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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근 오 분전 Aug 04. 2020

윤석열과 <검찰 나르시시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추억하며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범죄가 난무하던  2054년 워싱턴 D.C. 는 살인을 예측해 범인을 미리 체포하는 <프리크라임 시스템>을 통해 범죄율을 낮추는 데 성공한다.  경찰은 세명의 예언자들의 뇌에 있는 예지 이미지를 근거로 미래의 범죄자와 범죄 시간과 장소를 지목하여 범죄를 예방한다. 주인공 '존'은 여기에 소속된 유능한 체포 팀장이다. 어느 날 <시스템>은 새로운 살인사건을 예지 하는데, 살인범으로 지목된 이가 다름 아닌 '존'이다. 갑자기 쫓기는 신세가 된 그는 결백함을 밝히기 위해 분투하고. 그 과정에 <시스템>의 오류를 숨기기 위한 음모가 있음을 알아낸 후, 세명의 예지자 중 한 명이 내놓는 소수 의견인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찾아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고 <프리크라임 시스템>의 비밀을 밝혀낸다.

오늘 무소불위 윤석열이 신임 검사들 앞에서 “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에  당당히 맞서야”하며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해야 한다는 도발을 했다.  검언유착 당사자인 한동훈은 이동재와의 대화에서  “ (권력자들이) 억울하더라도 일단 (검찰에게) 걸렸을 때"는 자신의 혐의를 "입증을 해보라"며 반발하지 말고 죄를 인정하고 벌을 받아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이 말들이 자꾸  오버랩되면서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프리 크라임 시스템>이 생각이 났다.  혹시 윤석열과 한동훈도 자신들은 완전 무결한 <검찰 시스템>의 집행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이들 머릿속에는 영화 속 근미래 디스토피아적 사회의 <프리크라임 시스템>과 유사한 사법 시스템이 프로그래밍되어있는 듯하다. 즉, 모든 정치권력은 당연히 비리의 온상이며 근본적으로 부패하다. 그리고 이 사악한 권력은 항상 힘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려 한다. 이러한 세상 속에서 검찰은 이들을 수사하여 단죄할 수 있는 합법적이고 정의로운 유일한 조직이다. 권력의 부패에 맞서는 것은 민주주의 체제 수호자인 검찰의 존재 이유이자 숙명이다.  

이러한 검찰의 수사권을 제한하려는 외부의 시도는  권력의 비리를 감추려는 명백한 권력남용이며 민주주의 파괴행위다. 따라서 검찰의 독립성을 방해하는 권력은 도덕적 정당성을 상실한 권력이며  민주주의의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정권이다. 이러한  권력에 대해 강력한 수사권으로 맞서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고 헌법가치를 지키는 것이다.  영화 속 절대 정의의 상징인 <프리크라임 시스템>처럼  대한민국의 <검찰>은 범죄로부터 우리 사회를 지킬 수 있는 사법 시스템이다. 이것은 매우 정의롭고 오류가 없으며 어떠한 견제와 제약도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는 누군가가  <검찰 시스템>의  눈에 거슬리는 순간 "권력형 비리"라는 검색어로 찍히게 되고 사돈의 팔촌까지  쑤시고 털려서 티끌이라도 나온다면  그는 무조건 죽일 놈이 되는 것이다. 그가 억울하건, 모략에 빠졌건, 공평하지 않건, 실제로 나쁜 놈이건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검찰에 끌려 나와 무릎 꿇린'것 만으로  그는 무지 나쁜 놈이고 검찰은 충분히 정의로운 것이다.  이후 재판에서 밝혀지는 무고함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시스템의 안정적 작동을 위해서는 '존'과 같은 희생양도 필요하다. 최후의 승자는 항상 무오류의 검찰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무소불위  검찰의,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사법정의'에 심취한 검찰 권력  중독자들은 자신들이 권력의 부정부패를 처벌하고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민주주의 수호자라는 착각에 빠져있다.  주화입마(走火入魔)되어 스스로 괴물 권력이 되어버린 자신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오로지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정의로운 세계관' 속에서 자아도취의 황홀경에 빠져있는 '검찰 나르시시스트' 들인 것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프리크라임 시스템>의 오류가 드러나자 이를 은폐하려고 한다.  이들은 시스템의 오류를 인정할 수 없었다. 모든 범죄가 예방되는 세상이라는 미몽에서 깨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이 시스템을 이용해 얻은 자신들의 권력을 내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검찰은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사법제도를  이용하여 스스로가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되어버렸다.  대한민국 검찰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권력에 맞서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누려온 권력의 기반이자 특권 시스템을 내려놓을 수 없기 때문에 저항하는 것이다. 검찰 스스로의 자발적 내부개혁이 아닌 외부로부터의 강력한 제도적 검찰개혁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윤석열 #한동훈 #검찰개혁 #마이너리티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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