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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영준 Dec 09. 2020

글쓰기법칙

34_간추린 부분을 대표하는 문장 찾아내기

졸여 쓰기의 마지막은 전체를 대표할 문장을 찾는 것입니다. 무작정 줄여 놓은 문장은 그 자체로 전체를 대표하지 못합니다. 독자의 기억이 돕지 않는다면, 그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하죠. 줄여 놓은 문장 속에 중요한 요소들을 마지막 문장에서 녹여내지 못한다면 줄인 문장은 방향을 잃고 헤매게 됩니다. 따라서 마지막 문장은 전체를 대표하는 몇 마디가 되어야만 합니다. 그 문장은 책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일 수도 있고, 독자의 시각에서 다시 쓴 문장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 문장만으로 전체를 조망할 수 없다면 그 문장 주변에는 마지막 문장을 이해할 수 있는 각종 콘텍스트를 깔아 두어야 합니다. 모든 책이 그러하듯 '간추린 노트'도 그 마지막은 전체를 대변하는 문장으로 채워져야 하죠. 책 전체를 무작정 줄이는 것에만 집착하기보다는 원문의 감동을 남기면서 줄일 수 있도록 문장의 총분량을 조절해야 합니다.


잘 쓰려면 좋은 독서가가 되어야 합니다. 문장을 줄여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장을 완전히 이해한 사람만이 그 문장을 가장 짧게 고칠 수 있습니다.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떤 것이 중요한 부분인지 알 수 없으므로 장황하게 많은 것을 옮겨 적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책이 노트로 간추려지지 않습니다. '간추린 노트'를 쓰려면 그 책을 제대로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우리는 졸여 쓰는 과정을 통해 더 이상 더할 것 없는 완벽한 글을 쓰려는 것이 아닙니다.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문장이야말로 완전한 것이죠. 소설가 김훈은 "이순신 장군이 언제 어떤 경우에나 사실에 입각해서 글을 쓰고 행동을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에 근거하는 문장은 장황한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상상 속의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만 사실은 일반적인 이해의 범주를 벗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깔끔하게 써도 이해가 됩니다. 상상한 것을 쓰려면 장황하고 두서없는 글이 되기 쉽지만, 직접 본 것을 설명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을 중심에 두고 그것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을 몇 가지만 나열해도 상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죠.


'사실'은 그 자체로 좋은 글감이며, 그 자체로 전달력이 있습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장황하게 설명하지만, 사실을 말하는 사람은 어딘지 모르게 간결하고 그 안의 표현도 서로 아귀가 잘 들어맞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가장 깔끔한 글은 '사실'에 입각한 글입니다. 지금 읽고 있는 텍스트는 '사실'입니다. 그것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졸여 쓰기의 핵심이죠. 거기에 자기 생각이 들어가면 글은 장황해지고, 만약 그 생각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면 옮기는 글은 더욱 우왕좌왕하게 마련입니다.     


졸여 쓰는 모든 것은 읽고 있는 책의 '사실'입니다. 그것을 그대로 옮기면 됩니다. 만약 옮겨 적는 것이 구태여 따로 설명할 것이 없는 것이라면 글은 점점 더 단순해지고 깔끔해집니다. 어쩌면 그렇게 만들어진 글 속에 명문名文이 들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좋은 문장은 필요 없는 모든 것을 거둬낸 후에 남는 '핵심'이며 '정수精髓'이니까요. 책을 졸여 쓰면서 소감의 형식으로 사족蛇足을 다는 경우도 많이 보는데, 가급적 그러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옮겨 적은 원래의 문장에서 충분히 감동이 드러나는데도 소감의 형식으로 또 다른 너저분한 문장을 달아 놓는 것은 희극 공연을 보면서 먼저 웃음을 터뜨리는 무능력한 희극배우의 의미 없는 행동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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