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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saengwriting Sep 02. 2022

행복과 행운을 가진 클로버

우리 집 강아지, 바디가 가끔 초식동물 양으로 변하는 날이 있다. 하루 두 번 먹는 음식에서 매일 아침은 삶은 신선한 고기를 먹고 저녁에는 사료를 먹는 바디가 말이다. 그래서 개 풀 뜯어먹는 소리가 완전 헛소리만은 아니라 가끔은 진실일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 개를 보면서 나는 알게 되었다.


며칠 전 바디가 또 양이되어 풀을 찾길래 같이 풀을 찾아주며 걷다 보니 잔디밭에는 봄이 흠뻑 내려 풀꽃들이 군데군데 무리 지어 피어있어 꽃동산에 온 느낌이 들어 너무 좋았다.


바디가 좋아하는 풀이 많은 곳을 찾아주고 바디가 풀을 뜯어먹는 동안 나는 핑크 크로바 꽃이 수북이 피어있는 곳에 쪼그리고 앉아 꽃을 보며 즐거워하다 문득 네 잎 클로버를 찾아보기로 했다.


네 잎 클로버를 찾아본 기억은 전혀 없는데 바디 덕분에 시간이 생겨 한번 찾아보기로 했다. 예쁜 핑크 꽃과 어울려 너무 많이 피어있는 세 잎 클로버에서 네 잎을 어떻게 찾아낼까 생각하다 우선 세 잎 클로버 모양을 잠시 집중해서 쳐다보고 눈에 익힌 후 시선을 빠르게 움직이며 변형된 모양을 찾아보았다. 그러다 너무 빨리, 너무 쉽게 네 잎 클로버를 하나 찾아버렸다.


‘어~ 이렇게 빨리? 원래 쉬운 건가?’

너무 빨리 하나를 찾다 보니 네 잎 클로버를 찾은 반가움보다는 놀라움이 컸다. 수없이 많은 세 잎 클로버 밭에서 네 잎 클로버를 쉽게 발견한 놀라움에 혼잣말이 좀 크게 나왔다. 나의 짧은소리를 듣고 달려온 바디는 햇살 좋은 클로버 위에 배를 깔고 누웠다. 햇살을 즐기는 바디에게 시간을 주며 나는 방향을 돌려 네 잎 클로버를 더 찾아보았다. 그렇게 찾다 보니 짧은 시간에 네 잎 클로버를 여섯 개나 찾아 집으로 왔다.

 


산책 후 집에 오자마자 바로 스케치북에 네 잎 클로버 여섯 개를 하나하나 조심히 펴서 올리면서 호주에는 네 잎 클로버가 흔한지, 30년 넘게 살면서, 처음 해보는 행동에 너무 많이 찾아서 여러 가지 생각과 추측을 하며 혼자 즐거웠다.


어릴 적 중3이었을 때 군 입대한 오빠가 첫 번째 휴가를 나오면서 훈련 중에 찾았다며 막내인 나에게 네 잎 클로버를 하나 건네준 기억도 떠올랐다. 그때 처음 네 잎 클로버를 보고 신기해서 코팅해서 책갈피로 사용하며 소중히 간직했던 기억이 네 잎 클로버에 대한 나의 기억의 전부였다.


여섯 개의 네 잎 클로버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하나가 더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갑자기 생겼다. 가족들 숫자에 맞춰 의미를 주다 보니 하나가 모자랐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 산책을 하다 클로버 밭이 보이면 멈춰서 네 잎 클로버를 찾아보았다. 그런데 간절히 하나를 더 찾고자 하니 그 하나가 찾아지지 않았다. 이렇게 넓고 많은 클로버 밭에 네 잎짜리를 하나도 찾을 수 없어 그전날과 비교하니 잠시 당황스러웠다.


그러다 네 잎 클로버는 원래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는 것과 여섯 개씩 찾은 그날이 이상하게 운 좋았던 날이었음을 깨닫고 네 잎 클로버 하나 더 찾고 싶은 욕심을 웃음에 날려 보내고 산책에 집중했다.



며칠 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산책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낮에 텃밭 근처 공원에서 바디를 놀게 해 주었다. 잠시 혼자 놀던 바디가 옆에 와서 우리는 자리를 펴고 앉자 햇빛을 쬐며 책도 읽으며 여유를 즐겼다. 그러다 무심히 옆에 피어있는 클로버에 눈길을 주다가 네 잎 클로버 두 개를 더 찾게 되었다.



이렇게 총 여덟 개가 된 네 잎 클로버를 내려다보며 지난 며칠 동안 네 잎 클로버를 찾아낸 나의 행동을 돌아보니 욕심내지 않은 날에는 쉽게 네 잎 클로버를 찾았고 욕심나서 작정하고 덤빈 날에는 전혀 찾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욕심과 헛된 꿈은 좇으면 쫒을수록 멀어진다는 이치를 네 잎 클로버를 찾았던 행동에서도 깨달을 수 있었다.


세 잎 클로버의 꽃잎에는 각각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 잎은 희망, 두 번째 잎은 믿음 그리고 세 번째 잎은 사랑이라고 한다. 그래서 세 잎 클로버의 의미는 행복이라고 한다. 멀리 있는 파랑새에 눈멀지 말고 가까이 있는 희망과 믿음과 사랑에 감사하며 항상 행복하게 살아가자고 다시 조용히 마음속으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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