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이스티노를 마셨다
달달한 첫맛에 쌉쏘름한 끝 맛
방학 한 지 2주가량이 되었다.
학기 중에는 일을 배우느라, 그리고 제로 상태에서 네 과목 수업을 준비하고 해내느라, 눈치 굴려가며 사회생활을 하느라 힘이 들었다. 쉴 새 없이 출력되는데 입력되는 건 없는 상태였달까. 나는 계속 비워지기만 하는 일상을 어떻게든 채워보기 위해 운동, 드라마 보기, 독서, 공부, 글쓰기를 했다. 그중에서 내게 가장 필요했던 건 운동과 공부지만 나에게 삶을 지탱할 힘을 준 건 독서 후 감상을 나누고 글로 남기는 일이었던 것 같다.
방학 때는 새 학기를 버틸 수 있는 연료를 듬뿍 채우고 싶었다. 나는 나에게 삶을 지탱할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잔뜩 만들어주자고 마음먹었고, 그렇게 부모님이 계신 대구에 내려와 매일 스터디 카페를 다니면서 학기 중에도 나를 지탱해주었던 임용고사 공부, 독서, 글쓰기를 더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올해는 대구보다 서울이 더 덥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위가 만만치 않다. 특히, 기둥과 벽이 없는 원룸에서 잘 때는 느끼지 못했던, 에어컨 바람이 벽에 부딪쳐 집 전체를 순환하지 못해서 생기는 세미 열대야에 새벽에 한두 번씩 잠에서 깬다. 이 때문일 거다. 아마도 내가 일하지 않고 나를 위해 연료를 주입해야 하는 귀한 방학 기간에, 작지만 소중한 월급을 쪼개어 공간 대여료를 지불하고 스터디 카페에 왔음에도 졸음으로 1/4를 날리는 건.
졸음에는 역시 커피다. 그런데 해야 할 일을 하기 싫어서 어딘가 징징거리고 싶은데 다 큰 어른이 되어 그 어디에도 징징 거릴 수 없다면? 그럴 땐 설탕에 바로 반응하는 호르몬의 힘을 빌려야 한다.
나는 기분 좋아지는 호르몬이 뿜어져 나오기를 바라지만 우유가 들어가서 묵직한 목 넘김을 느끼고 싶지는 않을 때 아이스티에 샷을 추가한다. 아샷추; 아이스티노다.
아이스티노는 우유맛도 시럽 맛도 나지 않지만 대신 아이스티의 달달하고 향긋한 맛이 쌉쏘름한 에스프레소 맛을 감싸준다. 너무 달지도, 너무 쓰지도 않고 믹스커피나 라떼를 마셨을 때 느껴지는 특유의 잔여감도 없다.
나는 주로 편의점에 파는 팩 아이스티를 하나 뜯어서 텀블러에 얼음과 함께 부은 뒤 전자동 커피머신에서 내린 샷을 하나에서 두 개 추가한다.
만약 아이스티 가루를 이용한다면 물 230ml 정도에 큰 티스푼으로 가루 두 스푼을 추가하고 샷을 하나 넣으면 적당할 거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되면 내가 경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잃어가는 것 같다. 일하는 동안에는 너무도 바랐던 쉬는 시간인데, 졸음과 투정으로 채운 날들이 많았다.
이런 나를 채찍질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오늘만큼은 인생은 쓰기만 하진 않은 일상의 연속이라는 마음으로, 무겁지도 과하지도 않은 달달쌉쏘름함과 함께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