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 [MIMI] 싱글 리뷰
겨울이 조금 발을 뒤로 빼는 2월 말, 미미하게 우리는 외투를 벗고 있다. 흐린 날씨는 미미하게 맑고, 미미하게 어둡다. 회색은 미미하게 검은색이고, 미미하게 하얀색이다. 이렇게 나열한 단어들의 사이는 애매하고 미미하게 그 색들을 뿜어내고 있다. 쓰러지는 듯이 말하는 유라는 두 가지 단어들을 나열하며 주체하지 못하는 단어의 모양을 떨리는 목소리로 나열한다.
‘헛된 품에서 꿈을 찾는 내가’
‘어린 자국을 더듬어 보는 내가’
‘착한 마음, 나쁜 마음’
내가 생각한 유라가 곡을 위해 보여주는 장치는 세 가지이다.
대비되는 단어의 나열,
꼭꼭 씹어 부르며 단어를 되새김질하는 것,
그리고 가끔 의식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불안한 시선.
일상적인 경험을 다시 복기하여 기록하는 것은 그 당시의 감정을 객관화하여 자신을 스스로 평가하게 한다. 당시의 행동이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을 던지고, ‘내가 그래서 그랬었구나’하는 결론을 짓기도 한다. ‘행복’과 ‘사랑’이라는 일련의 감정 속에서 커튼을 치고 살던 그 당시를, 한 발짝 물러서서 보게 되면 그저 천을 뒤집어쓰고 허우적거리는 것은 아니었는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나열되는 기억과 단어들을 생각하고, 정리된다. 정리가 된다는 것은 곧 서랍으로 향한다는 것이다. 화자는 과거의 사랑을 정리하며 떠오르는 기억들을 나열한다. 행복했던 기억이 사랑으로 정립되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는 지금은 ‘헛된 품에서 꿈’을 찾고 있었던 화자를 다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그 사랑을 규정하고 평가하는 것은 당시를 짚어보고 있는 화자 한 명이다. 당시의 감정은 ‘어린 감정’이었고, ‘착한 마음’이었는지, ‘나쁜 마음’이었는지 둘을 번갈아 가며 입으로 뱉어보고, 정렬해보고, 나열해보고 생각해본다. 서로 대비가 되는 단어들은 그때 당시의 감정과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는 감정의 재정립이 서로 혼란스럽게 왔다 간다. 그리고 이 상황의 화자인 유라는 떨리는 목소리로 하나하나 꾹꾹 담아 말하고 있다.
‘미미하게 사라져 미미는 왜 날 떠났어?’
‘사랑은 왜 없어져? 친구야 날 좀 찾아줘’
유라의 곡들은 기록과 서랍이다. 편지를 꾹꾹 담아서 정해진 감정의 러닝타임 속에서 꾹꾹 담아. 추신도 쓰지 않을 각오로 최선을 다해 눌러담는 편지같은 유라의 곡들은 다른 작품들에서도 확인된다.
‘추억을 두 눈으로 봐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아’
‘너와 마주했던 그 순간으로 가서 우리 만나게 하지 말라고 내 눈을 가렸겠지’
-유라, 세탁소 中
그리고 그 편지는 쓰는 순간 지우면 흔적이 남기 때문에 순간에 솔직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작과는 달리 <MIMI>에서는 꾹꾹 담는 순간도 혼란스러움이 묻어있다. 누구에게 묻는지도 모르는 의문들이 가사에서 흔들리는 목소리로 꾹꾹 단어들을 뱉어낸다. 결국 이 사랑을 정리하려고 하지만 정말 서랍에서 넣으면 사라질 것 같은 불안함이 존재한다.
‘잠과 잠 좀 자야지의 사이’
‘저 나무는 고개 숙일 계절을 안 건지?’
깊이 고뇌하며 그 순간을 생각할 때는 그 당시의 사물들이 살아 움직인다. 잠과 잠 좀 자야지의 사이에서 기억 속에 헤매는 것이 합의되었다. 그렇게 시선을 옮겨 정리하고, 그때를 생각해보고, 다시 옮겨지는 시선 속에서도 화자가 생각하는 불안한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잠은 기억 속의 나를 참여하게 만들지만, 잠 좀 자야지 속 나는 그저 멀리 바라보는 추억만 있었다. 나무가 고개를 숙인다는 생각에 닿았을 때쯤 자신의 시선과 현재의 감정, 그리고 행복했을 것이라는 그 당시의 감정이 모두 불안정했다는 것이 일치하는 순간이다.
유라는 사랑을 불완전한 감정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감정에 점수를 매긴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지만, 서랍으로 들어가는 기억들이 사실 불안한 화자가 닿았던 불완전했던 기억이고, 그 기억을 적는 현재도 불안한 기억들이 형성된 현재였던 것이다. MIMI와 ‘미미하다’의 미미가 서로 번갈아 가면서 무언가 섞인 희미한, 미미한 감정이 어느 한쪽도 기울어지지 못한 불완전, 불안의 사랑을 보여주고, 정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