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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bbie Mar 25. 2021

스웨덴의 대학도시, 룬드를 소개합니다

룬드 생활 9개월차가 추천하는, 룬드의 매력을 담은 곳들

연구방법론 수업에서 도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교수님이 '룬드를 도시라고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어떻게든 룬드와 연결고리가 있는 우리들은 다들 뭐라도 하나 말하고 싶어서 입이 건질거리는 눈치였다. 룬드라는 곳에 대해서 뜨겁지만 다소 쓸모없어 보일 수도 있는 토론이 15분 가량 이어진 이후, 모두 동의하는 결론을 하나 도출해냈다.


"Lund is a tiny, lovely, small town... or maybe, a city."

"룬드는 아담하고, 사랑스럽고, 작은 마을... 또는 도시다."


긴가민가하며 덧붙인 저 도시라는 말이 우리에겐 왜이렇게 웃겼는지 모르겠다. 한국의 큰 도시들과 비교하면 룬드는 는 충분히 시골스러운 곳이다. 한국 도시까지 얘기하지 않더라도, 우리에게 익숙한 스웨덴의 다른 도시들, 스톡홀름, 예테보리, 말뫼... 이런 곳들과 비교해봐도 역시 작디 작은 곳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룬드를 설명할 일이 있으면 '시골스럽다, 심심하다'와 같은 표현보단 '코지하다, 사랑스럽다'가 먼저 나온다. 그만큼 매력이 있는 작은 도시라는 이야기가 된다. 현재까지 약 7개월 가량의 시간을 보냈고, 앞으로 그보다 더 긴 시간을 보내게 될 곳. 이 곳, 룬드의 몇 가지 장소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1. 룬드 대성당 (Lund Cathedral)


(Credits: Per Pixel Petersson/imagebank.sweden.se)

성당을 보면 보통 먼저 느끼는 것이, 꽤 어두운 컬러의 성당이라는 것이다. 화재가 났었던가 생각될 정도인데, 사실 일부는 맞다. 1234년에 아주 큰 화재를 겪었고, 거의 한 세기에 걸쳐서 복원 작업이 이루어졌다. 아직까지 그 흔적이 일부 남아있다고 한다. 하지만 룬드대성당에는 애초에 사암, 석회암, 그리고 어두운 컬러의 대리석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언뜻보면 거뭇거뭇해 보일 수 있는 독특한 외관이 탄생된 것이다.


이곳은 1145년에 지어졌다. 한국사에서는 어느 시기쯤 해당할까 찾아보니, 같은 해에 무려 삼국사기가 완성되었다고 한다. 감히 함부로 짐작도 할 수 없는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룬드가 위치한 스코네 지역은 덴마크와 인접해 있어서 덴마크와 스웨덴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분쟁의 지역이었다. 그래서 이 대성당도 사실 1658년까지는 덴마크의 성당이었다고 한다. 룬드대학교의 시작은 바로 이 룬드대성당에서부터이다. 특히 분쟁이 있어왔던 곳이라, 대학으로 쓸만한 건물은 커녕 이 대성당과 몇몇 집들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성당 안에서 처음 강의를 하기 시작했다.


(Photo: Debbie)

룬드에 처음에 딱 도착했을 때만 해도, 이곳의 팬데믹 상황이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아서 출입이 굉장히 자유로웠는데 요즘에는 가이드 투어만 허용되는 등 입장 시간, 인원에 다소 제한이 생겼다. 룬드에는 높은 건물이 거의 없어서, 이 대성당이 꽤 높은 건물에 속하는데, 그래서인지 룬드 시내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룬드대성당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룬드는 작은 곳이기 때문에 당연히 길을 잃을 걱정은 필요없지만, 국내 한 대학의 슬로건을 빌려 말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누군가 룬드에서 길을 묻거든, 고개를 들어 대성당을 보게 하라."


2. 룬드대학교 본관 (Lund University Hall Auditorium)


Credits: Folio/imagebank.sweden.se

앞서 언급한 룬드 대성당 바로 옆으로 가면 고풍스러워 보이는 하얀 건물이 등장한다. 학생들 사이에선 그냥 'White building (하얀 건물)'로 불리는 곳, 바로 룬드대학교의 본관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보통 대학교의 본관이라고 하면, 처음 그 대학의 역사가 시작된 건물을 말하는데 룬드대학교의 본관은 그런 케이스는 아니다. 1666년에 설립된 학교인데, 이 건물은 1882년에 지어졌으니 무려 설립 이후 200년 가량 지난 후에 세워진 셈이다. 첫 대학 건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이 근처에 있는 Kungshuset인데, 학생수가 점차 늘어나 그 건물에 모두 수용할 수 없겠다고 판단되어 현재의 본관 건물을 짓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Photo: Debbie)

본관 건물의 꼭대기를 보면 네 마리의 피닉스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은 비교적 최근인 1990년대에 지어진 것이다. 이전에도 그 자리에 피닉스가 있었는데, 너무 통일성이 없고 건물 퀄리티를 떨어트린다고 하여 지금의 것으로 교체되었다고 한다. 원래 봄이 되면 이곳에서 합창 콘서트도 하고, 겨울이면 크리스마스 콘서트도 열린다고 하는데 안타깝게 올해 합창 콘서트까지는 볼 수 없을 듯 하다. 부디 올해 겨울부터는 여러가지 행사들이 예전처럼 무사히 열리길 바란다.


