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Y선생님이 교직 동아리를 같이 지도하자셔서 흔쾌히 그러마고, 함께 하며 옆에서 많이 배운 한 해였다. 스승의 날 행사 준비가 그중 하나. 교사되기를 희망하는 아이들이니까 스승의 날이란 기념일을 학교 안에서 즐겁게, 의미 있게 보내는 경험을 주고 싶었다. 아이들은 주도적으로 행사를 준비해 본 경험이 없는 터라 Y선생님이 하나부터 열까지 준비를 이끌었다.
삼행시 쓰기, 퀴즈 풀고 선물 추첨, 사진 찍기 등을 준비해서 점심시간이 끝나고 운동장을 산책하는 선생님들이 참여하시도록 했다. 마침 교생 선생님도 와 계시던 때라 한층 교정이 환했다. 매년 조용하게 불편한 마음으로 보내던 하루가 모처럼 즐거웠다며 동료선생님들이 웃었다. 나도, Y쌤도, 아이들도 즐거웠지만 사실 비하인드 스토리는 씁쓸하다.
행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본 교감선생님이 부르셨다. 꽃과 간식을 사는 일은 좀 위험하지 않겠냐고. 교감샘은 평소에 합리적이고, 진심으로 교사의 입장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그래서 의지할 만한 분이었기 때문에, 또 교감선생님의 염려가 이해되지 않는 바 아니었으므로, 당당하게 말씀드렸다.
필요한 물품(큰 종이, 뽑기 공)은 동아리비로 샀지만, 선생님께 하나씩 드릴 카네이션(한 송이 500원)과 하루견과는 저희(Y와 나) 돈으로 샀습니다.
그럼 된 줄 알았다. 오백원짜리 꽃과 하루견과 한 봉쯤 선생님들께 맘편히 드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끝까지 염려하셨다. 안 하기를 바라셨다. 준비하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마음은 고맙지만 나쁘게 말이 날 수도 있다고, 교감선생님은 그날따라 우리 편을 들어주지 않으셨다. 관리자의 입장에서 어쩔 수 없으려니 여기며 '이왕 준비한 거 어떡할 거야'하고 진행했지만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불편한, 아주아주 씁쓸한 스승의 날이었다. 개운치 않은 마음을 글로 남기고 싶었지만 일 년이 지나고서, 학교를 옮기고서 꺼낸다. 혹시 이 글로라도 동티가 나면, 예, 김영란법 위반으로 인한 법적처벌은 제 몫입니다.
그런데 진짜 이 정도도 김영란법 위반인가? 내돈내산 선물이었다고.. 일 년이 지나도 화가 올라오네. 이렇게 잊은 척하며 묻어놓고 지나간 선생님들 이야기는 얼마나 많을지. 어휴, 망할 스승의 날이 또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