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머리와 마음과 몸, 세 개로 나누어져 있다. 지금까지 이 세 개가 함께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으나 어느 날부터인가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그럴 때마다 잠시 멈추었다 툭 툭 털고 일어났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멈춤 중이고 일어설 수가 없어 힘들어하고 있다.
건강에, 몸에, 빨간불이 켜지면 이삼일에서 일주일 정도 쉬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이주일도 넘게 진정되지 않아 오랜만에 몸이 켠 빨간불에 겁이 났다.
가끔 몸에 빨간불이 켜지면 지난날 병이 될만한 원인들을 돌아보지만 몸은 좀 아파도 열심히 잘 살아왔기에 괜찮다는 결론을 항상 내렸었다. 그런데 이번에 켜진 빨간불은 전과 같지 않게 오래 켜져 있는 걸 보면 좋게만 기억하는 머리와 마음에 몸이 단단히 심술 난 것 같다.
지난날 혼자 겪어내느라 힘들었지만 그런 것들을 이겨내며 ‘나’라는 사람은 성장했다. 그래서 열심히 살며 이겨내는 머리의 리더십에 마음은 좋게 기억하며 새겼지만 몸은 반대로 모든 힘듦을 병으로 키웠고 머리와 마음이 괜찮다 여유 부리는 날들이면 가끔 ‘몸은 괜찮지 않다’고 알리며 성질 피우는 것 같다.
그렇게 가끔씩 성질부리는 몸은 잘 달랬었는데 이번엔 뭔가 단단히 삐진 모양인지 빨간불을 끄지 못하고 힘들어하니 마음도 겁먹고 흔들린다. 그러자 이때까지 우두머리였던 머리가 더 많은 반성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오래전부터 마음은 머리 편이었다. 그래서 머리와 마음이 뜻을 맞추고 몸을 혹사시켰다. 처음에는 주위에 의지할 수 있는 아무것도 없었기에 오롯이 혼자 선택의 무게를 감당하며 몸의 한계를 수도 없이 넘기며 살았고 그렇게 살면서 도움받을 환경을 이뤄냈지만 혼자가 편하고 익숙해져서 몸을 많이 힘들게 했었다. 그리고 마음은 어떤 힘든 상황에도 넋 놓고 울거나 원망하지 않고 이겨내려 열심인 머리의 생각만 믿고 무조건 따라주었기에 어느 순간부터 마음은 자신의 마음을 잃었고 무엇이든 머리에만 의존하려 들다 보니 자신보다는 두 번째 머리 인척 하는 마음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되어버린 몸과 마음을 지켜보는 머리는 항상 미안하다. 한 몸인데 따로국밥처럼 각각 힘들어하는 마음과 몸에 머리는 생각이 바쁘다. 하지만 이제는 리더십이 아니라 펠로우쉽으로, 조력자가 되어 몸과 마음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주고 따라주며 살아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몸은 간단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의사와 의술의 도움을 받고 건강한 음식과 운동으로 몸을 가꾸면 될 것 같다. 이렇게 분명하게 방향이 보이는 몸과는 달리 마음은 복잡하다. 마음은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야 하지만 언젠가부터 계속 찾아다녔지만 여전히 어렵다. 너무 열심히만 살아서 그런지 마음이 뭘 좋아하고 원하는지를 모르겠다. 그래서 울 펠팅에 끌린 작은 마음에도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열심히 해보는 중이다. 처음으로 마음의 작은 끌림을 억누르지 않고 실천으로 옮기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마음은 아주 작은 끌림부터 시작해서 wish note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이번 몸의 반란으로 마음에 겁이 드니 솔직히 머리도 무서웠다. 세 개 중에 두 개가 흔들리니 일상은 저절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차츰 안정세를 찾아가니 앞으로는 더욱더 몸과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머리가 되어 나를 살펴야겠다는 생각을 머릿속으로 하며 계획을 세워본다. 머리가 또 계획을 세우는 모습에 본성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싶어 웃음이 나오지만 이제부터는 몸과 마음을 위하고 우선으로 하는 계획을 세우기에 다시 세팅된 머리에게 ‘파이팅’을 혼자 속삭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