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선물이다

좋은 사람 덕분에 보너스가 딸려오기도 한다

by 다카포

S언니와 오랜만의 만남이었다. 한 3년 만인가? 언니는 내가 방황하던 첫 직장 생활 시절, 내가 회사를 가고 싶게 만드는 몇 안되는 존재였다. 꼭 술자리에 가지 않아도 대화가 되던 사이였고, 1년 먼저 입사한 옆 팀 막내여서 나의 힘듦을 잘 이해해 주었다. 나의 어리숙한 질문에도 미소로 가르쳐 주던 존재였다. 1년이나 지났을까? 언니가 조금 더 수학 공부를 하고 싶어 대학원을 가게 되었다. 퇴사한다는 발표를 하던 날 충격이 너무 컸지만 언니의 길을 축복하는 마음으로 꾹 참고 귀가했는데 꿈에서 언니더러 가지 말라고 울부짖었다. 언니도 직장에 대한 첫 정이 컸던지 어느 날은 눈이 퉁퉁 부어서 왔었는데 토끼같이 붉어져 있던 언니 눈과 마주친 나는 그만 꿈에서 울던 것처럼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다. 누가 보면 친자매가 멀리 떠나는 줄 알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결혼하고 아이 셋의 엄마가 되는 동안 언니는 돌고 돌아 다시 업계로 돌아왔고 착실히 자신의 자리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발레를 좋아해서 오랫동안 배워왔는데 아이들 어릴 때 우리 집에 놀러 와서 우리 공주들에게 발레 스트레칭도 알려주었다. 엄마가 좋아하는 이모라서 아이들이 기억하기 쉽도록 ‘발레 이모’라고 호칭을 붙여주었다. 서울에서 더 서쪽으로 이사를 오는 바람에 가볍게 초대하기 어려워지기도 했고 나 또한 이직을 하면서 눈코뜰새 없이 바빠져서 밖에서 한 해에 한 번 정도는 만났다. 컨설팅 업무를 하면서 업계 환경이나 제도 변화 등에 대해 일적으로도 도움을 적잖이 받았다. 그 덕분에 보험 전문가로 회사나 고객사에 신뢰를 쌓아갈 수 있었다.

언니와의 인연이 또 하나 있는데 생일이 엇비슷하다는 것이다. 언니가 하루 먼저 생일이고 그 다음 날이 내 생일이다. 매해 생일 즈음에 인사라도 나누는데 휴직 들어오고는 그 인사마저도 깜빡했다. 3월은 아이들이 새학년에 적응하는 시기이기에 몇 배로 더 바쁘게 일상이 돌아갔다. 휴직하던 해에 둘째가 초등학교를 입학했고, 그 다음 해는 막내가 입학했다. 올해는 총회며 참관 수업이 더 이른 시기에 진행된 덕분에 더 정신이 없었던 거 같다. 그런데 오랜만에 언니의 반가운 인사!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바로 언니와 약속을 잡았다.


마침 언니가 휴가 일정이 있어 언니와 집중해서 놀기 위해 바로 다음 날 있을 수학교육 강연 자료도 일찌감치 만들어두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익선동에서 만나기로 해서 인근의 북 카페에서 두어 시간 보내고 갈 생각으로 책을 들고 갔는데 이른 시간에 연 카페가 많이 없어서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간판도 없어서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낭낭하게 인사해 주신 사장님 (맞겠지?) 덕분에 간판이 없어 지나칠 뻔 했다고 웃으며 대화를 건넸다.

창덕궁 인근이라 그런지 외국인 커플도 보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초록초록한 돌담길로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더해졌다. 커피가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싶었는데 왠걸, 부러 찾아와 주어서 고맙다며 구움 쿠키와 함께 예쁘게 커피를 내 오셨다. 혹시라도 내 말이 컴플레인으로 다가갔을까 적잖이 걱정이 되면서도 미소로 건네주신 커피 트레이에 그런 우려도 금새 눈녹듯 사라졌다. 가져간 책이 ‘경험의 멸종’ 이었는데 오히려 이 책이 매개가 되어 사람 사이의 정을 느낄 수 있게 된 게 신기해 독서 모임과 글벗 톡방에 종알종알 이야기를 나눴다. 정말 편하게 책 읽을겸 쉴 겸 시간을 보내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카페를 나섰다.

언니를 만나러 가는 골목 골목에 햇살이 얼마나 예쁘게 내려앉던지. 좋은 사람을 만나러 가려니 좋은 이벤트도 생기고 너무 좋았다. 몇 년 만의 공백이 무색할 만치 언니와 몇 시간을 이야기 나눴다. 음식 맛은 솔직히 크게 기억 나지도 않는다. 아이들 하교 시간이 다가와 인사 나누기 좋은 타이밍을 마음 속으로 재며 언니와 얘기하는데 언니의 깜짝 고백이…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일어설 수가 없었다. 너무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 이런저런 먼저 지나온 인생의 날들을 생각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이야기로 언니를 격려하고 축하해 주었다. 내가 다 기대되는 언니 인생의 새로 올라가는 막. 따뜻하게 허그를 나누기 정말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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