3. 룬드대학교 메인 도서관 (Lund University Library)


겨울의 도서관 (Photo: Debbie)

룬드대학에는 현재 총 26개의 도서관이 있다 (말뫼, 헬싱보리 캠퍼스 포함). 일단 학부별로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학부생 생활을 했던 한국의 모교도 단과대학 별로 도서관이 있었지만, 중앙도서관을 제외한 나머지 도서관들은 거의 '열람실'의 기능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 룬드대학교의 도서관들은 모두 제대로 된 규모를 갖추고 있다. 이번엔 그 중에서 메인 도서관의 방문을 추천한다. 한국 대부분의 대학들이 최근 입구부터 출입증을 찍어야 건물에 들어갈 수 있는 것과 달리, 룬드대학교의 메인 도서관은 외부인들도 입장은 자유롭게 가능하다. 즉, 관광객들도 운영시간에만 맞춰서 온다면 충분히 룬드대학교 메인 도서관을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름의 도서관 (Photo: Debbie)


도서관 역사는 학교의 설립인 1666년에 함께 시작한다. 초창기에는 학교 건물에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첫 학교 건물이었던 Kungshuset에 메인 도서관도 함께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장소가 협소하여 현재의 메인 도서관 건물을 짓기 시작했고, 1907년에 이전하였다. 학교 역사 전체로 치면 최근에 이전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마저도 현재를 기준으로 100년 이상이 되었으니... 룬드대학교 역사가 오래되었다고 다시금 느낄 수 있다.


가을의 도서관 (Photo: Debbie)

사진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건물 전체가 아이비로 덮여있는 이곳은 룬드의 사계절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는 상징적인 곳이기도 하다. 처음 학교에 입학하면 이곳에서 학생증 겸 도서관 카드를 만들 수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대부분의 단과대 별로 부속 도서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메인 도서관을 방문할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특히 학과 건물이 메인도서관 바로 옆에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수업 자료를 프린트할 일이 있을 때 주로 방문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메인 도서관을 방문할 때마다 학생들보다는 어느정도 나이가 있어보이시는 교수님 같으신 분들이 더 많이 계신 것 같다.


4. 보타니칼 가든(Botanical Garden)


Credits: Aline Lessner/imagebank.sweden.se

룬드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공원이다. 도시 크기에 맞게 아담한 공원이다. 겨울을 제외한 봄, 여름, 가을에 다양한 꽃들과 식물들을 볼 수 있으며 피크닉을 즐기기에 최적인 장소이다. 3월에 새로운 것들을 심기 시작하고 4월이면 어느정도 자란 꽃과 식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보타니칼 가든 안에는 식물원(온실)도 있지만,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입장이 불가능하다.


보타니칼 가든에 처음 방문했을 때가 기억난다. 룬드에 온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멘토 그룹(재학생과 신입생이 친목을 다질 수 있는 커뮤니티) 활동을 다소 제한적이지만 오프라인으로 할 수 있었다. 그 첫 멘토 그룹 미팅이 이 곳 보타니칼 가든에서 있었다. 여름이라서 날씨가 꽤 좋은 날이었는데, 열심히 게임을 하던 중에 폭우가 쏟아졌다. 룬드에 이제 막 도착한 애들 중에 우산을 가지고 있는 애들이 있을리가 없었고, 청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타니칼 가든의 큰 나무 밑에서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 하지만 영화와 달리, 안타깝게 비는 그치지 않아서 그 날 모임은 그냥 그렇게 끝이 나버렸었다.


조금 내리는 비는 당연하게 맞아가며 게임을 한다


그래서 하루 빨리 봄이 와서(이미 성큼 다가오고 있지만, 더 하루라도 빨리! 제발!!!) 친한 친구들이랑 보타니칼 가든에서 피크닉도 하고 게임도 하고, 그냥 잔디밭에 누워서 광합성도 하고 싶다. 아마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거라, 룬드에서 봄이 느껴지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이곳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최근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스웨덴 대부분의 도시에는 보타니칼 가든과 같이, 안에 식물원이 있고, 다양한 꽃과 식물을 구경할 수 있도록 잘 조성된 공원들이 꽤 많다. 룬드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당연히 보타니칼 가든을 추천하겠지만, 혹시 룬드가 아니라 다른 지역에 거주 혹은 방문하게 된다면 비슷한 공원을 찾아서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마치며


사실 룬드에 오기 전에, 룬드라는 도시 자체가 너무 궁금해서 이것저것 인터넷을 찾아본 적이 있었다. 그때, 룬드의 역사, 상징적 건물들을 소개해주는 영상을 발견해서 몇 번씩이나 돌려본 기억이 있다. 혹시 더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셔서 룬드를 한 번 더 자세히 구경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룬드대학교 35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People & Places: a personal view of Lund and its university): https://www.youtube.com/watch?v=9xbE1ylBRX4


지금까지 도시라고 불러도 되나 싶은 곳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뻔하지 않아 오히려 더 매력적인 도시 룬드를 소개해 드렸다. 하지만 글이나 영상으로 룬드의 매력이 다 담기기엔 한계가 너무나 많다. 백문이불여일견이니, 혹시 팬데믹 이후에 스웨덴으로 혹은 스웨덴 국내에서의 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는 분들은 룬드에 꼭 한번 방문해보시길 바란다. 참고로, 나름 교통의 요충지라 나도 모르게 방문할 기회가 생길수도 있으니, 기차 여행을 하시는 분들은 여행 루트가 룬드를 지나지는 않는지 확인부터 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Cover image 커버이미지 (Photo: Debb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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