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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에 대한 고찰

by 잎새 달 이레

'네 취향은 뭐야?' 혹은 '내 취향은 뭘까?'


살다 보면 한 번쯤 고민할 법한 일이지만, 위 질문에 단번에 대답한 적은 손에 꼽힌다.


누구는 소녀 감성이고, 누구는 빈티지 감성이고, 누구는 오로지 블랙만을 선호했다. 이렇듯 각자만의 개성이 뚜렷한 사람을 나는 늘 동경했다. 나는 이것도, 저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무색무취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렇게 세월이 흘러 적지 않은 나이가 되었음에도 다른 이들에게 견고한 취향의 영역이 나에게는 한낱 아지랑이처럼 연약하기 이를 데 없었다. 잘 모르겠기에 누군가를 따라하기 바빴고, 따라하다 보니 더 모르겠더라. 창조는 모방에서 비롯된다는데 나의 도전은 늘 모방으로만 끝나는 듯했다.


그런 생각에 조금 위축되어 갈 즈음 든 생각은 '내가 경험이 부족하구나'였다. 선택지가 좁아서, 나의 경험 폭이 좁아서 판단 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결국 모든 결과는 시도로부터 비롯되는 것이었다. 성공이든 실패든 시도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존재했다.


가령 어떤 옷이 나와 어울리는지 모르겠다면 일단 무작정 입고 봐야 했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웠던 나는 무얼하든 무조건 성공에 가까운 선택을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모든 선택의 기준은 최대의 효율이었고, 항상 재고 따져야만 했다. 좋게 말해 신중한 결정이었지, 그 과정에 나의 선호는 늘 뒷전이었다. 이 기조는 비단 쇼핑뿐만 아니라 삶 전반에 드리웠다.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알고, 보는 것과 겪는 것은 엄연히 다른 법이거늘 나는 가능하면 안전하려고 대다수의 의견을 따라 남의 말에 기댔다. 그렇게 살다 보니 나만의 것을 형성할 토대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이 단순한 이치를 모르고 살았던 지난 세월이 허탈하다.


이제부터라도 난 나의 취향을 찾기 위해 애쓰고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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