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아내는 내가 교육하던 공채 신입사원이었다. 그다음에는 우리 부서 후배였고, 여자 친구가 되었다. 서로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던 시기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사람이었지만, 말랑말랑한 감정이 생기면서부터는 삶에서 운명 같은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연애시절 내 입에서 나왔던, 운명이라는 단어는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에 비하면 너무 가벼운 무게였던 것 같다. 운명 같던 사랑은 부부의 연으로 이어져 가족이 되었고, 어느새 우리 사이에 아이가 생겨 우리는 부모가 되었다.
첫째의 임신 소식을 알게 된 순간부터, 힘들게 입덧을 하던 시간, 새벽에 양수가 터져 정신없이 허둥대던 시기와, 첫아이를 만나던 순간. 모두 내 머릿속에 선명히 남아 있었다.
하지만, 남아 있는 것과 항상 느끼고 있는 것은 다르다. 다시 양수가 나온다고 나를 깨운 아내의 목소리가 다시 날, 운명의 순간으로 이끌고 있었다. 첫째와는 또 다른 여유로 빨래도 돌리고, 짐도 싸고, 첫째를 밥까지 먹이고 처갓집에 맡기고 병원에 입원했지만, 실감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갑자기 진통이 심해지고 출산의 과정에 본격적으로 진입하자 점점 더 다른 세상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내는 점점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고, 그 힘겨운 순간을 온전히 이겨내고 있었다. 그 옆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의 무력감 따위는 논할 가치도 없는 것이었다. 이미 충분히 훌륭한 엄마이지만, 아내는 다시 한번 엄마가 되는 순간을 맞이 했다.
벌써 두 번의 경험이지만, 아이가 생기고 배안에서 자라고 출산을 해서 점점 커가는 과정은, 그 모든 순간이 최고의 판타지고, 보고 있어도 실감이 나지 않는 환상의 순간이다.
너무 진부한 말이지만,
"어머니는 위대하다."라는 말은 인생에서 가장 당연한 진리이자, 우리가 담고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명심해야 하는 진리다.
나의 아내이자.
우리 아이들의 엄마.
그리고 내 평생의 연인.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