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엄마랑 동네 마실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본 적이 있다. 은행 건물 위로 재빠르게 떨어지던 선명한 광원. 별똥별이 아닐 리가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아닐지 모르니 집에 돌아와 포털사이트에 '초록색 별똥별'이라고 검색했다. 종전에 내가 본 것과 비슷한 이미지들이 여럿 나오고, 나와 같은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혹자는 이거 별똥별 맞느냐고 물었고, 혹자는 별똥별의 봤다고 단언했다. 역시 내가 본 건 유성이 맞았다.
짧고 굵은 궤적을 그리며 순식간에 사라진 초록 유성을 발견했을 때 나는 엄마와 한참 대화 중이었는데, 그때 나눴던 대화가 뭐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일상의 평범한 주제로 생각보다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기억은 난다. 감히 별똥별조차 끼어들지 못할 정도로 대화가 무르익었던 순간인데 잠시 고개 돌린 틈에 그게 보였다.
보통 별똥별을 보면 소원을 빈다더라. 그럼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친 행운 앞에 이때다 하고 마음속 깊이 품어둔 소원을 후딱 꺼낼 재간 따위 나에겐 없었다. 있었다한들 물리적으로 어떤 문장을 말하기엔 너무 다급한 시간이었기에 어리바리하다가 순간을 놓치고 말았을 테다. 소원이랄 게 '돈 줘'와 같은 어긋난 인성에 따른 명령이 아닌 이상 말이다.
그래도 내가 만난 행운의 순간마저 부정하고 싶진 않았다. 난 그날 그 자리에서 쉽게 마주치기 힘든 현상을 목도했고, 그 순간 엄마와 함께 있었다. 난 그 사실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내 삶에 있어 마지막까지 사수해야 할 조각은 결국 가족이다. 그리고 딸에게 있어 엄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의문의 초록이 빛난 순간 별은 어련히 내 속을 훑고 지났으리라. 빌지 않았다고 넌 기회를 놓쳤다며 약 올리는 것이 아닌 찰나의 눈 맞춤만으로도 내게 어떤 기회를 준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충분히 합리화로 들릴 수 있겠지만 밑져야 본전 아닌가. 못 본 사람도 있을 텐데,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