남장사'라는 절에
어줍잖게 '템플스테이'로 묵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곳 가을의 낙엽잔치를 지금 다시 보면서 한두 장 조용히 펼쳐봅니다.
컬러풀한 낙엽들의 홀릭에 정신없이 빠져있던 나,
언제 어떻게 스케치를 마무리했는지 기억도 없습니다.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이렇게 세세하게 스케치를 했을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그림 필력이 녹슨다기보다 나이 들면 손의 기력이 약해져서일까,
지금은 이만큼 세세하게 그릴 자신이 없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