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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Sep 04. 2015

내가, 글쟁이가 될 수 있을까?

몰라. 나는 모르지. 하지만 내 대답은 일단 "응!!" 

내가 글을 쓰며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늘 했다.

그 일을 하고 보니 이젠 '내가 지금 글쟁이로 잘 살고 있는 걸까?'하는 고민을 늘 하는 중이지만.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는 글쟁이를 꿈은 꿨지만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독후감 대회, 백일장 이런 데서 학교 대표로 상을 받아도 전혀 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하지 않았다. 학창시절에 그런 거 글 좀 쓰는 사람들은 다 경험하는 거니까. 그리고 뭐랄까. 글쟁이라고 하면 내 머릿속엔 소설가, 시인 이런 사람들만 떠올랐으니까. 그리고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고등학교 때 라디오를 들으면서 방송작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다. 대학 땐 그래서 잡지사와 방송사 시험도 봤다(똑똑 잘도 떨어졌지만=_=^). 물론 그때도 나는 pd 쪽을 더 희망했었다. 글 쓰는 일은 내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젠가 나의 이야기들을 멋지게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내 소장하리란 생각은 했었다. 페북에 주절주절, 트위터에 주절주절, 블로그에 주절주절 그렇게 끄적거리면서 늘 생각만 했다. 


그러다가 여행 에세이 강좌를 들었고, 강사 쌤의 '으쌰 으쌰' 덕분인지 내가 영 이 일에 젬병은 아니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번역 일을 하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번역을 통해 소설 쓰는 공부를 해보면서 시작해도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나, 나름 언어에 소질 있는 여자였;;) 물론 이후에 번역수업을 듣지는 않았다. 중간에 텀이 생긴 차에 자유기고가 강좌를 들으면서 사보 쪽을 알게 됐고, 프리랜서 기자, 자유기고가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됐다. 글을 쓰는 것이 비단 소설가와 시인, 동화작가, 잡지 기자, 신문기자 등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서 내 나름 희망의 빛은 조금 더 밝아졌고, 나는 과감하게 도전했다. 그 결과 지금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글을 쓰고, 사보를 만들면서 살고 있다. 


그러니까. 

내가 글쟁이가 될 수  있을까?라는 누군가의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일단 "응!"이라는 말씀. 

마음만 충분하다면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므로 아주 격렬하고 적극적인 끄덕임과 함께 "응!"이라고 나는 말하겠다. 




그러나 그 전에, 생각해 볼 세 가지.


첫째, 왜 글을 쓰고 싶은가?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는 돈을 벌어서  먹고살기 위함이다. 밥을 먹는 이유는 힘을 내기 위함이고, 물을 마시는 이유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책을 읽는 이유는 배우기 위해서고. 심지어 노는 데도 우린 이유가 있지 않던가! 물론 우린 아무 이유 없이 살기도 한다. 살아야 하니까 =0=;; 

글밥을 먹고살겠다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왜 글을 쓰는지에 대한 분명한 목적, 이유가 있어야 한단 얘기다. 그래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고, 보여주고 싶고,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생긴다. 가령, 커피 칼럼을 쓰고 싶다고 하자. 커피를 대중에게 좀 더 쉽게 알리고 싶은 목적이 있다면 커피를 좀 더 공부하게 되고, 어떤 부분을 이야기해야 할지가 보이고, 그럼 그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둘째,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이건 어쩌면 글을 쓰게 된 이후에도, 평생 해야 하는 고민일지도 모른다. 

우선 소설이든 시든, 정보성 기사든, 전문 칼럼이든 어떤 장르의 글을 쓰고 싶은지 정도는 생각해보자. 장르에 따라 그래도 글쓰기의 방법들은 조금씩 다르다. 자료수집과 배경 조사, 개요를 짜고 콘셉트를 잡고 하는 등의 기본적인 글쓰기 작업은 비슷하다 하더라도 문체나, 글의 흐름 등은 차이가 있다. 그리고 모르는 것에 대해 글을 쓰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그러므로 자신이 잘 아는 분야가 무엇인지 알고 그에 관해 글을 쓰는 것부터 시작하면 한결 수월할 터다. 그러니 그걸 아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은 어떤 글을 쓸 것인지로 귀결되는 문제다. 

가령 사람을 대하는 게 무척이나 어렵고 힘든 사람이 인터뷰를 할 수는 없을 테고, 계란 프라이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요리 칼럼을 쓰기도 힘들 것이고, 노래를 듣지 않는 이가 가사를 쓸 수 없을 것이다.   상상은커녕 주변을 관찰도 하지 않는 이가 쓰는 소설이 과연 재밌겠는가. 

더불어 열정, 호기심, 탐구심,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이런 것들은 많이 알고 있는 부분일일 테니 부연설명은 생략하는 걸로. 


위에서 말한 것들을 알고 모르고는 글쓰기에 있어, 적어도 나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 이야기를 하고 싶고, 내 책을 쓰고 싶고, 그런 생각은 많은 이들이 한다. 정말 하고자 한다면, 조금 다른 고민, 좀 더 구체적인 고민을 해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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