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럼 나 죽는 거~~~야?
잡초론 8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엄마는 집을 짓고 이사하며 말했다. 시부모와 큰아버지 식구, 총 15명이 한 울타리서 30여 년을 살다 분가했으니 그것만으로도 행복했을 게다. 엄마의 정원엔 나무들이 가득했다. 북쪽엔 매실, 대추, 포도, 체리, 감, 배나무가, 남쪽엔 20년 된 사과나무 여섯 그루가 자리를 잡았고, 동쪽의 대문 안은 잔디를 심고 가꿨다. 봉숭아, 사루비아, 채송화, 닭벼슬 꽃이 피고, 이름 모를 꽃들이 정원에 들고 났다. 2차선 국도를 접한 동쪽 블럭담을 제외한 북, 서, 남쪽의 탱자 울타리 안은 엄마의 꽃과 과일, 이를 찾는 벌과 새로 늘 붐볐다. 자연의 손님들 중 엄마를 가끔 놀라게 한 것은 풀 뱀이었다. 화단에 지나가는 풀 뱀을 보거나 늦겨울 양지바른 붙박이 창고 안 월동하던 뱀을 발견하면 엄마는 식겁했다. 원래 풀 뱀의 집에 인간 집이 들어서니 풀 뱀의 주거권을 생각하면 놀랄 일은 아니지만 엄마는 진저리를 쳤다.
내가 2년 전 집을 짓는다니 “내 집 짓고 살면 좋지, 안 먹어도 배불렀어, 나는! 그래도 뱀은…, 그건 싫었지” 엄마는 그 말만 하셨다. 결혼 전 보지 못했던 풀 뱀은 딸아이를 맡기고선 오가다 몇 번 봤다. 내 집 화단 정리 때, ‘혹 뱀이 있나?’ 하는 생각은 본 것과 들은 것이 합쳐 늘 마음 한 구석을 잡았었다. 그러던 중 부처가 말한 ‘독사의 아가리(최인호 소설 '길')’ 문구가 잔디에 앉아 잡초를 뽑을 때 불쑥 떠올랐다.
‘너희들은 차라리 너의 남근을 독사의 아가리에 넣을지언정 여자의 몸에는 넣지 말라.’
짙은 초록 잔디와 붉디붉은 독사의 혓바닥이 함께 뇌리에 떠올랐다.
‘부처가 여자의 몸을 독사의 아가리 보다 멀리해야 할것으로 당부했다니, 그 이유가 무엇일까?’
어둠이 내린 마당에 앉아, “여보, 오늘 책을 읽는데, 부처는 남근을 독사의 아가리에 넣을지언정 여자의 몸에는 넣지 말라 하셨네! 놀라워. 여자를 욕망의 대상으로 여기고! 여자의 몸과 뱀의 아가리를 대응하고!”
남편이 내려준 커피를 마시며 심드렁하게 말을 던졌다. “뱀의 아가리?” 핸드폰으로 음악을 찾던 남편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오~ 취향 참! 독특하네. 거칠어!” 한다.
“장난은, 자신의 욕망을 두려워해야지, 왜 여자를 두려워해? ‘서로 마주 보지 말고 함께 이야기하지도 말아라’ 하셨어~ 이해가 안 돼!”
“이해가 안 돼?”
“모든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와 진 부처의 훈계로선 좀~!” 내가 참 난해하단 듯 남편을 쳐다보니 남편은 자못 진지하게 생각한다.
“뭐가 두려웠을까?” 혼잣말을 하던 남편이 슬그머니 웃으며,
남편: “ 난 좀 알겠네, 왜 그랬는지.”
나: “그래?”
남편: “인간의 기본 욕구는 먹고, 자고, 싸고 하는 게지, 그렇지?”
나: “단순화하면 그렇지, 생존 욕구랄까?”
남편: “부처도 일단 밥은 먹었어, 그러니 식욕은 패스하고”
나: “오케이”
남편: “부처도 잠은 잤어, 그러니 수면욕도 패스, 그렇지?”
나: “오케이”
남편: “허나 섹스는 금지야, 그러니 그 욕구는 살아있고 심지어 커지지”
나: “그러니까 왜 몸의 순리를 거스르냐고? 뭐가 무서워서~”
남편: “그야 쾌 때문이지, 먹고, 자는 것은 쾌의 영역이 아닌 생존의 영역이지만 섹스는 쾌의 영역이잖아!”
나: “먹고, 자는 게 생존의 영역이면, 섹스는 존재의 연속성을 위한 부산물인데, 연속성을 끊겠다?”
남편: “그렇지, 모든 인연을 끊는 게 중요하니까, 그러나 그게 쉽게 되겠어?”
나: “이기적이군! 내 생명은 존중하되 내 존재를 넘어선 연속성은 단절하겠다!”
남편: “해탈은 모든 인연으로부터의 해방이니 어떤 연결도 스스로 거부하는 거야!”
나: “그런가 보네, 근데 해탈하면 행복할까?”
남편: “글쎄, 행복, 불행의 판별로부터 자유로와 지는 것이니”
나: “여자를 그리 두려워한 석가모니가 득도 후 45년간 행복했을까?”
남편: “부처는 모르지만 난 행복하네”
나: “그래?”
“그럼, 밥 잘 먹고, 잘 자고, 꽃 뱀 같은 와이프 있고.”
“뭐라고?”
남편은 커피잔을 들고 얼른 일어나 거실로 들어가며 “아~ 오늘 꽃 뱀이 유독 예쁘네~.” 한다.
“꽃 뱀이라고? 잘못 봤어, 난 독사면 몰라도 꽃 뱀은 아니지!” 목소리를 높이니, 남편은 거실 문에 목을 빼곤 “오늘~~! 그럼 나 죽는 거~~~야?” 하며 생글거린다.
그날 밤! 졸지에 마당에 앉아 있던 난! 난데없이 꽃 뱀이 되어 독사처럼 남편을 쏘아보다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