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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jjoo Nov 06. 2020

 삶을 만들어가는 힘 I '목표'에서 '동기'로

목표가 없어도 괜찮아

저는 목표가 없어요. 

몇 개월 전, 국민 MC 유재석씨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 말이다. 목표가 없다니! 전국민이 다 아는 개그맨이라 괜찮지 나같은 사람이 똑같은 말을 했다면 참 한심하다고 한 소리 들었을게다. 

그런데, 나도 그렇다. 출간 했던 책 [이윽고, 무언가 바뀌기 시작했다.]에서 이미 고백을 했었다. 그날 그날 해야할 일들을 정하기는 하지만 인생의 목표나 10년 후의 목표, 5년 후의 목표 같은 것은 없다. 목표를 아예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다. '일 년 후에는 ~로 이사가야지.' '~월까지는 ~을 해야지.' 같은 생각들은 갖고 있다. 그러나 그것들을 '나의 목표'로 명명하여 내 어깨에 부담이란 짐을 얹지 않는다. 

목표를 세우는 것이 나쁘다는 아니다. 어찌보면 인생이란 항로에서 방향키의 역할을 하는데 중요하지 않겠는가? 목표는 얼마든지 세워도 좋다. 단, 그것에 강박적으로 매달리지 않는다면. 


"어디까지 가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있는 걸 싫어해서 회피하는 편이다."

유재석씨의 말처럼 목표가 생기면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다. 설정한 기간에서 반드시 해내고 말아야 하는 압박감. 실패했을 때 오는 패배감, 상실감, 또는 그 목표를 이룬 후에 오는 허탈감 등 목표에 집착할수록 불행을 느낄 요소가 그만큼 삶에서 늘어난다.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어릴 때부터 꿈이 무엇인지, 목표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질문 받고 살았다. 생활기록부에 적는 장래희망이며 친척들 혹은 동네 어른들은 너무나 당연하듯 어린 꼬맹이들에게 꿈이나 목표를 많이도 물어봤었다. 고등학생이 되서도 장래에 대한 뚜렷한 목표가 없으면 참 한심하다는듯한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 

 

 "너는 목표도 없니?"

목표가 없으면 큰일날 거 같던 사회에서 벗어나 외국에 갔더니 뚜렷한 목표가 없는 젊은이들이 있는 젊은이들보다 훨씬 많았다. "왜 넌 뭘 해야겠단 목표같은 게 없어?" "글쎄, 아직 내가 뭘 잘 하는지 뭐가 맞는지 잘 모르는 걸. 충분히 다양한 경험을 한 뒤에야 찾을 수 있는 것 아닐까?" 당연한 듯 대답하는 유럽의 젊은이에게 그날 쇼크를 받았었다. 

맞다. 목표를 설정하기 전, 나에 대해 잘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먼저다. 우리는 그동안 타인과의 비교와 뒤쳐지지 않기 위한 급한 마음에 그 시간을 뛰어넘어 왔다. 그렇다면 목표 없이 경험을 핑계로 이리저리 표류하듯 살아야할까?


벌어져버린 다리는 무시해주시라 ...


요가를 시작한 지도 4년, 5 ... 부끄러우니 세지 말자. 처음 요가를 시작할 때만 해도 원대한 포부를 갖고 시작했다. 

'6개월 만에 몸을 만들고 아사나들을 척척하여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야지'

그렇게 부푼 꿈을 안고 시작했는데, 웬걸? 지금 생각해보면 무지에서 나온 택도 없는 소리였다. 나는 내 골반과 고관절을 너무나 과대평가하고 있었던거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엔 몰랐는데 몸이 비대칭이다. 대부분의 사람 몸이 그렇다지만 나는 꽤나 심했다. 왼쪽 눈의 시력이 없기에 오른쪽 눈으로만 세상을 봐야 하는 나로서는 그 중심이 오른쪽일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전체적으로 내 몸은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 비대칭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만약 내가 '6개월 만에 요가 채널 만들기'라는 목표에 집착했다면 지금껏 요가를 해올 리가 없다. 왜냐면 나는 이미 수 년 전에 실패한 사람이기에. 그럼에도 여전히 요가를 배우고 있는 것은 요가 자체에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전에 요가를 하는 것이 이미 일상의 루틴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마음은 아니었다. 아무리 해도 뻣뻣한 몸에 실망도 하고, 시력 때문에 몸의 비대칭이 지속되는 것에 원망도 해 보고, 몇 년 씩 한 나보다 오늘 처음 온 옆 사람이 더 잘 할 땐 창피함에 얼굴도 화끈거려보고... 그러다 호흡이 보이기 시작하고, 명상이 깊어지면서 그것들을 모두 내려놓게 되었다. 그저 요가를 하는 그 순간에 집중할 뿐. 


그러자 목표에 마음만 급했던 때에는 꿈도 못 꿔봤을 아사나들을 지금은 하고 있다. 시간과 목표를 계산하지 않고 묵묵히 습관처럼 해왔더니 어느새 이만큼이나 내 몸은 변해 있었다. 발전이 있으니 또 그만큼 재미도 늘어났다. 만약 목표를 끊임없이 설정하며 해왔다면 도달하지 못했을 길이다.  


옛날의 나처럼 목표설정이 취미라면 물론 세워도 좋다. 그러나 항상 그것에 여지를 둬라. 삶이란 아무도 모른다. 코로나란 전염병으로 1년이 되가도록 마스크 생활을 할 지 1년 전의 우리는 전혀 몰랐다. 인생에는 항상 변수가 생긴다. 자기계발 관련 책들이나 코치들이 '원하는대로 이루어진다!'라고 외쳐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걸 나도 알고 당신도 알고 있다.

목표를 설정하되 그것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여유를 가져라. 그리고 목표보다는 동기를 따라 움직여보라. 마음이 동하는대로 한번 삶에 맡겨봐라. 그것이야말로 결과에 상관없이 쉽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나갈 수 있는 힘이다. 시간은 그것을 단단한 길로 만들어준다. 그리고 삶은 기대하지 않던 놀랄 선물들을 던져 줄 것이다. 


하루는 하타 쌤님이 나에게 물었다. 

"혜주님은 어떤 아사나가 가장 해보고 싶으세요?"

"저요? 딱히 그런 것 없는데요."

그렇다. 나는 오늘도 어떤 아사나가 아닌, 오전의 루틴으로 요가를 하고 왔다. 




8 OTTO BY 151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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