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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넬 Jun 24. 2023

2023 상반기 사심 결산

길면 6개월을 같이 한 음악들 메들리

*본 글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가 담긴 리뷰입니다


1. 구원찬 – 번역기  EP[Object] (2023.01.31)

EP[Object]

 구원찬의 음악은 편하다. 목소리와 일치하는 이지리스닝을 지향하는 듯하다. 다채로운 사운드 속에서 대체적으로 짧은 러닝타임을 담고 있는 해당 EP는 대부분 사물들의 이름으로 구성되어있는 제목들이지만, 가사는 사물에 대한 직관적인 시선보다는 사물에 대한 자신의 대입, 비유 형식으로 곡을 풀어나간다. 특히 '번역기'의 경우 전달하고자 하는 말에 따라 다르게 해석이 되는 경우를 재치있게 풀어내는 곡이다. 구원찬의 부드러운 음색이 그간 보였던 사운드와는 다르게 전개되는 톡톡튀는 구성이 더욱 다채롭게 풍겨지는 곡이다.


2.Oceanfromtheblue(오션프롬더블루) – 전생  LP[oceanfromtheblue](2023.02.02)

LP[oceanfromtheblue]

 꽤나 두터운 커리어를 가진 오션프롬더블루는 감각적인 음악을 전개하는 R&B아티스트이다. 첫 정규인 해당 앨범은 개인적인 서사를 풀어낸 앨범이며, 오션프롬더블루의 감정을 그대로 녹여낸 앨범이다. 전체적으로 개인적인 이야기와 시선을 담아낸 곡들이 즐비하지만 해당 곡은 그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가사를 적어냈다. 단순하게 보일 수도있는 '전생에서 만난 것 처럼 반복되어야 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극적인 사운드와 함께, 이별을 하여도 다시 만나야 하는 그리움에 대해 풀어내었다. 기존 R&B의 이미지인 매혹적이고 섹시한 가사들이 아닌 수려하고 아름다운 가사들로 채운 곡이다. 특히 연인간의 이별 후 다시 재회하는 모습을 '전생'으로 표현하여 '연인간의 반복'이라는 이미지의 전복은 새로움을 자아해낸다.


3. 30(서리) – Writer’s Glock  LP[THE FROST ON YOUR EDGE](2023.02.19)

 

LP[THE FROST ON YOUR EDGE]

'꼬라볼 수 있는 자세'를 지향하는 크루 서리의 정규 앨범 수록곡이다. 해당 곡은 이센스의 대표 앨범 [The Anecdote] 수록곡 Writer's Block 을 오마주 한 곡이다. 훅 역시 해당 곡을 오마주한 것으로 보이며, 기존 곡이 가진 미니멀한 주제를 맥시멀로 꽉 채운 가사가 특징이다. 곡을 쓸 주제가 없다는 주제의 기존 곡과는 다르게 꽉꽉 채운 자신의 신념이 오히려 앨범에서 지향했던 '재치'를 더욱 강조시켜주는 어찌보면 가장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곡이다.


4.Triple S(트리플 에스) – Rising  EP[ASSEMBLE](2023.02.13)

EP[ASSEMBLE]

 작년에 이어 걸크러쉬의 열풍은 올해도 지속되는 모습이다. 다만 이 그룹의 걸크러쉬는 다르다. 그룹의 구성과 활동 역시 다른 그룹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는 트리플에스의 걸크러쉬는 '성장형'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룹 역시 추가적인 멤버들이 지속해서 영입되며, NCT의 세계관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최종멤버 수의 제한과 팬들과 소통하며 지속해서 생성되는 유닛이 다른 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이런 시스템이 뜻하는 '성장'과 '지속'이 해당 곡에서도 우러나오는 듯 하다. '고통이 지나고 달라진 Make It Move/비바람 좀 더 세게 더 강해질 내게 바래' 와 같은 라인은 성장통에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일반적인 주체성이 아닌 '주체성을 형성해가는 과정'으로 해석되는 것이 곡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5.Beenzino(빈지노) -Trippy  Single[Trippy] (2023.01.30)

Single[Trippy]

 개인적이지만 대중적인 아티스트의 대표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빈지노의 싱글. 특유의 여유로움은 그간 팬들의 갈증을 해소시키기에는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환각으로 인한 몽롱한 느낌을 뜻하는 'Trippy'를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녹여내어 자신의 삶을 표현한 다소 간단한 곡은 빈지노라는 아티스트를 충분히 표현했고, 대중이 생각하는 아티스트의 이미지와 일치된 곡이라고 생각한다. 의식의 흐름과 같은 가사들(건너편엔 Kodak Black/건너편엔 Trippie Redd/내 인생 trippy해)은 마치 '누군가의 행동이 쉬워 보이면 그것은 그 사람이 대단한 것이다' 라는 문장을 절로 떠올리게 하는 곡이다.


