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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Dec 24. 2022

인공지능 치팅?

- 올 것이 오고 말았다

인간의 두뇌 능력을 겨루는 두뇌스포츠, 바둑, 체스, 장기 등은 인공지능에 의해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일단 '천당'은 바둑을 보는 재미가 매우 흥미롭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바둑의 해설자는 실제 바둑을 두는 사람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은퇴 선수들이 맡아왔다. 그렇기에 그 해설이라는 것이 조금은 뜬구름 잡기와 비슷했다. 후반부에 들어서서 집수를 열심히 헤아려서 누가 우세하다고 말해주는 것이 그나마 해설의 유의미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제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등장하여 현재 두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몇 집 정도 이기고 있고, 승리할 확률이 몇 퍼센트인지를 정확히 알려준다. 그리고 다음에 어떤 수를 두어야 하는지를 미리 해설자가 짚어줄 수가 있다. 그러니 바둑을 관람하는 것이 흥미진진 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엔 '지옥'이 따라온다. 거의 신(神)의 경지라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능력을 슬쩍 훔쳐서 바둑계의 제1인자가 되고 싶은 유혹을 누군가는 가질 수가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미 체스계에서는 지난 9월의 세계대회에서 인공지능 치팅으로 한바탕 뒤집어졌으며, 이는 치팅의혹을 받는 선수가 명예훼손에 따른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상태에 있다. 바둑계에서는 최근 중국이 주최하는 세계대회인 춘란배에서 중국의 리쉬안하오라는 선수가 중국의 강자 양딩신과 현재 세계 최강인 한국의 신진서를 8강전과 4강전에서 원사이드 하게 물리치면서 그가 인공지능 치팅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중국의 양딩신이 제기하면서 온통 난리가 났다.


이미 한국에서도 인공지능으로 한번 홍역을 앓은 바가 있다. 나이 어린 특급유망주 여자 선수가 온라인 바둑 게임에서 인공지능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이것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그 선수는 1년간 자격이 정지되었었다. 다행히 그 선수는 더욱 일취월장한 실력을 갖추고 되돌아와 지금은 바둑계의 신성으로 많은 응원을 받고 있다. 그 사건 이후 한국기원 소속 바둑 선수는 온라인 연습게임에서도 인공지능을 사용할 경우 징계를 받게 되어 있다. 온라인에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 것은 무척 간단하다. 화면을 두 개 열어 놓거나 아니면 두 대의 컴퓨터를 사용해서 한쪽에서 인공지능으로 그대로 두면서 다음 수를 훈수받으면 된다. 이렇게 하면 나 같은 아마추어 중급 바둑 실력자도 신진서를 이길 수가 있다.


그런데 실제 선수들이 직접 만나서 두거나 아니면 현재와 같이 코로나 때문에 국제대회에서 실시간 방송으로 대국을 하는 경우 인공지능 치팅이 가능할까? 사실 이것도 우리나라에서 이미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한국기원에서는 1년에 십여 명인가를 프로로 입단시키는데 그 입단대회에서 어떤 선수가 귀와 손목에 인공지능 치팅을 위한 장비를 갖추고 바둑을 두다가 들통이 나서 그는 영원히 바둑계에서 추방되었다. 자, 그러면 세계적으로 방송과 온라인 바둑 사이트에서 실시간 중계를 하고 있는 경기에서 과연 중국의 리쉬안하오는 치팅을 할 수가 있었을까? 그는 신진서와의 경기에서 인공지능 일치율이 85% 정도가 되었다고 하고 이런 정도라면 그 어떤 선수도 이길 수가 없는 경기였다. 신진서는 딱 한 번의 느슨한 실수를 하여 결국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사실 이런 일이 있기 1년 전에 이미 중국의 제1인자인 커제 선수는 문제의 리쉬안하오와는 실시간 중계되는 대국을 두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낌새가 있었다는 말이다. 왜 '실시간 중계'가 문제가 되는가? 인공지능 치팅을 하려면 인체에 인공지능이 돌아갈 수 있는 컴퓨터를 부착해야 하는데 이것은 아무리 나노컴퓨터시대라고 해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실시간 중계'라면 누군가의 조력자만 있으면 비교적 손쉽게 치팅이 가능하다.


상상해 보자. 귓속이나 다른 신체에는 전자기기를 부착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현재 선수가 바둑 대국 장소에 들어서면 전자기기 부착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공항에서와 같이 온몸을 금속탐지기로 검색한다. 그리고 화장실에 가는 경우는 매우 민감하게 감시를 하게 되어 있다. 화장실 치팅의 경우는 제아무리 사용한다고 해도 한 대국에서 몇 수 이상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 그럼 어떤 방법이 있을까? 가장 쉬운 방법은 신발이다. 신발 바닥에 약간의 물리적인 자극을 주는 원격장치를 심어놓으면 된다.(참고로 문제가 된 체스의 경우에는 여러 세계 랭킹 최상위급 선수들이 치팅 의혹을 지지하고 있으며, 치팅 방법으로는 좀 지저분하게도 항문에 수신 장치를 삽입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정도는 기계장치를 만지기 좋아하는 고등학생도 만들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치아의 임플란트 내에 수신장치를 심어 놓았다면 금속탐지기로도 해결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조력자'가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것을 인공지능으로 똑같이 두면서 다음번에 두어야 할 수를 그 장치로 알려주면 된다. 큰 자극은 5, 작은 자극은 1. "대대소소-대소" 이렇게 하면 바둑판의 가로 12, 세로 6에 두라는 신호가 된다.


이번의 중국 리쉬안하오가 중국 내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의심을 받은 이유는 유독 실시간 중계의 대국에서 승률이 높기 때문이며 갑작스럽게 실력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바둑의 경우 TV중계를 하지 않더라도 웬만한 주요 대국은 온라인 바둑 사이트에서 거의 모두 실시간 중계를 한다. 리쉬안하오가 치팅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이런 의심은 언젠가는 폭발할 수가 있는 문제였다. 그러니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실시간 중계에 따른 원격 신호를 통한 치팅은 막을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둑 중계를 할 때 TV든 온라인이든 모두 5분 정도 딜레이 중계를 하면 된다.(체스계에서는 치팅 의혹 이후에 항문쪽에 금속탐지기를 사용하며, 15분 딜레이 중계를 하고 있다.) 비교적 간단한 해결책이다.


치팅 가능성은 분명히 있고, 누군가는 그 유혹을 떨치기 힘들 수가 있다. 그러니 그것을 막을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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