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eki Lee Feb 14. 2024

송도해수욕장과 암남공원

남파랑길 3코스

○ 남파랑길 3코스 : 남포동→송도해수욕장→암남공원→감천동 (14.9km)

○ 일시 : 2024년 1월 27일(토), 11:30 ~ 17:00 (5시간 30분)

○ 날씨 : 맑음, 영상 10℃, 풍속 3~4m/sec      


남파랑길 3코스 (남포동 ->감천항)


영도다리 근처에서 시작하는 남파랑길 3코스는 관광도시 부산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길이 아닐까? 용두산공원, 부평깡통시장, 자갈치시장 등 부산하면 떠올릴 수 있는 곳, 최근 핫플레이스로 거듭난 송도해수욕장과 암남공원을 두루 걷는 코스다.  매번 혼자 걷다가 이 코스는 아내와 함께 걷기로 했다. 체력이 약한 아내를 위한 맞춤형 코스라 할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쉬운 코스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남포역에서 시작한 걷기는 골목길을 거쳐 곧 용두산공원에 도착했다. 오전이라 그런지 공원에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벤치에 앉아 커피 한잔 하며 자갈치시장과 영도가 보이는 부산다운 모습을 눈에 담았다. 보수동 헌책방 골목길 거쳐 길을 건너니 부평깡통시장이었다. 주말이라 지역 주민보다는 관광객이 더 많아 보였다.   

   

오랜만에 온 용두산 공원- 사람이 없어 한산했다.


부평족발골목, 남포동 BIFF광장, 자갈치시장. 부산에 오면 항상 들르는 곳이다. 올 때마다 볼거리가 풍성하고 지루하지 않아 좋다. 세련되지 않지만 뭔가 정감이 넘친다고 할까. 사람 사는 냄새로 가득 찬 곳이다. 겨울에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고등어가 보이지 않아 약간 서운했다. 기후가 변하면서 예전에 잡히던 생선이 이제는 금값이 되었다. 나 같은 서민이 해산물 먹기가 어려워진 것 같다. 그 자리에는 수입 냉동 생선이 대신하고 있다. 

    

해안시장과 새벽시장을 벗어나 공동어시장에 이르면 번잡하던 길이 한산해진다. 송도해수욕장까지는 도로를 끼고 걷는 약간 지루한 길이다. ‘한국인의 밥상’에 출연했다는 식당이 보여 점심을 해결할 겸 들렀다. 구천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의 뷔페식 백반집이다. 친절했으나 아내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 가격에 맛까지 좋기를 기대하는 건 도둑놈 심보일까.     


송도해수욕장은 우리나라 1호 공설해수욕장이다. 해운대나 광안리같이 넓지 않지만 아늑하고 예뻐서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해수욕장에서 암남공원까지 해상 케이블카가 몇 년 전 준공되었고, 수변을 잘 정돈해 놓아서 편히 바다를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걷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송도해수욕장 - 잘 정비되어 걷기 좋았다. 최근엔 고층건물도 많이 지어지고 있다.


해수욕장에서 암남공원으로 가는 바닷가 길은 안전 문제로 폐쇄되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걸어야 했다. 도로가 높은 위치에서 보는 송도해수욕장 풍경도 볼만했다. 암남공원 꼭대기쯤에 있는 용궁 구름다리는 천 원의 입장료를 받았다. 거기에서 본 바다 풍경, 특히 영도 전경은 천 원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용궁 구름다리에서 본 송도해수욕장 전경


두도전망대까지의 길은 잠시 도시를 떠나서 남해안의 어느 섬의 둘레길을 걷는 기분이다. 호젓한 산길을 걷다 보면 길고양이를 많이 만난다. 먹이를 많이 얻어먹은 경험이 많아서인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쉼터에 앉으니 고양이 다섯 마리가 근처에 맴돈다. 배낭을 뒤져봐도 고양이가 먹을 만한 게 없다. 과자 부스러기를 조금 던져주었다. 입이 고급인지 먹지 않는다. 고양이와 놀다 보니 떨어진 체력이 다시 올라온다. 근처 해안절벽이 시루떡을 엎어 놓은 듯 층층이 다른 지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도 국가 지질공원이라고 한다. 계속 바다를 보면서 와서 그런지 두도 전망대에서 본 바다는 크게 감흥을 주지 않았다.     


송도반도의 지층- 국가 지질공원이다

두도 전망대에서 감천항 쪽으로 걸었다. 부두 변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냉동공장들이 줄지어 있다. 간혹 공장에서 해산물 썩는 냄새를 풍겼다. 원양어선이나 러시아 선박이 다 감천항으로 오기 때문에, 이 또한 부산의 모습과 냄새가 아닐까 생각했다. 길이 끝났는가 했는데, 모지포에서 다시 산 위의 도로로 올라간다. 감천 초등학교까지 이어진 포장도로. 체력이 고갈된 아내가 투덜댄다. 도로를 걷는 사람은 우리 외엔 없었고, 간혹 드라이브하는 차량만 천천히 지나간다.      


남파랑길 3코스 종점에 있는 감천 나누리 파크


종점인 감천나누리파크에 도착했다. 한국남부발전의 화력발전소가 있는 곳이다. 사회공헌 차원으로 남부발전에서 공원을 근사하게 꾸며 지역에 제공하고 있는 듯했다. 위로는 감천 문화마을이 보인다. 작은할아버지가 감천고개쯤에 살아서 어렸을 때 몇 번 온 경험이 있다. 허름하던 마을이 문화마을로 재탄생하여 지금은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다음에 그곳에 찾아갈 것을 기약하며 남파랑길 4코스를 마쳤다.

매거진의 이전글 부산에서 섬을 즐기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