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똑똑한 사람에겐 성별이 없어요!”

잡초론 10

by 정루시아



추석 명절 마지막 날 저녁! 된장국을 끓였다. 묽은 된장국과 김치, 무장아찌와 샐러드! 그거면 족하다. 청양고추를 넣은 된장국이 뽀글뽀글 끓고, 우리의 식사 준비! 남편은 밑반찬을 꺼내고, 딸은 샐러드를 준비하고, 아들은 앞 접시와 수저를 놓는다. 같이 있으면, 함께 준비하고 함께 치운다. 둘러앉은 식탁에서 소소한 '밥상 대화'가 시작된다.


남편: 아~된장국 시원하다!

나: 그지? 속이 확 풀리네. 온종일 전과 튀김하며 된장국이 생각나더라고. 물론 쌓이는 튀김만큼 생각도 많아졌지만~

아들: 무슨 생각이요?

나: 여자들이 어쩌다 이런 문화권력에 종속됐을까? 하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순종의 미덕과 명절 노동'의 보편화 말이다.

남편: 딸! 된장국에 김치 먹어봐. 아주 시원하다. 정말~

딸: 맛있어요.

딸은 샐러드를 아작아작 씹으며, 젓가락을 모아 쥐고 말한다.


딸: 난 엄마처럼 안 해요. 잘도 못하지만~ 그렇게 할 맘도 없고요. 밥 하고, 돈 벌고, 누구 봉양하려 결혼하는 게 아니잖아요. 행복하게 살려고 하는 건데, 하기 싫으면 안 해야죠.


나: 엄만, 사랑하니까 했는데 지금 보니 이게 뭐랄까 말려든 것 같다는 거지. 너도 결혼해봐.

남편: 전하고 튀김 넣은 샐러드! 의외로 좋네~

나: 또 해놓으면 너희들이 잘 먹잖아~

남편: 나도 잘먹어!

나: 여자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말려드는 걸 보면, 여자가 남자보다 덜 똑똑한가?

남편: 전을 넣은 샐러드라! 기막히게 맛있네. 역시 당신 발상은 좋아! 똑똑하다니까!

딸: 아빠! 그 말이 아니잖아요!


아들: 엄마! 똑똑한 사람에겐 성별이 없어요!


아들은 새우튀김과 야채를 듬뿍 집어 먹으며 무심히 말하고, 딸과 남편은 눈을 둥그래 뜨고는 동시에 “오~? 그렇지” 한다.

남편: 아들! 오늘 선방했다~

나: 아들! 시원한 된장국 끓인 보람이 있네. 엄마가 한 수 배운다!


추석이 지난 정원! 새침한 잡초들이 가녀리게 새들 거리고, 시원한 가을바람이 정원을 지나간다. 성의 없이 잔디밭을 걷다 성의 없이 잡초를 뽑으며 아들 말을 되뇐다.


“엄마! 똑똑한 사람에겐 성별이 없어요!”

그저 인간을 그 자체로 보는 눈, 다양한 문화권력 속에 그저 꿋꿋이 고개를 쳐들고 있는 모습이랄까? 여자이거나, 남자이거나, 늙었거나, 어리거나, 피부색이 다르거나, 국적이 다르거나, 믿는 신이 다르거나, 우린 모두 인간이란 존재일 뿐인데, 나는 수많은 장벽들을 치고, 그 속에 갇혀 생각하는 낡은 존재였다. 문화 권력 속에 끼워 맞춰진 내가, 칸막이처럼 쪼개며 분리하여 생각하고, 일상의 소소한 일들로 발이 묶여, 그 묶인 발목을 풀기에만 집착하는 생각을, 나아가는 세대가 한 방에 날려주어 그저 행복한 가을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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