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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jjoo Aug 11. 2019

나만 빼고 다 잘 사는 것 같나요?

SNS로 삶이 피로할 떄 

고 한다. 고 한다. 

일이 있어 일찍 집에서 나왔는데 생각보다 일이 빨리 끝났다. 명상시간까지 한 시간이나 남았다. 삼청동 골목을 어슬렁거렸다. 주택을 개조한 옷가게가 20대 후반에 살았던 도쿄의 시모키타자와를 연상시키며 묘하게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이런 데서 살려면 도대체 얼마가 있어야 하지?’ 

혼자서 액수를 따져보는데 한 커플이 지나갔다.

“아, 나만 빼고 다 잘 사는 것 같아.” 

여자가 이렇게 말하자 남자는 웃었다. 나도 여자와 똑같은 생각이었다. 

‘그러게…… 나만 빼고 다들 잘 사는 것 같다.’ 


우리집 루프탑 가든에서 이렇게 자유로이 일하는 게 로망인데 말이지.


동안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빠졌던 적이 있다. 외국에서는 인스타그래머가 잡지 표지모델이 되고 세계적인 브랜드의 홍보대사가 되며 패션쇼에도 선다는 사실을 이미 몇 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채널 1위 유튜버는 연 수익 100억이 넘고 텔레비전 쇼에 패널로 출연하며 연예인처럼 열광적인 팬을 모으고 다닌다. 소셜 미디어 마케팅에 관심 있다면 조금만 검색해봐도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나는 온라인 마케팅 분야에서 꽤 좋은 성과를 냈기에 자신감이 있었다. 1인 사업가로서 쉽게 도전할 만한 종목이기도 했지만, 내가 소셜 미디어에 뛰어든 진짜 속마음은 유명인이 되고 싶다는 것도 있었다. 

군중 속에 익명으로 파묻힌 안정감을 원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선 간단한 사진 한 장으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 되고 싶었다.


에세나 오닐은 '젠(Zen)'하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이 사긴에 그 어떤 것도 '젠'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스타그램 스타였던 호주 모델 에세나 오닐Essena O'neil은 열여덟 살이었던 2015년에 소셜 미디어 세계를 폭로했다. 58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갖고 있던 그녀는 사진 2천여 장을 지우며, 사진이 현실과 어떻게 다른지 밝혔다.

해변에서 요가를 하며 명상하고 있는 듯이 보이는 사진은 전문 사진작가와 메이크업 아티스트, 조명으로 만들어낸, 명상과는 전혀 상관 없는 분위기에서 찍은 것이었다. 비키니를 입고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사진은 100여 장 이상 찍은 뒤에 얻은 수확물이었다. 

협찬 받은 제품을 들고 활짝 웃으며 찍은 사진에 대해서는 그 날 일어난 좋은 일은 그저 이 사진 한 장을 건진 것뿐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는 에세나의 사진을 보며 이 사람은 매 순간 이렇게 웃으며 행복하게 살 거라고 생각한다.


상은 가상세계에 돌렸던 눈과 마음을 ‘지금 여기’로 데리고 온다. 호흡과 몸의 감각에 집중하면 내가 사는 곳은 휴대전화 속이 아닌, 땅에 발붙이고 있는 지금 여기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명상을 할 때는 내가 쉬는 숨과 콧구멍을 통해 들어가고 나가는 공기, 몸의 감각만이 있을 뿐이다. 깊은 명상에 들어가면 몸의 감각조차 없어진다. 알아차리는 의식만이 남는다. 더 깊이 깨달은 사람들은 그 의식마저 사라진다고 한다. 


 뜻 없이 시작했던 소셜 미디어가 나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다른 사람들의 생활을 보거나 내 모습을 보여주기에 바쁘다. 멋진 장소에 가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예쁜 것을 볼 때마다 기억하기 위해 혹은 자랑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대느라 그것을 온전히 누리고 생생하게 즐기지 못한다. 

순간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찍는 것이 아니라, 찍기 위해 억지로 추억을 만든다. 


소통을 위해서라 변명해보지만 속으로는 모두들 알고 있다. 진짜 내 모습을 드러내진 않는다는 걸. 

수백만 팔로워가 진짜 같지만 계정을 삭제해버리면 그만이다. 몇 초에 한 번 새로고침을 눌러가며 확인해보던 ‘좋아요’도 결국 허상일 뿐이다. 가짜에 빠져 진짜를 놓친다. 모래 위에 쌓은 성과 다를 바 없다. 

내가 소셜 미디어 사업을 정리하고 느꼈던 감정이다. 



즘은 SNS를 떠나서는 살기 힘들어 보인다. 사업을 하려면 반드시 해야만 하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소통하는 창구이며, 정보를 얻는 주된 통로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앱을 지워도 사는 데는 별 지장이 없다. 사업 정리와 함께 앱을 다 삭제하고서 깨달은 사실이다. 알고자 하는 정보는 인터넷에서 찾으면 된다. 친구들이나 가족과의 소통은 카카오톡이나 문자로 충분하다. 


SNS를 지우고 나니, 예상보다 훨씬 많은 여유 시간이 생겼다. 남과 비교하면서 씁쓸하게 맛보던 부러움, 질투, 우울 대신에 편안하고 안정된 마음을 갖게 됐다. 무엇을 할 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됐고, 심심할 때면 독서나 운동처럼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마 전 라디오 방송에서 많은 사람들이 ‘카페인(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증후군’을 토로한다고 들었다. 

왜 스스로를 괴롭히는가? 당장 앱을 지우기가 힘들다면 주말만이라도 쉬길 권한다. 하루 종일 끄고 지내기 힘들다면 휴대전화를 집에 둔 채로 잠시 동네 산책을 가거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보는 방법도 좋다. 

장담하건데 SNS에 열중했을 때보다 더 평화롭고 충만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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