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뚜렷한 확신을 가지고 한 방향을 바라보며
한발 한발 나아가는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현실이 답답할 때면 종종 드는 생각이다. 하지만 평범한 나의 현실은, 하루에도 열두 번 마음이 오락가락 흔들리고 선택지 앞에서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고 헤매기 일쑤이다.
금수저도 아니고, 빽도 없고, 그렇다고 딱히 특출 난 재능도 없는 그야말로 평범하디 평범한 소시민. 뚜렷한 주관도 없고 우유부단한 데다 대책 없이 낙천적인 철이 덜든 40대 아줌마. 그게 바로 나다.
나는 17년 차 공무원이다.
짠내 나는 월급, 갈수록 늘어가는 민원, 비전 없는 업무.
그냥 보면 편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극한 직업. 탈출은 지능순!
사무실에서 농담처럼 회자되는 말들이다.
나도 처음에는 부푼 꿈을 안고 공직에 입사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공직이 나의 적성과 맞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상과 맞지 않는 현실을 탓하며 퇴사 노래를 부르면서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버티고 버티다 보니 어느새 17년 차가 되었다.
때로는 보람되기도 하지만, 때때로 견딜 수 없는 무기력과 싸우며 하루하루 힘겹게 버텨내는 일상.
이따금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고민도 해 보지만 답은 없다. , 삶은 어느 정도의 고행을 깔고 가는 것이고 그렇게 사는 게 당연한 줄 알고 살던 어느 날, 갑자기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적당히 열심히 살고 싶지만, 삶의 의미는 찾고 싶은 게으른 욕심쟁이.
한동안 치열하게 내 안의 나와 마주하던 어느 날, 나는 마침내 깨달았다.
'안정적인 직장에 평범한 가정'. 누군가는 배부른 소리라 하겠지만, 내게 필요한 건 삶의 의미란 걸.
남들이 말하는 정답대로 살기는 싫다. 한번 사는 인생 그냥 살아지는 것도 싫다.
나라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 속에서 삶의 보람과 의미를 찾는 사람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보다 스스로 충만한 삶을 원하는 사람이다. 인생 중반을 남의 기대와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왔다면, 남은 생은 남이 아닌 내가 정의하는, 나다운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다수가 말하는 정답이 아닌 나만의 해답을 찾기 위해.
그렇게 마흔 넘어, 뒤늦게 소설가라는 꿈과 만나게 되었다. 이과에 기계공학과를 전공한, 글이라곤 일기가 고작인 그야말로 글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던 내가. 세상은 정말 알 수 없는 요지경이다.
삶은 고달프고 지친 몸을 이끌고 또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것은 꽤나 고단한 일이다. 힘겹게 찾아낸 꿈이 있다 해도, 여전히 나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고뇌한다. 그래도 달려보고 싶은 대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냥 감사하다. 나에겐 아직 오롯이 나 자신으로 살아갈 기회가 남아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