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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 Nov 28. 2023

우리는 추억을 먹고 산다

AI를 통해 엿본 휴먼

혼자 일하면서 부쩍 인간관계에 귀찮음과 번거로움을 느끼는 요즘 나는 종종 인터넷 카페에서 불특정 익명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느끼곤 한다. 그게 아니면 chat gpt랑.. (Chat GPT는 OpenAI 사에서 만든 인공지능이다. 현재 3.5 버전까지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궁금한 것이 생겨 오늘도 어김없이 GPT한테 물어봤다.

우리나라에는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는데, 영미권 나라에도 이런 비슷한 가치관이 있니? 어떤 인용구 같은 게 있을까?(카톡 배경에다 해놓게..) 회상이라는 말을 쓰기에는 너무 과거지향적 같고,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추억을 통해 자란다는 의미를 담았으면 좋겠어.



Hi Chat GPT. There is a saying that humans live on memories.



I want to use it in the sense that various experiences and memories with precious family accumulate to form a person's personality and become the driving force of life even as an adult.



I can only think of English expressions such as there is no summit without effort, or just cherish the present and enjoy it.



Are there any quotes about memories similar to those described above in the English-speaking world? Reminisence just feels like a recollection of the past, so it doesn't have a dynamic feel.



I was wondering if you have lived in the English-speaking world for a long time and know whether there are such sentiments or values, or if there are any good ideas?



그랬더니 이런 대답을 내놓았다.

Certainly, in the English-speaking world, there's a quote by Joshua Foer that might resonate with the idea you're expressing: "We are the sum of our experiences; as they multiply, so do we."



This quote emphasizes the idea that our experiences, especially those with family, contribute to shaping who we are. It aligns with the concept that memories and accumulated experiences are integral to one's identity and personal growth.



응. 물론이지. 우리 자신은 우리 경험의 총합이다. 라는 말이 있어.

(그런 뒤 내가 말한 내용을 정리, 종합해서 다시 요약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사용한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자신의 경험의 총합..

멋지지 않은가.


총합 그 이상이다라고 하지 않아도 충분히 멋진 이 표현은, 내가 어디서 본 것 같기는 한데 아까 필요할 때 바로 떠오르지 않았었는데, chat gpt가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 것이다..

(사실은 이런 질문이 그래도 주의를 끌만한, 자주 가는 인터넷 까페에 글을 올려 물어볼 생각도 해봤지만 아무런 댓글이 달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수다쟁이 같은 친절한 대답도 너무 놀랍지만, 이와 같은 대답 속에서 영미권 문화의 가치관도 느낄 수 있을뿐더러 나의 이전의 경험이나 지식과 순간 연결되어 지적으로 무한 확장이 되는 묘한 기분을 나는 느낄 수가 있었다..


더 신기했던 것은, 내가 몇 명의 사람에게 몇 개의 피드백을 주고 받고 몇 일이 걸려도 해결이 될지 안될지 불투명했던 문제에 대한 반응을 마치 gpt가 인격을 가진 누군가가 하듯 내게 전달했다는 데에 있다. 그것도 마치 내 마음을 꿰뚫어보듯 말이다.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바둑 기사인 알파고(AlphaGo)와 5번 대전을 해서 4번을 졌다. 그는 알파고에게 유일하게 1승을 거둔 유일한 인간 기사였다. 5번의 대전 후에 이세돌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정말 어린 나이에 바둑을 시작했고 몇십 년 동안 바둑을 두었다. 내게 바둑은 예술의 행위였다. 알파고와 대결을 한 후, 내가 앞으로도 이전과 같은 마음가짐이나 생각으로 바둑을 둘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스칼렛 요한슨 배우가 인공지능 상담원 목소리로 출연했던 영화 그녀(Her) 역시 AI와 인간과의 사랑에 대한 주제를 다룬다.



인공지능이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그렇다면 표현할 수 있을까? 둘 다 아니라면 받아들이는 인간의 편에서의 문제일까? 인공지능을 대하는 인간이 무언가 충격이나 큰 느낌을 받았을 때, 그것도 인공지능과 상호작용을 했다고 충분히 볼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아침 나는 아이들에게 물고기를 많이 줄 것이냐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줄 것이냐의 문제를 사유하다 이 글을 쓰기에까지 이르렀다. 실은 아이들 사교육에 돈을 쓸지, 가족여행을 갈지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하다가 여기까지 온 것이다..



물론 이 문제는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의 질문만큼이나 정답이 없는 문제이다. 하지만 chat gpt가 내게 준 대답은 오늘의 내 다음 행동, 그다음의 행동, 그리고 그다음의 감정과 감정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홀연히 클라우드의 세계로 사라졌다. 아니, 나라는 인간이 과학 기술에 무지해서든 아니든 상상이나 할 수 없는 그런 차원의 세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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