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나무
나는 나무를 좋아한다. 하늘로 향해 뻗어있는 모습도 좋고, 뜨거운 태양과 비바람을 온몸으로 견뎌내는 모습도 좋고, 한여름에 나무 그늘에 서면 시원해서 좋아한다. 그리고 나무껍질은 정말 흥미롭다. 그래서 매일 산책을 다니면서 나무를 유심히 보고 다닌다.
그러다 어느 날 나무 밑에 서서 한참 올려보다 이런 시선으로 나무를 그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리기 시작했다.
직접 나무 사진을 찍기도 하고 핀트레스에서 나무 사진을 찾아 그린다. 그리고 싶은 나무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수백 개가 넘는 나무 사진 보면서 보기 좋은 나무와 그림으로 담고 싶은 나무는 다르다는 것을 그림으로 그리면서 알게 되었다. 나무가 주는 느낌을 내가 정확하게 읽어내야지만 재미있게 끝까지 그려낼 수 있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훌륭한 목수가 아직은 아니라서 연장 탓을 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느낌을 주는 나무 찾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있다.
이 나무를 보았을 때 ‘나야 나’라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느낌이 들었다. 가지가 떨어져 나간 상처는 세월을 이겨내며 멋진 모양으로 자리 잡았고 단단하고 강한 몸매는 요란하지 않지만 살짝 비틀어지는 모습에 ‘나야 나’라는 자신감이 드러나보였다.
레인보우 유칼립터스 나무이다. 레인보우 유칼립터스 나무는 껍질에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어 마치 아름다운 목걸이를 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 나무는 역동적인 나뭇가지의 움직임과 나무껍질이 좋았다. 휘몰아치는 역경 속에서도 당당히 멋진 가을을 뽐내는 느낌이 들었다.
두꺼운 옷을 벗어내고 매끄러운 민살을 당당히 들어내며 뜨거운 여름 햇살아래 묵묵히 서서 그늘을 만들어내는 고마운 나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나무를 보고 느낌이 느껴지면 최대한 느낌을 표현하려 노력하면서 나무를 그렸다. 그래서 나의 나무 그림은, 사실과 추상, 중간 어디쯤에 있을 것 같다.
한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나무의 생명력이 경이로워 존중한다. 그래서인지 그림으로 그려진 나의 나무들은 당당함을 가지고 있어 그려놓고 만족스럽게 보며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