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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원 Aug 25. 2022

모든 사랑은 상처를 기반으로 한다

진짜 사랑이라면

 사랑이 깊어질수록 상처는 더 커지기 마련이다.

이번 에피소드는 내가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당시 이번 내용에 근거해 그동안의 모든 퍼즐을 맞추며 '이 책의 내용은 이것이었다.'라고 기억할 만큼 가장 마음 깊이 남겨둔 에피소드였다.

그래서 처음 글쓰기에 흥미를 가지고 감정적으로 열심히 쓰던 당시에 어떻게든 기록하려고 애를 쓰며 sns에 내용을 적기도 했었다.

어린왕자와 여우

이 대화는 어린 왕자에 나오는 어린 왕자와 여우의 마지막 대화의 발췌문이다.

어린 왕자는 헤어지는 순간 여우에게 "네 잘못"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나 그 이야길 들은 여우는 역시나 어린 왕자가 왜 그렇게 이야기하는지 다 알고, 그럼에도 얻은 것이 있다는 사실을 어린 왕자에게 마지막으로 가르쳐준다. 

어린왕자의 눈 ep6 : 여우의 가르침

사랑과 이별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중 하나이다.

애초에 안 할걸 그랬다고 마음을 다잡아도 그 사랑이 아닌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올 것이며 연인 간의 사랑이 아니라 할지라도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사랑과 이별이 동시에 시작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모든 아름다운 것은 언젠가 사그라진다. 그리고 길들여진 관계도 언젠가 사그라진다. 이렇게 상처를 기반으로 두고 있음에도 우리는 사랑이란 것을 내던지지 못한다. 도대체 상처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c.s. 루이스 <네 가지 사랑>

책에 실린 또 다른 책의 발췌문이다.

사랑이란 것은 내가 '이럴 거면 애초에 하지 말걸' 그랬노라고 생각했을지언정 결코 쉽게 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발췌된 내용대로 우리는 사람과 사람 간의 사랑만 하는 것이 아니며 더욱이 연인 간의 사랑만이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

사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연인, 가족, 반려식물, 반려동물 등 모든 대상에게 내 마음을 일절 주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관계의 좌절

그리고 처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아했고, 마음이 동했고, 그래서 가장 아팠고 기억에 새겨진 구절을 발견하고 나는 한참을 멍하니 있으면서 책장을 쉽게 넘기지 못했었다.

아마도 마침 저 책을 읽을 당시 나도 여러 가지 일들과 더불어 크고 작은 관계의 좌절을 함께 겪던 시기였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책장을 넘기지 못하던 그 당시의 나는 어디서부터 뭐가 꼬인지도 모른 채 엉킨 매듭에 결국 내가 부여 잡혔다고 느끼던 중이었다.

저 한 구절이 과거뿐만 아닌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 느끼게 될 감정과 아픔까지도 너무 담담하지만 적나라하게 서술하는 것 같은 느낌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사실 나는 처음 어린 왕자를 읽었을 때에도, 그리고 다시 곱씹으며 이렇게 어린왕자의 눈이라는 책까지 읽으면서도 계속 어린 왕자를 생각하고 언급하고 있지만 어린 왕자보다는 사막여우에게 유난히 마음이 쓰이곤 했다. 단순히 여우의 가르침이 좋거나 동경하거나 하는 그런 맥락과는 조금 다른 것이, 여우의 말 한마디에 그 마음이 괜스레 들여다보이는 것만 같아서 내가 여우 인양 온 신경이 쓰이며 마음이 저렸다.

그리고 이번 책을 통해 그냥 어린 왕자만 읽었을 때는 간과하고 넘어갔던 장미라는 존재에 대해 새롭게 마음이 쓰여왔었다. 돌이켜보자니 장미와 여우는 꼭 나의 양분된 모습 같기도 했다.


이 생각이 처음 들었을 땐 어쩐지 좀 우스웠다. 다른 인격체인 장미와 여우를 다 가진 나는 이중인격일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아이처럼 투정을 부리는 장미와 조금은 성숙해서 어린 왕자를 가르칠 수 있었던 여우는 그저 누구나 그러할, 내면과 외면 혹은 공과사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우리 모두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상처받는 것도, 나아지는 것도, 그래서 그 사이에 마음이 저린 것도, 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가 분명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상처받는 이유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던 주제였지만 책 중 어린 왕자를 지칭한 표현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그는 스스로를 사랑했기에, 다른 사람의 사랑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장미도 여우도 둘 다 어린 왕자를 잃고 아파했으며 끝내 홀로 설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보려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건 어린 왕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이 상처받고 아팠던 이유는 오직 하나, 그저 서로 사랑했고 그랬기에 서로가 필요했지만 떠나야만 했던 것. 그것뿐이다.

상처가 없는 사랑

진짜 사랑이라는 것은 결국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것을 뜻하는데, 그렇게 마음을 다한다면 결국 상처를 받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 된다. 그래서 모든 사랑은 상처를 기반으로 한다는 말은 아프고 씁쓸하지만 변하지 않을 사실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다만 그렇게 정이 깊어질 데로 깊어지고 마음을 쓸데로 가득 써버려서 더 이상 쓸 마음조차 없어져버리면, 그렇게 관계의 좌절이 찾아오면 끝내 마음 한편에 가득 찼던 누군가를 도려내야 하기에 저림이 가득 몰아치고 몸과 마음이 한없이 들끓는다.


그리고 그렇게 끓어오르고 끓어오른 채 시간이 지나고 지나면, 어느 순간 조금씩 진정되고 떨림과 저림이 약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물론 어느 날 불현듯 찾아오는 떨림과 저림은 어찌할 수 없으나 그저 익숙한 감각으로 느끼며 받아들이고 견뎌낼 수 있게 된다. 


관계가 깊어지고 그 속에서 절망을 느끼면, 일종의 쉼이라는 수단으로 누구든 더 이상 믿지 않으리라는 말을 되뇌고 마음을 먹게 된다. 이는 결국 그동안 이미 너무 많이 믿어버려서, 그래서 결국 익숙한 통증에 다시금 시달려야 해서, 다시 그렇게 아프고 싶지 않다는 다짐과 바람을 담아 내뱉는 것들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럼에도 결국 어느샌가 믿어버려서 그렇게 쓸쓸한 저림을 느낄 것을 알고 있다. 알면서도 늘 그렇게 아차 하는 사이 속수무책으로 '진짜 사랑을 하고 싶은 마음'에게 당하고 만다.


상처를 받는다는 것은, 진짜 사랑을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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