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주스타 Sep 04. 2020

어차피 그날은 신부가 제일 예뻐

D-270, 결혼식 하루를 위한 투자보다는 "평생"을 위한 투자

결혼식 날짜를 잡은 뒤 설레면서도 걱정이 되었던 것은 결혼식의 하이라이트, 신부가 된다는 것이었다. 홀로 대기실에 앉아 손님들을 맞으며 사진을 찍고, 결혼식장에서도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내 인생에서 가장 비싸고 가장 예쁜 옷과 화장과 헤어와 온갖 액세서리들을 치장할 수 있는 그날의 주인공, 신부.


기대되고 설레면서도, "내가 그렇게까지 예쁘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과 함께 그날 가장 예쁜 사람이 되기 위해 앞으로 나의 온갖 에너지와 돈을 쏟아부어야 할 것 같아서 뭔가 부담스럽기도 했다.




나는 외모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니다. "하늘 아래 똑같은 핑크는 없다"라는 말에 동의하기는 하지만, 그 모든 핑크를 내가 다 갖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맨눈으로 그 미세한 차이들을 다 알아채지 못하는 둔감한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유통기한 전에 바닥까지 다 쓰고 버리려면 나에게 너무 많은 화장품은 사치였다. 피부과는 치료가 아닌 미용 목적으로만 가기에는 효과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다고 생각했기에, 여드름 치료 이외의 목적으로는 딱히 가본 적이 없었다.


하늘 아래 똑같은 핑크는 없다


이런 나에게 결혼 준비 어플이나 커뮤니티, 블로그에서 보이는 신부 피부관리, 이른바 "웨딩케어"는 조금 충격이었다. 턱선의 V라인도 되찾아야 하고, 무너진 콧대도 세워줘야 하고, 얼굴에 볼륨을 채워 조금이라도 어리게 보여야 하고, 이곳저곳의 지방도 분해해줘야 하고. 해야 되는 것, 또는 할 수 있는 것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 모든 것을 다 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기본적인 피부관리와 경락만으로도 사진 촬영에서 얼마나 효과를 거두었는지 만족한다는 후기들도 꽤 많이 있었다. 아니면 다른 것 다 필요 없고 승모근 보톡스만이라도 맞으면 오프숄더 드레스를 더 예쁘게 입을 수 있을 거라는 진심 어린 조언도 있었다. 나의 예산을 웨딩케어에 조금만 더 투자해보면, 나도 좀 더 예쁜 신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어차피, 인생에 한 번인데!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꾸 아까운 마음도 들었다. 어차피 나는 이런 미세한 차이들은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여기에 100만 원, 200만 원 들이는 것이 과연 괜찮은 걸까. 우리가 그렇게 넉넉하게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아니 설령 넉넉하다고 해도 이게 그렇게까지 필요한 게 맞는 걸까. 평소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관리하는 게 중요하지, 일시적으로 이거 한 번 받는다고 효과가 있을까. 열심히 경락을 받고 와도 평소처럼 엎드려서 턱 괴고 웹툰 보면 말짱 도루묵이 아닐까.


어찌 보면 맞는 생각이기도 했고, 어찌 보면 그냥 잡을 수 없는 포도를 바라보며 "저건 분명 신 포도일 거야"라고 중얼거리는 어리석은 여우의 모습이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차라리 비용을 들이지 않고 좀 더 장기적으로 효과를 가져갈 수 있는 방법으로 시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을 위해 일시적으로 누군가의 도움, 또는 과학과 의학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평소 나의 잘못된 생활습관을 고쳐서 결혼식 이후에도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보기로 했다.


피부과나 에스테틱의 비싼 웨딩케어 대신 스스로 꾸준히 피부관리를 하는 습관 들이기.

단기적으로 효과는 좋다지만 사실 (승모근 외에) 근육이라고는 거의 없는 나에게는 맞는 순간 부케조차 던지지 못하게 될 것 같은 보톡스 대신에, 승모근을 풀어주는 스트레칭과 어깨와 등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 하기.

이렇게 작은 습관들을 고쳐보기로 결심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예산을 가장 가치 있게 쓰고 싶은 마음, 결혼식과 함께 좀 더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은 기대감, 그리고 한편으로는 인생에 한 번뿐인데도 FLEX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나에 대한 합리화의 과정에서 찾은 방법들이었다.


결혼식 이후에도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지킬 수 있도록


그 이후로 좋지 않은 습관은 바로잡고 좋은 습관을 꾸준히 이어가기 위한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


피부관리를 위해 귀찮음을 이겨내고 일주일에 한 번씩 마스크팩과 코팩, 바디 스크럽을 꾸준히 하고 있다. 특히 제일 예쁜 화장은 미소라고 믿으면서, 화장할 때나 지울 때나 거울을 보며 자연스럽게 웃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의학기술에 기대고 싶은 유혹이 제일 큰 승모근 관리를 위해서는 바른 자세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명 유튜버 J선생님 말씀처럼 "가장 근본적이고 만능인 해결사는 평소의 바른 자세"이기에, 회사에서도 출퇴근길에도 집에서도 허리를 펴고 배와 등에 힘을 주고 어깨를 말지 않는 것을 기억하며 나름대로 애쓰고 있다. 운동 이후에는 승모근 스트레칭과 주변 근육을 발달시키는 운동으로 마무리하며,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승모근이 사라지고 예쁜 직각 어깨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예쁜 신부로서 결혼식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투자하는 것이 결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투자비용보다 가치와 효용이 크다면, 그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예산이 있다면, 이것에 있어 주변 사람들과 의견이 부딪히지 않고 마음이 하나가 되었다면, 노력과 투자는 분명 의미 있고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초반의 나처럼, 그저 "남들이 하기 때문에" 또는 "어차피 인생에 한 번인데, 투자할 수도 있지"라는 단편적인 생각으로 투자하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바람직한 것 같지는 않았다. 나에게는 결혼식이라는 순간보다 그 이후의 나의 삶에 대한 투자가 좀 더 값지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스스로 가치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행동에 흔들리지 않고 나의 기준을 따르며, 아름답고 건강한 신부가 되기 위해 오늘도 기쁘고 당당하게 도전해본다. 어차피 결혼식 날은 주인공인 신부가 제일 예쁠 테니까, 그 날 하루만을 위한 투자보다는 "평생의 아름답고 건강한 나"를 위해 투자해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