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새로운 구독신청자와 통화하다가 아이 키우고 일하시면서 어떻게 그리 자유로우세요 하는 말을 들었다. 나쁜 뜻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내 삶을 나쁘게 보실 분이면 구독신청도 안 하셨겠지) 바쁘게, 하고 싶은 일 하며 산다는 의미 같았다. 그리고 문득 카톡창을 들여다보다가 요즘처럼 단톡이 많았던 적이 없단 사실을 발견했다. 나의 카톡창 상단에는 현재 참여 중인 독서모임 네 개와 열한살이의 글쓰기 수업이 고정되어 있다. 요즘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한눈에 보였다.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여느 때보다 잘 지낸다.
학교일은 업무에 치여 여전히 소모적이지만, 서로의 소모를 덜어주기 위한 마음들이 나를 살게 한다. 부서 샘들과 급식 대신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산책할 여유도 없어 곧장 교무실 자리에 앉곤 했다. 그래도 그 짧은 식사 동안 여러 번 웃을 일이 있고 소소한 고민을 나눈다. 방학하는 날 돼지국밥 맛집에 가자는 급여행도 계획했다. 부서회식이야 흔한 일이지만, 그 맛집이 두 시간 거리의 광양이라니, 광양 가서 돼지국밥이라니ㅋㅋ 어매이징한 텐션들을 즐겁게 따라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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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넘게 기다렸던 '채식주의자'읽기가 어제였는데 아침부터 조금 들떠 있던 탓에, 출근길에 경미한 접촉사고를 내고 말았다. 내 과실이 100이었고, 상대차는 무려, 무려, 테슬라였다. 내 왼쪽은 가드, 오른쪽이 테슬라였는데 가드를 박았어야 했거늘. 우째 이런 일이. 상대방 차량의 후미등에 스크래치가 났고, 차주가 현금 합의를 제안했고, 보험처리와 합의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퇴근길에 합의로 마음먹었다. 아주 큰 금액은 아니지만 그래도 속이 쓰렸다. 운전에 방심할 즈음 사고를 낸다는데 이 정도 손해로 앞으로의 사고에 주의할 수 있다면 그게 어디야 하면서도. 그나마 상대 차주가 지극히 상식적이고 매너 있어서 뒷목 잡고 입원하지 않은 게 어디야 하면서도. 나도 다치지 않았으니 그게 또 얼마나 다행이야 하면서도.
아까워, 아, 아깝다.
좋은 일은 나쁜 일과 같이 온다. 여느 때보다 즐겁게 보내고 있는 내 일상이 데려온 친구려니~ 하자. 나쁜 일은 또 좋은 일과 같이 올 테니, 손해가 행운을 불러오려니~ 하자. 보험회사조차 '현금합의하셨어요? 그 정도 금액이면 잘하셨네요~'하고 칭찬하지 않았던가. 나, 칭찬받을 일 했다. 암~ 그럼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