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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

주인이 손님, 방문객 또는 낯선 사람을 선의로 환영하고 대접하는 행위

by 모과

미국 드라마 <더 베어>는 세계 최고의 다이닝에서 일하던 주인공 카르멘이 샌드위치 노포를 맡게 되며 벌어지는 요식업 이야기다. 가게를 파인다이닝으로 바꾸기 시작하는 시즌2에서 카르멘은 직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자신의 옛 동료들이 있는 레스토랑으로 하나 둘 파견을 보낸다. 이 중 7화 에피소드가 재밌다. 홀 매니저인 리치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친화력이 좋다. 하지만 성실하지 않고 자주 사고를 친다. 그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다고 믿는다. 파인 다이닝 '에버'에 보내진 리치는 하루 종일 포크만 닦고 있어야 하는 현실에 불만을 표시하지만 점차 그곳에 일하는 사람들의 프로 의식에 동화되고 적응해 간다. 결국 일주일의 수련기간 동안 리치는 진짜 홀 관리가 무엇인지 배우고 각성한다.


드라마 자체가 워낙 재밌지만 특히 세계 최고의 식당이라 불리는 '에버'의 홀 관리 방식이 눈에 띈다. 가령 이 식당의 홀에는 손님들의 대화를 엿듣는 일만 하는 서버가 있다. 그들은 각 테이블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빠르게 쪽지에 적어 홀마스터에게 전달한다. 2번 테이블은 먹는 속도가 느리니 천천히 서빙. 7번 테이블은 누가 말 거는 것 안 좋아함. 4번은 오늘 누가 생일임 등. 마스터는 거기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령 어릴 적 가던 시카고 피자를 못 먹고 떠나서 너무 아쉽다는 테이블에게는 그 피자를 직접 공수해 와 다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요리해 서프라이즈 메뉴로 낸다. 리치가 피자집에 뛰어가 피자를 가져오고 서빙까지 해내는 장면은 이 시즌의 명장면 중 하나다.


대단하네요. 이걸 어떻게 매일 해요?
매일 추억을 선사하는 거에요. 그런 생각으로 일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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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뭘 그렇게까지 해...?라고 할 수 있지만 맥락을 보자면, 아 한 끼에 수십 만 원씩 한다는 파인 다이닝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라는 건 바로 이런 거구나.. 하고 공감하게 된다. 각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를 한다. 파인 다이닝은 파인 다이닝이 할 수 있는 것, 오래된 순댓국집은 노포가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된다. 내가 아는 을지로의 한 순댓국집은 늘 사장님이 문 앞에서 순대를 손질하고 있었다. 그리고 술을 마시는 테이블에 직접 다니며 갓 썰어낸 순대나 머릿고기 등을 맛보시라며 안주로 냈다. 바로 이렇게 각자에 맞는 환대를 하는 것이 와인 바를 비롯한 작은 브랜드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런 식의 환대가 십분의일같은 캐쥬얼 와인 바에게 더 중요한 이유는? 무기가 없기 때문이다. 직접 커피를 볶아서 블렌딩 할 수도 없고, 여기가 아니면 먹을 수 없는 맛있는 한 끼를 제공하는 맛집도 아니다. 진짜 맛있는 식당은 어쩌면 변함없는 그 맛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환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애초에 그런 포지션이 아닌 와인 바는 결국 어떻게 사람들을 더 따뜻하게 맞이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깊이 있게 하는 것이 가게를 롱런 시킬 수 있는 길이다.

그래서 십분의일은 뭘 할 수 있을까. 여기서부터는 그야말로 아이디어 싸움이다. 무조건 퍼준다고 다 좋은 서비스가 되지도 않는다. 십분의일은 한 겨울 문 밖에서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따뜻한 뱅쇼를 맛보라고 작은 잔에 담아 한 잔씩 드린 적 있다. 손이 시릴 정도로 추운 날 어디 또 찾아가기 애매해 일단 기다리고 있는데 직원이 나와 따뜻한 와인잔을 쥐어준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환대의 사전적 정의는 '주인이 손님, 방문객 또는 낯선 사람을 선의로 환영하고 대접하는 행위'다. 그러고 보니 '선의'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저 사람들 저렇게 계속 기다리고 있으면 넘 추울 텐데... 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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