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2020년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네버 해브 아이 에버>. 'Never have I ever'는 진실게임처럼 쓰이는 문구로 아마도 적절한 한국어 제목을 찾지 못해 발음을 표기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좋은 표기 같진 않다고 생각했다. 한 번에 입에 붙는 이름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나는 영화든 시리즈든 뭔가를 볼 때 사전 정보 없이 보는 편이다. 이 작품도 메인에서 계속 추천하길래 빈지워칭할 작정으로 틀었다. 첫 장면으로 인도계 미국인 소녀가 힌두교 신에게 기도하는 장면이 나온다. 찾아봤더니 민디 캘링이 제작한 작품이더라. 숀다 라임스와 민디 캘링을 보고 자란 나는 너무 반가웠달까. 2012년 - 2017년에 그녀가 작가, 제작자 겸 주연 배우로 참여한 작품 <민디 프로젝트>를 너무 좋아했다.
민디 캘링은 그다음으로 시리즈 <챔피언스>를 제작 겸 출연했다. 한 남자가 사고 쳐서 낳은 아들을 홀로 키우는 내용이었는데 1시즌 10에피소드로 캔슬됐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이렇게 몇 작품에 제작 혹은 배우로 참여했지만 민디 프로젝트 후로는 그렇다 할 작품이 없었는데, <네버 해브 아이 에버>가 성공적으로 공개되어 현재 시즌 2 릴리즈를 앞두고 있다.
민디 캘링은 인도계 미국인인 자신의 배경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을 만든다. 이번에는 인도계 미국인 소녀 데비의 이야기다. 마냥 연애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는 하이틴 로맨스는 아니고 주인공 데비와 그 친구, 가족을 담은 드라마에 가깝달까.
데비는 새 학년을 맞이해 찌질하던 삶에서 벗어나 쿨하고 잘나가는 삶을 살고 싶다. 멋진 파티에 초대받고 싶고 잘생긴 남자친구를 가지고 싶은. 현실은 거리가 멀다. 친구들도 과학에 뛰어나거나 뮤지컬에 빠져있는 괴짜들뿐이다.
작품에는 인도계 미국인인 데비를 비롯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일본계 혼혈 미국인, 커밍아웃을 하게 되는 레즈비언, 동양인 등등. 민디 캘링의 작품이 늘 그랬듯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캐릭터로 등장한다. 아마 이 점이 특별하게 여겨지는 데는 아직도 백인으로 가득 찬 작품들이 더 많다는 뜻이겠다.
데비가 학교에서 제일 인기 많은 팩스턴에게 자신과 잘 것을 제안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를 시작으로 데비는 수많은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 때문에 친구들과도 갈등이 생기는 등 각종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꼭 그 애와 잘 되고 싶은 것보다도 데비는 연주회에서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신 애, 하반신 마비였지만 기적적으로 다시 걸을 수 있게 된 애, 인도계 등등 자신을 특이하게 보는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평범해지고 싶었던 것 같다.
데비는 어머니와 사촌 언니 카밀라와 함께 살고 있다. 데비의 어머니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을 잃었지만 미국에서 계속 데비를 키우며 살아간다. 데비에게 중요한 날 꼭 전통의상을 입는 것과 같은 인도의 전통을 따르기를 요구하기 때문에 모녀는 계속해서 갈등한다.
같이 사는 사촌 언니 카밀라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생명과학을 공부하고 있다.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인도 전통의 여성상에 순응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자유로운 연애를 하는 등 점점 깨어난 사고를 하기 시작한다.
친구들과의 갈등이나 짝사랑 같은 하이틴 장르 특유의 이야기도 재밌었지만, 데비라는 사람을 이루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꽤 좋았다. 아버지를 잃고 난 후 어머니와의 갈등, 인도인이지만 미국에 살면서 어떤 전통을 지키며 살아갈지와 같은 데비와 두 여성들의 문제 말이다. 가볍고 재밌게 볼 만한 작품임에도 괜찮다는 평을 받는 이유라고 생각했다. 다음 시즌이 기대되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