6. LE SSERAFIM(르 세라핌) –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수염의 아내 LP[UNFORGIVEN](2023.05.01)

LP[UNFORGIVEN]

 앞다투어 뚜렷한 색을 발산하는 4세대 걸그룹 중에서도 가장 담백하게 그룹의 색을 표현하는 르 세라핌은 가장 감각적인 구성으로 첫 정규앨범을 장식했다. 주체적인 모습을 보이는 걸크러쉬 컨셉에 대해 조금 더 나아간 해당 앨범은 전작의 개인적인 서사를 더 했던 것과 달리, 세계관에 힘을 싣는 웹툰 [크림슨 하트]에서 파생된 느낌을 부정할 수 없다. 다소 부담스러운 단어 선택과 가사들에 비해 해당 곡은 '저지클럽' 장르에 대한 해석이 뛰어난 부분을 확인할 수 있으며, 단일 곡으로 보았을 때 가장 높은 퀄리티의 곡이라고 생각한다.


7. 윤지영 – 비행기 LP[나의 정원에서](2023.04.22)

LP[나의 정원에서]

 성숙해진다는 것은 누군가를 괴롭혀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성숙해진다는 것은 나도 모르게 자라고 있는 머리카락처럼 되는 것일 수도, 낫기를 바라는 감기를 위해 약을 먹는 노력처럼 되는 결과일수도 있다. 해당곡은 앨범의 4번 트랙이며, 3번 트랙의 다급하면서도 바쁜 느낌과 반대로 나른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타이틀곡인 5번트랙과 이어지는 윤지영의 이야기는 4번 트랙에서 희망을 찾기 위해 잠시 떠다니고 있었다. 가장 좋아하는 트랙인 4번 트랙 '비행기'와 5번 트랙 '나의 정원에서' 중 고민하였지만, 5번 트랙의 존재를 위해선 4번의 존재도 5번과 같을 것이라 생각하여, 비행기를 선정하였다.


8. 실리카겔 -Realize EP[Machine boy] (2023.04.25)

EP[Machine boy]

 실험적이라는 단어에 가장 걸맞는 그룹이자, 현재 인디씬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티스트인 실리카겔의 EP[Machine Boy]는 양극성의 분위기를 만드는 앨범이다. 냉소적이면서도 감정적인 변화의 굴곡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가장 적나라한 날 것이 실험적이다 라는 것을 실현한 듯 하다. 특히, 타이틀 곡 Realize는 위태로움에 대한 사운드적인 표현이 극에 달하며, 듣는 이에게 사운드적인 쾌감을 듬뿍 담아내는 대단한 곡이다. 또한, 김춘추와 김한주의 다른 질감의 보컬은 서로 다른 불안과 위태로움을 표현하며 그러면서도 가장 정돈된 위태함이 곡의 완성도를 더했다.


9. Kid milli – Kid milli interlude. LP[BEIGE](2023.05.30)

LP[BEIGE]

힙합 리스너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사운드적인 쾌감과 가사적인 쾌감 속에서 의견이 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근 몇년 간의 국내힙합의 사운드적인 발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주관적으로 올해 상반기의 앨범 중 '쾌감'이라는 단어에 가장 적합한 앨범이다. 직전 트랙의 대한 변주와 앨범 전체의 고르게 분포되며, 반복되는 하이라이트들은 어떻게 보면 친절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의도대로 들을 수 있는 앨범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해당 트랙은 자신의 앨범임에도 타래퍼들의 목소리로 채운 'interlude'들 중에서도 앨범의 종지부로 향해가는 가장 큰 타격을 선사한다. 앨범을 따라 듣게 되면 해당 트랙은 사운드적으로 다른 트랙에 비해 놀라움을 선사하진 않지만, '구성과 사운드적인 배치가 가장 탁월한 선택이었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10. Colde(콜드) – 이별클럽(feat. 이찬혁) EP[Love Part 2](2023.05.04)

EP[Love Part 2]

 [Love Part 1]에 이어 발매된 해당 앨범은 전체저긍로 파트 1과는 다른 관념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랑에 대한 탐구와 수려한 표현이 주를 이루었던 전작과는 반대로 4년만에 발매된 앨범에서는 투박한 표현과 냉소적인 표현이 난무하며 파트1과는 다른 음악적인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타이틀곡 '이별클럽' 속 콜드와 이찬혁의 가사는 서로 다른 느낌으로 놀라움을 선사한다. 콜드의 가사에서는 곡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전개를 위한 가사가 2절의 이찬혁에게 그대로 힘을 전해주게 되고, 이찬혁의 벌스의 재치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콜드의 시선과 이찬혁의 비유가 서로 잘 맞물리게 되며, 앨범이 다소 느슨하게 진행될 수 있는 진행에 큰 도움을 주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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