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성한 Apr 06. 2020

나를 분노하게 하는 것들

호주 멜번에 사는 한 버스기사의 삶 이야기

예전에 여행 가이드를 했었다. 작은 미니버스를 직접 운전하며 가이드도 겸하는 그런 일이었다. 평소에도 누군가 먼 곳에서 방문하면 여기저기 멋진 곳과 이쁜 곳, 맛있는 곳과 기억에 남을 만한 곳 등에 안내해주는 것을 즐기는 편이었으니, 그런 일을 하면서 돈도 번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었다.


알다시피 멜번에서 하루 만에 왔다 갔다 할 만한 곳들 중에 알려진 곳은 많다. 뜬금없이 파도 한가운데 버티고 서있는 큰 바위가 주변의 절경을 즐길 수 있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와 조그마한 펭귄들의 몇박몇일 먹잇감 사냥 이후의 귀갓길을 볼 수 있는 필립 아일랜드(Phillip Island), 그 외에도 내가 매일 방문하고 싶어 하는 와이너리들도 많고, 배우 소지섭이 "소간지"로 재탄생한 미사거리도 멜번시내에 있으니 직항이 없음에도 한국에서의 방문객은 꽤 많은 편이다.


하루 일정을 재미나게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여행객이 묻는다.

"가이드님은 호주로 왜 이민을 오셨나요?"

늘 이야기하지만, 내가 호주를 온 이유는 한두가지가 아니고, 그런 이야기들을 두런두런 했던 기억이 있다. 그 여행객도 딸 가진 부모였는데, 그것으로 인해 더 많은 이야기가 오갔던 것이 기억난다.


이 글을 적어보려 인터넷에 부지런히 찾아보았지만, 애석하게도 원문기사를 구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의 머리가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는 신문기사 두 가지를 적어보련다.


시드니에 한국사람들이 많이 모여사는 곳 중에 스트라스필드라는 곳이 있다. 시드니 대중교통의 핵심인 기차 라인이 많이 겹치는 곳이다 보니 오가는 사람도 많은 곳이다. 여기서 한 좀도둑 둘이서 주차된 차 한 대를 털었다. 누군가 자신의 랩톱을 그냥 차 안에 두었고, 이 좀도둑들이 그 기회를 놓칠 순 없었나 보다. 차유리를 박살내고 순식간에 눈에 보이는 것들을 다 훔쳐서 달아났다. 그리고 지들의 아지트에 가서 자신들의 수거품목을 살펴보다가 놀라운 것을 발견하였다. 랩톱에서 어린아이를 상대로 한 변태적 성추행 장면이 찍힌 사진을 한 장 찾은 것이다. 이 좀도둑들의 그다음 행위가 더 놀랍다. 이들은 이 랩톱을 그 동네 경찰서에 가져다주고 신고를 하였다. 경찰에서는 이 의로운(?) 좀도둑들을 훈방 조치한 반면에, 이 랩톱의 주인을 찾아내어 구금하였다. 이후 이 짐승 같은 놈의 재판이 잡히고 그 기사가 올라왔었다.


또 다른 기사 하나이다. 착하게 생긴 노인 한 명이 앞마당을 나서는 사진이 크게 실렸고 제목으로 "나도 인권이 있다"인가 그랬던 것으로 기억된다. 짧게 요약하면, 이 노인은 예전에 아동 성폭행으로 잡혀 평생을 감옥에서 복역하고 만기 출소하여 어느 조용한 동네에서 생의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동네 몇몇이 그의 늙은 얼굴을 보고서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누군지 알아내버린 것이 문제였다. 이후로 온 동네의 오물이 이 노인네 집 앞마당으로 매일 투척되고, 혹 앞마당에서 햇볕 한번 보려면 길가던 이웃이 온갖 쌍욕을 하면서 사람 지나가니까 네 집으로 들어가라고 고함을 질러대었다. 오물투척의 간접 피해자들인 옆집 사람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그 동네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 가라고 압박하였다. 그러니, 이 양반 입장에서도 꽤 억울했었나 보다.


압권은 며칠 후의 신문에서 읽게 되었다. 독자투고란에 "그래서 기사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 "그 인간을 왜 기사로 올려서 니들 신문사의 명예를 실추시키냐?" 등등


예전에 조 뭐시기인지 뭔지가 여자아이를 잔인하게 헤치고 잡힌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이 처리되고 그 조 뭐시기가 처벌받는 것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겨우 저것뿐인가. 진짜 대한민국의 법은 저렇게 밖에 처벌 못하는가?


여행객은 나의 이야기에 고국의 처벌이 너무도 약해 빠졌다는데 동의를 하였다. 이미 벌어진 일이야 어떻게 되돌릴 수는 없다. 나도 안다. 하지만, 그 처벌을 엄중히 함으로 나중에 또 다른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음을 다 알지 않는가?


어떤 정치가가 호기심으로, 나는 입에도 올리기 싫은 채팅방을 들어가 볼 수 있다고 했단다. 그 호기심 한 번에 자신의 모든 인생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과연 누가 그 호기심을 실행에 옮길 것인가?


나는 이번에 박사방인지 뭔지 하는 것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대한민국이 모든 인력과 자금력, 외교력 등을 동원하여 앞으로 100년, 200년 동안 하나도 빠짐없이 다 잡아들였으면 한다. 죽이진 못하니 감옥에 집어넣고 그들이 가진 것 모든 것을 국가에서 몰수하기 바란다. 모든 범죄자들에게 모든 국민이 볼 수 있는 낙인을 찍어 만기출소 때 내보냈으면 하고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멜번 노선버스의 코로나 대응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