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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Jul 27. 2021

선녀와 나무꾼

선녀는 엄청 강한 여자였다. 아니면 배신감에 이를 갈며 살아냈었을지도.

티볼리를 살까 티볼리 에어를 살까.. 옵션은 뭘로 넣을까. 어제저녁 퇴근길은 룰루랄라 신났었습니다.

오늘 퇴근길도 신날 줄 알았는데,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길한 기운.

아이들이 참 보고 싶네요. 셋째와 넷째는 특히 저를 많이 찾는데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내일은 퇴근하고 곧바로 집으로 건너가 셋째와 넷째와 시간을 보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기분이 더 다운되지 않게 해야 해서... 지름신 강림을 반겼습니다. 캠핑 굿즈를 판매한다는 카페에 전화를 걸어 랜턴과 체어 수량이 남아있는지 확인하고 곧바로 달려갔지요.


운전대를 잡고 신호대기를 하고 있는데, 문득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결론이 어떻게 끝났었더라... 선녀는 애를 셋을 낳았나 넷을 낳았었나.. 양쪽 팔에 한 명씩 안고 뒤에 한 명 업고, 앞에도 한 명 안았었던가? 하얀색에 가까운 옥빛 고운 한복을 입은 선녀는 그렇게 하늘로 올라갔고, 황망히 그 모습을 쳐다보던 나무꾼의 모습이 생각이 났습니다.


선녀.. 참 대단하네.. 어쩜 독한 여자일지도 몰라. 남편도 아이들이 그리울 텐데, 아빠에게는 기회를 주지도 않고 하늘로 돌아간다고 통보도 안 하고 그 많은 아이들을 주렁주렁 달고 하늘로 올라갔다니!

강한 여자인가? 독한 여자인가? 어쩜, 선녀 옷을 훔쳐서 하늘로 못 올라가게 한 나무꾼을 평생 저주하고 증오하며 살았을지도 몰라. 그 감정을 꼭꼭 숨겨놨었겠지.. 기회를 봐야 하니까. 몰래 떠날 수 있는 기회. 아이들과만 떠날 수 있는 기회.


선녀의 아이는 셋이었을까 넷이었을까... 제발 넷이었으면 좋겠다... 넷을 델고도 하늘로 돌아갈 수 있다면 희망적인 이야기일 텐데..


빨간 신호등을 대기하고 있던 몇 분 동안 든 생각이 웃펐습니다.

나는 넷 중 둘만 데리고 나와야 하는 상황인데, 싸울 힘도 없고, 그렇다고 다 내가 키울게! 돈도 필요 없고 다 필요 없어!!! 하고 당당히 칠 힘도 없는데... 선녀는 엄청 이를 갈고 살았었나. 어쩜 저리 용감하고 멋있고 뒤통수 제대로 칠 수 있는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선녀의 반의 반의 반만이라도 닮고 싶다... 제 속마음입니다.



냉전이 오래 지속되었을 때, 남편은 얼어붙은 사람 같았습니다. 안방에서 나오지 않고, 저의 퇴근시간이 될 때까지 아이들의 저녁도 안 챙겨줬었죠. ( 아.. 저의 남편은 현재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 한 해는 엄마인 제가 휴직을 했었고요. 올해는 남편이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기로 했었죠. 코로나로 아이들의 보육이 문제였거든요. 그리고 남편은 건물주입니다.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개인사업도 하고 있고요.) 짜장면이 먹고 싶다는 아이들에게 "엄마에게 시켜 달라고 해" 결국 아이들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저에게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이야기했었지요. 짜장면집에 짜장면값을 계좌 이체하면서, 남편도 카드가 있고, 남편 통장에는 나보다 더 돈이 많은데 왜 엄마한테 시켜달라고 하라 할까.. 남편의 마음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원룸으로 나오고 나서야 남편은 우리 부부 사이의 심각성을 인지했고, 왜 이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가에 대해서 구구절절 쓴 글에 무조건 미안하다, 다 잘못했다. 자신이 모자라고 모질었다. 그러니 돌아와 달라.. 이야기했었죠.


