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26
아직은 봄과 여름의 중간이지만 세상밖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고요한 파도를 맛보며 카약을 타고, 얕은 물가를 찾아 첨벙첨벙 물장구 놀이에 정신이 없다. 뜨거운 햇살이 만들어 놓은 이른 여름 해수욕 풍경이다. 애메랄드 쪽빛 바다와 현무암을 덮은 초록한 바다 이끼는 한폭의 그림이다. 가치를 따진다면.. 당신의 생각에 맡기겠다. 그늘은 찾지 못했지만 마음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작지만 쉼속에 에너지가 충전되었다.
해변 뒤편으로 난리법석을 떠들며 상가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화려함에 맛있는 향기가 더해져 콧속을 누볐다. 얌전하던 뱃속도 급속도로 허기에 시달려왔다. 또 뭐라도 집어 넣어야 한다. “위장에게 뭘 줘야 하지”
가방을 뒤적여 가져온 “고소한 검은 참깨” 두유를 하나 꺼내 마신다.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날거라 생각했지만, 잘못된 짓이었음을 깨달았다. 욕구에 불탄 위장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배기통처럼 진동은 더욱 강렬했다. 다음 타자를 꺼낼 수밖에 없다. 맛은 없지만 입안이 깔끔한 500m 생수를 따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식도를 타고 흘러가는 소리 “꼴깍꼴깔” 어릴적 배고픔을 달래려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먹던 기억이 떠오른다. 쓰고 아련한 기억마저 행복한 지금이다.
하고수동해변에 울려퍼지는 음악 소리에 현혹되어 끌려가는 다리를 끌어당긴다. 모든 기를 빨릴 수 없기에 도망을 택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향했고, 우도의 독특한 음식은 그림의 떡일뿐이다. 아이는 때를 쓰며 엄마의 손을 잡고 당긴다. 엄마와 실랑이가 벌어졌지만, 엄마와 아들간 벌어진 신경전에 쓸 여유도 없다. 모두가 꼬마와 같은 상황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흐른다. 정신이 번쩍, 이럴때가 아니다 당장 여길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