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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워>(2018)

파베우 파블리코프스키

by 로로

파베우 파블리코프스키.


나같은 사람은 절대로 외우기 힘든 이름을 가진 이 폴란드 감독은 4년전인가에 <이다>를, 올해 <콜드워>를 발표했는데 둘 다 흑백영화이다.(내 모니터에 문제가 있는지 모르지만 <콜드워>는 흑백이 아니라 채도를 0에 가깝게 만든 컬러처럼 보였다.)


두 영화 모두 80분 남짓으로 짧다. 스토리도 비교적 단순하다. 카톨릭의 나라 폴란드답게 둘 다 종교로 발 길을 옮기는 것으로 끝나지만 그리 종교적이지는 않다. 보통의 예술영화처럼 복잡스럽지 않고 중의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매우 밀도 있고 냉정하고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다.


파베우 파블리코프스키.


하지만 이 복잡한 이름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누구나 이제는 기억에서 지우고 싶을 스탈린시대의 폴란드의 아픔을 굳이 들추어내며 과장됨 없이 응시하게 만드는 그의 심지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누가 박정희 시대를 '쏠쏠한 웃음거리' 또는 '과잉 역사물'이 아닌 제대로 그 시대를 마주하게 만드는 감독이 있던가?


<콜드워>란 제목은 참으로 냉랭하기 그지 없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역사적인 '냉전'을 뜻하는 말이 아닌 비유적인 표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정말 '냉전'을 제목에 떡 붙여놓은 것이다. 이렇게 멋대가리 없는 제목은 영화가 끝난 후 내용을 다시 한번 곱씹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음악이 흥미롭다. 쇼팽이 아니라 바흐(골드베르그 변주곡)를 선택했다. 그리고는 세련미 없는 진짜 산골마을 소녀가 부르는 폴란드 민요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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