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찬우 Jul 31. 2021

오늘, 아이스티노를 마셨다

달달한 첫맛에 쌉쏘름한 끝 맛

방학 한 지 2주가량이 되었다.

학기 중에는 일을 배우느라, 그리고 제로 상태에서 네 과목 수업을 준비하고 해내느라, 눈치 굴려가며 사회생활을 하느라 힘이 들었다. 쉴 새 없이 출력되는데 입력되는 건 없는 상태였달까. 나는 계속 비워지기만 하는 일상을 어떻게든 채워보기 위해 운동, 드라마 보기, 독서, 공부,  글쓰기를 했다. 그중에서 내게 가장 필요했던 건 운동과 공부지만 나에게 삶을 지탱할 힘을 준 건 독서 후 감상을 나누고 글로 남기는 일이었던 것 같다.


방학 때는 새 학기를 버틸 수 있는 연료를 듬뿍 채우고 싶었다. 나는 나에게 삶을 지탱할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잔뜩 만들어주자고 마음먹었고,  그렇게 부모님이 계신 대구에 내려와 매일 스터디 카페를 다니면서 학기 중에도 나를 지탱해주었던 임용고사 공부, 독서, 글쓰기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올해는 대구보다 서울이 더 덥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위가 만만치 않다. 특히, 기둥과 벽이 없는 원룸에서 잘 때는 느끼지 못했던, 에어컨 바람이 벽에 부딪쳐 집 전체를 순환하지 못해서 생기는 세미 열대야에 새벽에 한두 번씩 잠에서 깬다. 이 때문일 거다. 아마도 내가 일하지 않고 나를 위해 연료를 주입해야 하는 귀한 방학 기간에, 작지만 소중한 월급을 쪼개어 공간 대여료를 지불하고 스터디 카페에 왔음에도 졸음으로 1/4를 날리는 건.


졸음에는 역시 커피다. 그런데 해야 할 일을 하기 싫어서 어딘가 징징거리고 싶은데 다 큰 어른이 되어 그 어디에도 징징 거릴 수 없다면? 그럴 땐 설탕에 바로 반응하는 호르몬의 힘을 빌려야 한다.

나는 기분 좋아지는 호르몬이 뿜어져 나오기를 바라지만 우유가 들어가서 묵직한 목 넘김을 느끼고 싶지는 않을 때 아이스티에 샷을 추가한다. 아샷추; 아이스티노다.


아이스티노는 우유맛도 시럽 맛도 나지 않지만 대신 아이스티의 달달하고 향긋한 맛이 쌉쏘름한 에스프레소 맛을 감싸준다. 너무 달지도,  너무 쓰지도 않고 믹스커피나 라떼를 마셨을 때 느껴지는 특유의 잔여감도 없다.

나는 주로 편의점에 파는 팩 아이스티를 하나 뜯어서 텀블러에 얼음과 함께 부은 뒤 전자동 커피머신에서 내린 샷을 하나에서 두 개 추가한다.

만약 아이스티 가루를 이용한다면 물 230ml 정도에 큰 티스푼으로 가루 두 스푼을 추가하고 샷을 하나 넣으면 적당할 거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되면 내가 경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잃어가는 것 같다. 일하는 동안에는 너무도 바랐던 쉬는 시간인데, 졸음과 투정으로 채운 날들이 많았다.

이런 나를 채찍질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오늘만큼은 인생은 쓰기만 하진 않은 일상의 연속이라는  마음으로, 무겁지도 과하지도 않은 달달쌉쏘름함과 함께 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외할머니를 보내드리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