7월 마지막 주는 고등학교, 중학교 2명의 영어/수학 학원비, 초등학생 영어학원비, 태권도비... 총 6개의 학원비 결제가 있는 주입니다. 남편에게 이번 달은 아이들 학원비 결제 좀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알겠다고 하더군요.... 월요일 영어학원 2개를 남편의 카드로 결제했고, 화요일 수학학원 2개를 납부하는 날입니다. 큰아이가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 아빠가 엄마카드 받아서 결재하래"

도대체 저는 남편의 마음이 이해가 잘 안 됩니다. 저 의미는 뭘까. 나 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니돈 내 돈 안 따지고 카드 줄 것 같은데 왜 아이들에게 엄마한테 카드 달라고 하는 걸까?

저는 어른들이 아이들 앞에서 네가 학원비 내, 니가 학원비 내.. 그런 실랑이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내일 아이에게 제 카드를 줄 것입니다.


그렇게 결혼생활 18년. 직장생활 20년. 육아휴직으로 4년 반 쉬었고 총 15년의 직장생활 동안 저는 제 월급으로 생활비를 냈고, 남편은 모자라는 생활비를 보태고, 그 외 돈은 열심히 재테크를 해서 재산을 모았지요. 이혼의 목전에 서니 저는 빈털터리. 남편이 나눠주는 재산을 감사하게 받아야 하고, 여전히 저의 월급은 아이들의 학원비, 식비, 의복비, 문화비 등등으로 지출하고 있습니다.


뭐... 이 하얀 공간에 남편을 고자질하듯이 외치는 것은 아닙니다. 어리숙하고 바보 같은 저의 모습을 고자질하는 거지요.  어찌 사람이 이리도 맹~하고 멍~하고 띵~~~ 할 수가 있을까요?




<랜턴, 체어, 테이블... 가득가득 방안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내마음 >

원룸으로 독립 후 저는 미친 듯이 돈을 쓰고 있습니다. 첫날에는 만원이 넘는 떡볶이를 시켜먹었고요, 둘째 날은 2만 8천 원짜리 오징어 물회를 ~ 혼자 다~~ 먹어버렸습니다. 오늘은 십일만원을 주고, 카페의 캠핑 굿즈를 모셔왔지요. 캠핑의자와 캠핑 테이블과 랜턴. 허~한 제 마음을 이렇게 채우고 있나 봅니다. 텅텅 비었던 원룸에 매일매일 용품이 하나둘씩 늘어서 다시 집에 돌아갈 때는 제 차 모닝에는 다 실리지 않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마음은 허한데, 공간은 가득가득 채워지고 있는 아이러니. 

차도 꼭 사렵니다. 저는 현금이 하나도 없습니다. 카드만으로도 차를 살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네요.

그까이것 차 한 대! 뽑지머. 나는 20년 차 직장인이니까요. 저는 평사원이 아니니까요!

저도 건물까지는 아니지만, 내 거 뭐하나 꿰차고 있어야겠습니다. 제명의로, 보험료가 비싸지더라도 제 명의. 제 이름으로 살 것입니다! 곧 지릅니다! coming soon!


선녀처럼 독한 여자. 강한 여자였으면 좋겠습니다. 이도 저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이 넷 안고 업고 달고 하늘로 올라가 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선녀가 무척이나 부러운 밤입니다.  


<에필로그>

다시 읽어보니 한글 오타에 영문 오타에 난리 났네요. 제 글은 개요도 없고, 퇴고도 없는 쓰레기 같은 글입니다. 도대체가.. 여러 번 읽어보고 수정하면서 쓸 수가 없습니다. 찰랑찰랑 넘쳐날 것 같은 감정들을 빨리 걷어내지 않으면 큰일 날 것만 같거든요. 이런 정신없는 글, 문단의 분량도 들쭉날쭉한 글. 그래도 쓰면서 저는 정신을 차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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