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는 ‘별 보기’다. 테라스 조명을 모두 끄고 옥상 탁자에 누우면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맞이한다. 달빛이 약한 그믐 전후라면 더 좋다. 어느 천문학자는 역설적으로 도시가 별 관찰에 좋다고 말한다. 1 등성 위주의 밝은 별만 보이기 때문에 큰 별자리 위치를 수월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게다.
올봄, 신시도 자연휴양림에 방문했었다. 그날따라 서풍에 먼지들이 쓸려나가고 하늘이 정말 맑았다. 저녁을 먹고 휴양림 벤치에 앉아 하늘을 문득 쳐다보았는데 별이 쏟아지고 있었다. 비현실적인 밤이었다.
충주 근처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전기가 들어오지 앉았다. 석유 남포등에 의지해서 밤을 밝혔다. 그나마 석유를 아낀다고 집마다 한두 개의 등만 켜놓았다. 저녁으로 보리밥에 고추장 넣어 썩썩 비벼먹고, 매운 입을 달래려 평상에 누우면 별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저 별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매운 입이 진정되어 있었다.
서울로 이사와 60촉 백열등의 신세계를 맛보았다. 하지만 백열등 불빛과 함께 밤하늘을 쳐다보는 일은 없어졌다. 공해가 심하던 시절이고, 밝은 불빛 때문에 별 보기가 힘들었다. 아니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다 보니 밤하늘을 쳐다볼 마음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직장에서 명퇴한 지금, 신시도에서 어릴 적 밤하늘이 떠오른 것이다.
북두칠성, 북극성, 카시오페아, 오리온자리. 기억을 더듬어 하늘을 헤아렸지만, 북두칠성, 북극성만 찾을 수 있었다. 무수히 많은 별의 이름이 무엇인지, 태양계 행성인 토성, 화성이 어디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별들의 세계가 궁금해졌다.
다음 달, 경북 영양의 검마산 자연휴양림에 머물 기회가 있었다. 영양 반딧불이 천문대에 들렀다. 가로등 불빛도 없는 캄캄한 산기슭에 자리 잡은 천문대에서 봄철 별자리를 천체 망원경으로 볼 수 있었다. 조금은 실망했다. 별의 표면이나 토성의 고리까지 생생하게 볼 수 있겠다는 순진한 기대가 있었다. 조금 크게 보거나 안보이던 별도 볼 수 있다는 것이지 맨눈으로 보는 것과 별 차이가 없었다. 그래도 봄철 대삼각형(아르크투루스. 스피카. 데네볼라)과 여러 별자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인터넷 검색이나 책을 통해 계절별 별자리에 대해 공부했지만, 외국 이름이라 외우기가 어렵고 많이 헛갈렸다. 하늘에 떠 있는 저 별이 명쾌하지 않았다. 궁금증을 획기적으로 해결해 준 것은 스마트폰의 ‘별자리 앱’이었다. 많은 별자리 앱이 있는데, 요즘 내가 주로 이용하는 것은 ‘Sky Map’이라는 무료 앱이다.
'Sky Map' 앱 다운로드
앱을 설치하고 내 위치를 허용해 준다. 그러면 스마트폰의 나침반 기능과 연계된다. 보고 있는 방향의 별을 향해 스마트 폰 화면을 비추면 지금 날짜와 시간을 계산해 그 별과 주변의 별이 무엇인지 화면으로 보여 준다. ‘시간 여행’ 기능을 사용하면 몇 달 뒤의 별자리 배치까지 알 수 있어 답답하던 마음이 환해졌다.
구월 초의 밤하늘은 별이 풍성하지 않다. 탁자에 누워 하늘을 보면 정중앙에 직녀(베가), 견우(알타이르), 데네브(백조자리)가 삼각형을 이루고, 남쪽에는 토성 동쪽에는 가장 밝은 별인 목성이 서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자정 가까이 되면 동쪽 하늘에 화성이 떠오른다. 북쪽에는 북극성을 중심으로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아가 원운동하고 있다. 워낙 밝은 별이라 거의 매일 볼 수 있다.
Sky Map 앱으로 본 여름철 하늘 중앙의 별자리
아파트의 옥상 테라스에는 담장이 있어 외부 불빛이 많이 차단된다. 조명을 끄고 탁자에 누우면 도시의 천문대로 손색이 없다. 가물가물 보이는 별이 무엇인지 앱으로 확인하고 별에 얽힌 이야기를 찾다 보면 한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그때만큼은 이런저런 걱정도 잊고 첨성대 위에 누운 점성술사가 된다.
바쁜 사람들은 앞만 보며 세상을 산다. 한 번쯤은 밤하늘을 쳐다보면 안 될까? 수억 년 존재하는 별을 보며 잠시 머물다가 떠나는 인간이 왜 이래 각박하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보고, 쉼표를 찍고 잠시만의 여유를 즐겨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