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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jjoo Aug 12. 2019

완벽한 고독을 즐기는 법

It’s Okay to Be Alone

I am human and I need to be loved
Just like everybody else does

- 'How Soon Is Now' by The Smiths


자기 유튜브 추천에 Morrissey(모리씨) 라이브 영상이 떴다. 아, 언제적 모리씨인가? 싶으면서도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얼마 전에 봤던  Johnny Marr(자니 마)의 '글래스톤베리 2019' 영상 덕일테다. 사람의 기억력이란. 이 노래를 안 들은 지 수 십 년도 지났것만 전주가 시작되는 순간 '앗!'하며 나도 모르게 따라부르고 있다니. 


한 달 전 쯤, 우연히 연락이 되어 만난 동영이가 "누나 원래 친구 별로 없었잖아요."라고 말했었다. 예전에는 누군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면 아닌 척 애써 부인했을거다. 그런데 스스럼없이 "맞아."라고 답했다. 그리고 예전처럼 크게 부끄럽거나 내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는 어릴 때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참 많았다.  어려서는 부모님 모두 일을 해서 혼자였고, 청소년기에는 반 친구들과 관심분야가 완벽히 달라 섞이는 게 힘들었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역시 과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아니, 두루두루 잘 어울리긴 했으나 아무때나 고민 없이 연락하여 "오늘 술 한 잔 어때?"하고 불러낼 수 있는 친구는 없었다. 


홀홀단신으로 떠난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함께 까페에 가고, 펍에 들르고, 밤새 떠들 수 있는 친구들은 몇몇 생겼지만 완벽한 정서적 공감과 연결감을 갖은 친구는 없었다. 10년 넘는 외국 생활을 끝내고 돌아와서도 여전했다. 이미 예전의 친구들과는 연락이 끊긴 지 오래고, 연락이 되어도 그들은 아이 키우느라 바빠서 짬을 내기가 어려웠다. 이제는 누구의 엄마, 아내가 된 그들과 내가 공통적으로 갖을만한 대화 주제는 더더욱 적어졌다. 


그러다보니 혼자 있을 때는 한없이 사람이 그립고 심심하다가도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는 혼자만의 홀가분함과 편안함이 그리웠다. 

'나 역시 인간일 뿐이고, 다른 사람들처럼 사랑이 필요' 하지만, 그것이 누군가와 같이 있다고 채워지는 건 아닌 거 같다.   


자있어도 더 이상 누군가가 그립거나 심심하지 않고, 부끄럽지 않게 된 건 명상을 하고난 후부터다. 그저 단순히 혼밥을 하고 혼자서 영화를 즐기는 식의 생활이 아니라, 오롯이 혼자 있음이 아무렇지 않고 그 자체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혼자 있는 이 순간이 온전하게 ‘OK’가 되어간다. 완벽한 고요함 속에 있을 때 더없이 이완되고 편안하다. 


친구만이 아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귀국한 뒤로 스치는 인연조차 없으니 내 청춘(나이와 상관없이 오늘이 가장 빛나는 내 청춘이 아닌가?)은 이렇게 끝나나 싶어 절망에 빠지기도 했던 나다. 다시 한번 두근두근함과 생각만 해도 괜시리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설렘을 어서 느끼고 싶었다. 사랑하는 내 반쪽을 빨리 만나 나를 채우고 싶었다. 


러나 지금은 다른 사람으로 부족한 나를 채우려 하지 않는다.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탐구하는 시간들로 다른 사람 없이도 '완전한' 내가 되어가려 한다. 어디에도 기대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온전히 자유로운 ‘나’로 살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려 한다. 


이 글은 에세이책 [이윽고, 무언가 바뀌기 시작했다]의 같은 주제로 다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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