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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영준 Dec 06. 2020

글쓰기법칙

31_줄여 쓰세요.

금맥은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금을 캐는 과정에 대해 말하면 사람들은 흙 속에 작은 금덩어리가 들어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경우에는 사실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금맥을 아무리 파도 보통 사람의 눈에는 금이 잘 보이지 않죠. 광산을 운영하는 사람에게 들은 적이 있는데, 전에는 금광맥에서 캐낸 흙 1톤 속에서 3~4그램 정도의 금을 캘 수 있다고 합니다. 요즘처럼 금값이 비싸면 광석 1톤에 1.8그램 정도만 금이 들어 있어도 수지가 맞는다고 합니니다. 책도 이와 비슷하죠. 책 한 권에서 좋은 문장 한두 개만 건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횡재를 한 것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20년쯤 전에 수녀 출신의 비교종교학자인 카렌 암스트롱이 쓴 『신의 역사』를 읽다가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종교학 관련 책은 처음이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개념과 용어로 혼란스러운 책 읽기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신의 역사 2』는 유대교와 기독교 신비주의자들에 대한 설명이 있었는데 거의 대부분 처음 듣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이해가 느렸고, 그다음 장을 읽을 때쯤이면 앞 장에 읽은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결국 나는 책을 옮겨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눈으로만 읽는 것보다는 쓰면서 읽을 때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었죠. 어려운 책을 만나면 아예 책의 처음부터 필사하면서 읽기 시작하는데, 그러다 보면 그 책의 기본 개념이나 작가의 리듬과 속도에 익숙해지면서 한층 수월하게 읽을 수 있게 됩니다. 이 책도 어느 정도 베껴 쓰며 읽다 보니 그 책의 내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기억해야 할 부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후에는 책을 이해하기 위해 시작한 베껴 쓰기가 중요한 부분만을 간추려 쓰며 읽기로 바뀌었죠. 그렇게 내용을 줄이다 보니 책 한 권이 나중에는 열 페이지 정도의 노트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금맥에 금 덩어리가 들어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책 한 권이 모두 금 덩어리일 수는 없습니다. 핵심적인 내용을 풀어가며 설명한 부분을 제외하고 핵심이 되는 부분만을 추려 놓으면 그때 비로소 독자의 금덩이로 태어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을 때 핵심을 정리하는 연습을 하면 생각의 속도가 빨라집니다.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정확히 인지할 수 있게 되기도 하고요. 앞으로는 책을 읽을 때 책 전체의 내용을 간추리는 연습을 해 보세요. 정리하면서 책을 읽으면 처음 시작할 때는 속도가 나지 않는 것 같아서 갑갑하지만 나중에는 그냥 읽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은 것이 안에 쌓이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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