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이 된 것 같던 시간들 속에서
나의 정체성을 말해주던
그간의 모든 노력과 시간, 활동들이
서울로 오고 난 뒤, 한순간에 ‘0’이 된 것만 같았다.
그 생각에
하루하루가 괴롭고 버거웠다.
가슴을 헤집어 놓기에는
그 감정만으로도 충분했다.
힘든 일은 서울에 오기 전부터 있었지만,
서울에 오면서는 마치
폭탄을 한꺼번에 맞은 듯했다.
삼 년을
어떻게 버티고 견뎌냈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왜 힘든 일은
한꺼번에 밀려오는 걸까.
나의 깊은 개인사를 알지 못한 채
쉽게 던져지는 말들,
그들의 태도와 시선은
이제 더 이상 내게 중요하지 않다.
그렇다고
그들이 잘못한 것은 아니다.
모르니까 그럴 수 있다.
각자의 삶이 있고,
모두가 다른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결국 중요한 것은
오직 나 자신이다.
내가 아니면, 그만인 것이다.
그래서 다시 묻게 된다.
나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무엇을 마주하기 위해서일까.
무엇을 알아차리라는 것일까.
이제는
조금 더 솔직하게
나를 마주해야 할 것 같다.
매일,
나의 민낯을 보고
인정하고
토닥이고
쓰다듬으며 말해주자.
괜찮다고.
아무래도 괜찮다고.
그럴 수 있다고.
나는
나의 삶을,
나의 시간을 살아가겠다고
스스로에게 계속 속삭인다.
그렇게
내 편이 되어주고,
나에게 힘이 되어주자.
한 걸음,
또 한 걸음.
스스로에게
당당해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