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를 하겠다고 돈을 모아 상경해 서울에서 머물던 그때의 이야기.
MBC 방송아카데미를 수강하며 잠시나마 잠실새내 고시원에 터를 잡고 3개월 동안 서울살이를 하던 그 시절, 아마 그 맘 때 발매된 노래였을 것이다. 악동뮤지션의 '오랜 날 오랜 밤'에는 그 시절의 내 모습과 감정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노래가 주는 힘은 참으로 묘하다.
그저 자주 들었던 노래일 뿐이지만, 이상하게도 그 아련한 음정에는 내 시절이 배어버렸고 힘들었거나 슬픈 기억은 아니지만 유난히 미화된 추억이 서려버렸다. 잠실새내 어딘가 위치했던 MBC 아카데미에서 보냈던 그 시간들이, 각지에서 각각의 전공으로 만났던, 한 꿈을 꾸던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이상하게도 그립고 애틋하게 배어있다.
이제는 어디서 무얼 하는지, 방송작가를 계속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나조차 어떻게 사는지 당신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지만 유난히 아름답게 남은 추억 한 조각.
노랫말에 현혹당했는지, 멜로디에 사로잡혔는지, 이유는 알 수 없어도 충분히 아름다웠던 그 순간.
'밉게 날 기억하지는 말아 줄래요'라는 말마따나 나의 어색한 모습마저도 그들에게 밉게 남아있진 않기를,
나의 추억엔 '당신의 흔적이 지울 수 없이 소중'하기 때문에 부디 나의 추억도 그러하길.
아카데미에서 고시원까지 이어지던 그 골목에서 바라보던 롯데타워의 반짝임이,
부디 그들의 삶에 반짝이는 빛으로 작용하고 있길 바란다.
우연히 플레이 리스트에서 흘러나오는 그 노래를 듣다 보면
나는 힘 없이 또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흠뻑 빠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