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명심해라! 넌 명절에 마음수련 하지 마라!
잡초론 9
추석 전 주 토요일! 잡초를 뽑으며 넝쿨장미를 정리하는 남편에게 물었다.
나: 언제 올라가요? 추석 당직 스케줄 나왔죠!
남편: 수, 목, 금. 낮 당직이네! 먼저 올라가~ 난 금욜 저녁 근무 마치고 기차로 갈게~
나: 스케줄이 이상하네? 3일 연속 낮 당직? 하루 빼면 같이 움직이면 되는데!
남편: 사정이 그리 됐어. 미안~해~~요
나: 말은 참 쉬워. 시장은? 전 부치고 가서 먹을거 하려면~
남편: 수요일 저녁에 보자. 대충 조금만 해~.
나: 그게 돼? 참 한결같네 말은! 넉넉히 부쳐야 싸 가지고 가고, 우리도 먹지.
남편: 그런가?
남편은 멋쩍은 미소를 담아 내 어깨를 토닥이고, 난 얘들만 데리고 시댁 갈 '마음' 준비를 했다.
기름 냄새와 여러 말들과 함께 추석 명절은 지나갔다. 방송은 명절 스트레스를 말하고 난 존재 스트레스로 듣는다. 엄밀히 말하면 ‘여자라는 존재에 대한 성찰!’로. 24년이면 마음수련이 될 법도 한데 갈수록 의혹이 든다.
명절은 뫼비우스 띠처럼 나를 딸, 아내, 며느리로 연결시키며 벗어날 수 없는 의무를 던져주고, 그때마다 크던 작던 자잘한 마음속 상처와 의혹을 키운다.
딸이어서 힘든 엄마를 도와 전을 부치다,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전을 부치다, 이제는 다 자란 딸과 아들을 데리고 뭐래도 챙겨가는 며느리가 돼 전을 부치며, 24년을 한결같이 콩기름과 들기름 냄새에 머리가 핑 돌며 묻는다.
왜 나는 계속 전을 부칠까? 명절마다 받아야 하는 이 마음수련이 무슨 의미라도 있는 걸까?
명절 마지막 휴일! 잡초를 딸과 뽑았다.
딸: 엄마, 잡초 뽑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나: 그러니?
딸: 네!
착하고 무던한 딸이 방긋한 미소로 대답한다.
딸! 명심해라! 넌 명절에 마음수련 하지마라.
그게 그리 좋은 수련이면 남자들이 먼저 했을 게다.
죽어라 여자들만 하게 놔두었을 리 없다. 우리 조상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