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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시옷 Nov 23. 2024

나쁜 일은 좋은 일과 같이 온다.

엊그제 새로운 구독신청자와 통화하다가
아이 키우고 일하시면서 어떻게 그리 자유로우세요 하는 말을 들었다. 나쁜 뜻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내 삶을 나쁘게 보실 분이면 구독신청도 안 하셨겠지)
바쁘게, 하고 싶은 일 하며 산다는 의미 같았다.
그리고 문득 카톡창을 들여다보다가
요즘처럼 단톡이 많았던 적이 없단 사실을 발견했다.
나의 카톡창 상단에는 현재 참여 중인 독서모임 네 개와 열한살이의 글쓰기 수업이 고정되어 있다.
요즘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한눈에 보였다.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여느 때보다 잘 지낸다.

학교일은 업무에 치여 여전히 소모적이지만,
서로의 소모를 덜어주기 위한 마음들이 나를 살게 한다.
부서 샘들과 급식 대신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산책할 여유도 없어 곧장 교무실 자리에 앉곤 했다. 그래도 그 짧은 식사 동안 여러 번 웃을 일이 있고 소소한 고민을 나눈다. 방학하는 날 돼지국밥 맛집에 가자는 급여행도 계획했다. 부서회식이야 흔한 일이지만, 그 맛집이 두 시간 거리의 광양이라니,
광양 가서 돼지국밥이라니ㅋㅋ
어매이징한 텐션들을 즐겁게 따라가는 중이다.

**

한 달 넘게 기다렸던 '채식주의자'읽기가 어제였는데
아침부터 조금 들떠 있던 탓에,
출근길에 경미한 접촉사고를 내고 말았다.
내 과실이 100이었고, 상대차는 무려, 무려,
테슬라였다.
내 왼쪽은 가드, 오른쪽이 테슬라였는데
가드를 박았어야 했거늘. 우째 이런 일이.
상대방 차량의 후미등에 스크래치가 났고,
차주가 현금 합의를 제안했고,
보험처리와 합의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퇴근길에 합의로 마음먹었다.
아주 큰 금액은 아니지만 그래도 속이 쓰렸다.
운전에 방심할 즈음 사고를 낸다는데
이 정도 손해로 앞으로의 사고에 주의할 수 있다면
그게 어디야 하면서도.
그나마 상대 차주가 지극히 상식적이고 매너 있어서 뒷목 잡고 입원하지 않은 게 어디야 하면서도.
나도 다치지 않았으니 그게 또 얼마나 다행이야 하면서도.

아까워, 아, 아깝다.



좋은 일은 나쁜 일과 같이 온다.
여느 때보다 즐겁게 보내고 있는 내 일상이 데려온 친구려니~  하자.
나쁜 일은 또 좋은 일과 같이 올 테니,
손해가 행운을 불러오려니~ 하자.
보험회사조차 '현금합의하셨어요? 그 정도 금액이면 잘하셨네요~'하고 칭찬하지 않았던가.
나, 칭찬받을 일 했다.
암~ 그럼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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