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네,
뇌는 없어도 몸이 있잖아!

잡초론 7

by 정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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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2018년 7월) 후 소설 ‘길’(최인호 작)을 읽었다. 부처를 품고 해탈을 향해가는 얘기! 소설은 탄생과 죽음, 고통과 사랑, 욕망과 해탈, 선과 악, 인연(因緣)과 이연(離緣)의 이야기로 가득해 읽고 돌아 서면 내용은 사라지고 묵직한 감정만 남았다. 해 질 녘 8월의 마당! 잡초를 뽑으며 생각정원에 부처를 불렀다. ‘석가모니는 29세 출가하여 35세 득도하고 80세 입적했다.’는 데, ‘나는 29세 결혼하여 30세 딸 낳고, 35세 아들 낳았으니, 이제 80이 넘어 죽을 일만 남았구나!’ 하고... 작은 잡초를 찾아 손을 뻗으며, ‘과연 석가는 35세 욕망의 굴레를 단번에 벗고 어떻게 80세까지 해탈의 경지로 살았을까?’ 의문이 들었다.


정원 데크에 블루투스 앰프와 스피커를 설치하던 남편이 ”여보? 저녁 뭐?” 한다. 남편 얼굴은 해 질 녘 열기와 습기로 빨간 사과에 비 오듯 땀방울이 송글 하다. 앰프 조립이 취미인 남편! 360도 방향에서 들을 수 있는 스피커를 설치 중이다. 어디서든 잡초를 뽑으며 음악을 들으란다! 혀가 차지게 감격스럽다! 남편이 공구를 정리하는 동안 납작 만두를 구워 식탁을 차렸다. 남편은 노릇노릇 구워진 납작 만두를 마늘, 파, 간장, 발사믹 식초, 매실 진액, 다진 청양고추로 버무린 소스에 찍어먹으며, “사 먹는 거 별거 없어”하곤 먹고, 나는 “아~ 좀, 허겁지겁 먹지 말고~ 천천히 먹어요.” 한다. 응급실 당직을 하며 달라붙은 습관은 편한 시간에도 불쑥 나타나 잔소리를 불러낸다. 남편은 입맛을 다시며, “버릇이야 버릇, 당직 때 5분 습관 돼서” 하곤 어깨와 가슴에 붙은 조급함을 내려놓고 “그렇지 맛난 것일수록 천천히 먹어야지.” 한다. 내가 입에 만두를 베어 물고 웅얼거리듯 “있잖아, 석가모니는 29살에 출가해서 35살에 득도했다네! 6년 만에 득도를!!” 책 내용을 던지듯 말하니 남편은, “그래? 당신은 29살에 결혼하고 35살에 득남했잖아!”한다. “허어, 예리한데, 운율 좋고! 그렇지, 30살에 득녀, 35세에 득남.” 생글생글 웃으며 남편의 응답에 즐거워하니 “괜찮았어?”하며 환하게 웃는다. 내가 아몬드, 호두를 넣어 바싹 볶은 잔 멸치를 달게 씹으며, “아니 잡초를 뽑다 보니 잡초가 자라지 않는 곳은 죽은 땅인데, 생각에 욕망이 자라지 않는다는 것이 가능할까? 그럼 그건 산 존재가 아닌 죽은 존재 아닐까? 그런데 석가는 80살을 살았데!”하니, 남편이 무덤덤하게 “80살?”하며 대꾸했다. “부처가 득도하고 얼마 안 있다 열반했는지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그래서 궁금해졌지, 해탈을 어찌 유지했을까? 말이야.” 남편은 무심히 “그러게” 한다.


“당신이라면 득도 후, 45년을 해탈의 경지로 살 수 있겠어?” 물으니, “득남도 안 했는데 득도는 무슨!” 하며 소스에 납작 만두를 흠뻑 묻힌다. “땅이 있고 씨앗이 날아들면 잡초가 자라듯 생각에 잡념이 트고 자라고 했을 텐데, 날아들 잡념이 없다는 게 가능할까?” 눈을 크게 뜨고 남편을 바라보니, 마지막 만두를 젓가락으로 집으며 “글쎄~ 잘 모르겠네.”한다.

“부처는 생각정원에 어떤 잡초도 키우지 않기로 작정하고, 한 번에 잡초를 제거하는 특별한 방법을 터득한 샘인데, 그게 뭘까? 어떻게 생각해?” 하니 남편은 “글쎄” 하며 오징어채 볶음을 맛나게 씹는다. “생각정원 영구 제초제? 그런 게 있을 수 있나? 살아있는 인간 뇌에?” 하니, 아쉬운 듯 텅 빈 만두 접시를 바라보며 “영구 제초제?”한다.


나: “생각을 좀 해봐”

남편: “내가 왜 생각을 해야 하는데”

나: “안 궁금해?”

남편: “응”

나: “부처 나셨네”

남편: “몰랐어?”

나: “뭘?

남편: “난 뇌가 없는 걸”

나: “좀 장난치지 말고”


남편: “득도했다고 해도 무 자르듯 그게 됐을 거라고 생각지 않는데, 45년을 계속 해탈했겠지. 득도의 연속성이랄까? 어렵고 대단한 일이라고 봐!”

나: “득도의 연속성! 욕망을 계속 무(無)로 만든 사람? 부처는 대가네. 잡초 뽑기 대가!.”


남편: “그런가?”

나: “당신도 부처를 닮아봐”

남편: “내가 왜?”

나: “아니 부처도 처자식이 있는데 해탈을 위해 모든 인연과 욕망을 끊었잖아.”

남편: “왜? 무슨 낙으로 살라고?”

나: “뇌가 없다며, 그럼 쉽잖아?”

남편:“허참!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네, 뇌는 없어도 몸이 있잖아. 참네!”


식탁 대화는 치명적이다. 일시에 밥알이 튀었다. 부처의 득도도 그리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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