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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기자 Oct 03. 2019

[조커] 하루에 사과 하나만 먹고 23kg 뺀 남자

영읽남의 시네픽업 - 조커

'DC 코믹스' 속 희대의 빌런, '조커'의 탄생을 그린 영화 <조커>에 관한 7가지 잡지식, 지금 살펴봅니다.

1. '조커'의 기원을 다루다 

1940년 <배트맨> 1호에 첫선을 보인 빌런, '조커'는 80여 년에 걸쳐 만화책, 영화 등에서 묘사되어 왔습니다. 또한, 빅토르 위고의 소설 <웃는 남자>(1869년)의 동명 영화(1928년) 주인공, '그웬 플렌'을 연기한 콘라드 베이트의 외모가 1940년 원작 속 '조커'의 탄생 배경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죠. 그래서 토드 필립스 감독은 "'조커'의 다층적 성격 속 기원을 다루면 좋겠다고 싶었고, 어떻게 그가 '진화하고 퇴화했는지'를 그렸다. 화학 물질에 든 통에 떨어지는 코믹스 설정 대신, '현실 세계'의 관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었다"라고 밝혔죠.


<다크 나이트>(2008년)를 제작할 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참고했던 코믹스 <배트맨: 킬링 조크>(1988년)에서 '조커'는 "나에게 과거가 있다면, 객관식인 편이 낫지"라고 말했는데요. 이를 통해 토드 필립스 감독은 "'조커'가 어떤 사람인지는 영화를 어떤 관점으로 보았는지에 달렸다.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이 가능하며, 각기 다른 이론을 개진하게 되는데, 이것이 '조커'가 주는 매력이라 본다"라고 밝혔죠. 한편, 이번 영화에서 '조커'는 '트럼프'의 '조커'가 아닌, '조크를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하네요. 


2. '고담시'는 어떻게 설정됐나? 

토드 필립스 감독은 영화 속 배경 '고담시'를 1981년으로 설정하고, 이 시기 명작들을 참고했습니다. 그는 <형사 서피코>(1973년), <택시 드라이버>(1976년), <네트워크>(1976년), <성난 황소>(1980년), <코미디의 왕>(1983년) 등 어린 시절 본 캐릭터 서사에서 영감을 얻었고, 그러한 이야기의 분위기가 <조커>의 이야기와 어울린다고 밝혔죠.

이 작품들은 '고담시'의 분열된 사회에서 자신의 길을 찾고자 고군분투하는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이, 서서히 벼랑으로 몰아지는 <조커> 이야기와 유사하죠. 한편, 미술팀은 과거 뉴욕시를 닮은 어둡고, 음울하며, 거친 모습이 '고담시'라 착안하며, 뉴욕의 오래된 사진을 뒤져 적절한 수준의 그라피티와 쓰레기, 자동차 등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뉴어크에 '고담 광장' 세트를 지었고, 뉴욕 교통 박물관에서 가져온 1970~80년대 전철을 사용했고, 브루클린의 '킹스 극장'을 '웨인 홀'로 변경시켰죠. 


3. 찰리 채플린의 영화에 영감받다 

'웨인 홀'에서 상영된 영화는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1936년)입니다. 공장 노동자인 '찰리'가 한 여성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대공황 당시의 빈곤, 소득 불균형 문제라는 사회 문제와 함께 녹여낸 코미디 걸작인데요. <조커>에선 <모던 타임즈>가 상영되기 전, 빈부격차로 인해 촉발된 "우리가 모두 '조커'다"라는 의미의 시위가 등장하죠. 또한,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명언처럼, 코미디언을 꿈꾼 '아서 플렉'의 몇몇 동작은 찰리 채플린에게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4. 계단의 의미는? 

<조커>에서 '아서'는 계단을 올라가고 내려갑니다. 이 계단은 영화 속 서사를 거치면서,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변해가는 '아서'가 올라야 하는 계단을 상징하죠. 도입부에서 '아서'가 계단을 올라갈 때, 기운이 빠진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토드 필립스 감독은 "'아서'가 무거운 신발을 신고, 세상의 무게를 몸에 지고 다닌다"라고 말한 것에서 착안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계단을 내려올 때 '아서'는 완전히 다른 짐을 지니고 있는데, 이 장면에 대해서 토드 필립스 감독은 "호아킨 피닉스는 그 부분에서 너무도 꼼꼼해서, '아서'에서 '조커로 변하는 순간이 단 한 번도 보이지 않고, 모두 계산된 속도로 표현됐다"라고 말했죠. 

5. 호아킨 피닉스를 위해 쓴 시나리오 

토드 필립스 감독과 공동으로 시나리오를 쓴 스콧 실버는 처음부터 호아킨 피닉스를 '조커'로 염두에 뒀습니다. 1년 동안 두 사람은 뉴욕의 작은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만들었고, 2017년 초고가 나온 후, 호아킨 피닉스도 함께 아이디어를 내며 시나리오를 완성했죠. 호아킨 피닉스는 '아서'를 표현하고자, 하루에 사과 하나만 먹으면서 23kg 가까이 감량했는데, "캐릭터가 굶주려 있으며, 건강하지 않아 보이고, 영양실조 상태의 늑대처럼 보이길 바랐다"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아서'는 사회복지사의 조언을 통해 그림, 산문, 상상이 담긴 일기를 쓰는데, 호아킨 피닉스가 직접 글을 쓰면 소품팀이 이를 스캔해, 두 명의 아티스트가 그린 그림과 함께 배치했죠. 


6. '조커'의 춤과 음악은? 

토드 필립스 감독과 호아킨 피닉스는 '아서'와 조커'의 머릿속엔 항상 음악이 흐르고 있다고 설정해 이를 춤으로 표현했습니다. 또한, 힐더 구드나도티르 음악감독은 각본을 읽고 느낀 감정을 토대로 음악을 표현했는데요. 주변 환경과 사람들의 반응 때문에 '아서'가 처절하게 세상에 어울려보려고 노력하는 캐릭터라는 점을 본 후, '아서'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음악적으로 단순한 멜로디로 해석했죠. 화음이 있거나, 복잡한 음악은 아니지만, 단순한 음악에서 관현악으로 확장해 인물이 가진 우울함을 담은 것인데요. 촬영 중 감독과 배우에게 첼로 음악을 들려줬고, 호아킨 피닉스는 그 음악에 맞춰, '아서'의 우아한 기품 속 숨은 그림자의 모습을 담아낸 춤을 추면서 '조커'의 변신 시작점을 만들어냈습니다. 

7. '아카데미 수상' 의상감독의 센스 

<조커>는 <아티스트>(2011년), <팬텀 스레드>(2017년)로 아카데미에서 두 차례 의상상을 받은 마크 브릿지 의상감독이 참여했습니다. 그는 특정한 색상의 범위와 색 조합 내에서 파랑, 갈색, 적갈색, 연보라색, 회색, 남색, 카키색 등 1980년대의 색채를 고수하면서, 저절로 다른 시대의 느낌이 풍기도록 '조커'의 의상 디자인을 맡았죠. 다만 어두운 주황색과 녹색은 1970년대에 주로 사용된 색상이지만, 영화의 분위기에 맞춰 부분적으로 사용했다고 하네요. 한편, 촬영 6개월 전 피팅을 시작했지만, 촬영이 시작될 무렵 호아킨 피닉스의 몸매가 달라졌기 때문에, 마크 브릿지 의상감독은 그의 몸의 변화에 맞춰 의상 디자인을 조정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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