룬드대학교의 Media & Communication 석사 과정 소개
요즘 정말 입에 달고 사는 단어가 있다. '벌써'
벌써 2학년이야 했더니, 벌써 이번 학기가 끝나가고, 벌써 졸업논문 아웃라인을 제출하고, 벌써 2021년도 마무리를 할 시기가 왔다. 현재는 논문을 쓰는 논문 학기 직전, 마지막 코스를 수강하고 있다. 강의가 있는 코스로는 마지막 코스이다. 논문 코스를 제외한 모든 코스들을 다 경험한 셈이다. 이쯤 되면 필자의 전공 프로그램에 대해 스스로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제야, 필자의 전공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보고자 한다. 기본적인 정보들은 웹사이트에 모두 기재되어 있기 때문에, 필자는 좀 더 재학생의 입장에서 보고 느낀 정보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정확한 프로그램 명칭은 Media and Communication Studies (스웨덴어로는 Kommunikation och Medier)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줄여서 보통 KOM이라고 부른다. KOM은 사회과학(Social Science) 단과대 소속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융합 단과대(Joint faculty) 소속이다. 2년짜리, 총 120 ECTS 크레딧의 프로그램이며, 룬드대학교의 룬드 캠퍼스에 있다. 매년 약 40명 정도의 학생들이 선발되는, 학생 규모가 꽤 큰 프로그램이다. 학과장 교수님인 Anette Hill의 연구 분야는 Media Audience, 더 구체적으로는 Audience engagement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더 많은 정보는 하단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KOM 프로그램 홈페이지: https://www.kom.lu.se/en/education/media-and-communication-studies/international-master-programme-in-media-and-communication-studies/
전공 프로그램 실라버스:
다른 프로그램 학생들이 굉장히 신기해하는 점 중에 하나가 KOM 프로그램에서는 보통 1, 2학년이 코스를 함께 수강한다는 것이다. 코스 커리큘럼이 2년 주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게 항상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워서, 아래와 같이 적어두었다.
2020 가을학기: 1학년, 2학년 이론 코스
2021 봄학기: 1학년 방법론, 2학년 졸업논문
(2학년 졸업)
2021 가을학기: "새로운" 1학년, 2학년 이론 코스
2022 봄학기: 방법론: 1학년 방법론, 2학년 졸업논문
즉, 가을 학기마다 1, 2학년이 함께 코스를 함께 듣게 되는 것이다. 짝수 연도 입학생은 Media audience 코스부터, 홀수 연도 입학생은 Popular culture 코스부터 시작하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2년 동안 수강할 수 있는 코스들은 모두 동일하다. 1학기에는 이론 과목 코스(Theory courses), 2학기에는 KOM 프로그램 및 Social science faculty graduate school에서 방법론 코스(Methodology/methods courses)를, 3학기에는 이론, 타 전공, 교환학생, 인턴십 코스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선택 학기(Students' choice), 마지막 4학기에는 졸업 논문을 작성하는 논문 학기(Thesis course)로 보내게 된다. 필자가 현재까지 수강했던 과목들에 대한 간단한 정보와 간략한 후기는 아래와 같다.
1. Media Audience (15 ECTS)
헤드 교수님이 진행하는 과목으로, KOM 프로그램의 전 과목을 통틀어 가장 배울 것이 많다는 코스다. 그만큼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꽤 많은 코스라 처음에는 좀 힘들다고 느낄 수 있으나, 나중에 지나고 보면 가장 많이 도움이 되었던 코스이다. 아마 필자의 졸업논문에 가장 많이 레퍼런스가 되어줄 코스로 남을 것 같다. 미디어 대중/청중이 메인 토픽이고, 그들의 미디어 참여, 미디어 안에서의 정체성 형성, 미디어 권력, 등을 배우게 된다. 또한 해당 코스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을 실습하고, 연구의 투명성을 좀 더 높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해당 코스의 기말 에세이는 그룹 프로젝트로 진행했던 것과 동일한 주제로 작성했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유학생들의 코로나 관련 뉴스 소비 행태를 다루었다.
해당 코스는 입학 후 처음 수강한 코스이자, 첫 그룹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코스이기도 한데, 정말 운이 좋게 좋은 그룹 메이트들을 만나서 나름 힘든 수업이지만 잘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효율적으로 레퍼런스를 찾는 법, 심플 명료하게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법, 에세이 아웃라인 작성하는 법, 그룹 프로젝트에서 시간 관리하는 법 등, 같은 그룹의 2학년 선배들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2. Media, Health, and Society (15 ECTS)
코비드 팬데믹 이후로 굉장히 중요성이 커진 과목이다. 건강과 관련된 미디어 이슈들을 다양하게 공부할 수 있다. 미디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미디어가 건강 관련 이슈를 어떻게 다루는지 등을 다룬다. 필자는 처음에 해당 과목에 별 다른 관심이 없었지만, 여기서 배운 것을 토대로 건강 정보 토크쇼나 의학 드라마를 분석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수업을 들으면서 점점 흥미가 생긴 과목이다. 해당 과목의 기말 에세이로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다루었는데, 의학 드라마에 나타난 의사, 환자, 그리고 그들의 관계성에 관한 고정관념을 분석했다. 에세이로 내가 하고 싶은 주제를 쓰니,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구나 생각하게 해 주었던 코스다.
3. Media and Communication Methodology (15 ECTS)
해당 코스에서는 Media and Communication에만 초점을 맞추진 않는다. 크게 사회과학이란 분야를 어떻게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연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사회적, 학문적 의미가 있는 연구를 할 수 있을지를 살펴본다. 그래서인지 강의를 통해 큼지막한 사회학 이론들을 배우게 된다. 사회학이 그렇듯,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한다. 그러면서 평소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시각에서 미디어 현상들을 바라보게 한다. 필자의 학사 전공이 사회학이었기 때문에, 강의를 들을 때 따라가기 가장 수월했던 코스였다.
4. Digital Media Research (7.5 ECTS)
*Graduate School
사회과학 대학원에서 제공하는 방법론 수업 중 하나로, KOM 프로그램 학생들은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코스다. 이 전까지는 구체적인 연구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기말 에세이를 위한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제한이 많았는데, 이 코스가 바로 이를 극복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였다. 실질적으로 연구를 하는 데 쓰이는 다양한 연구, 분석 방법들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제작 연구를 위한 데이터 수집 및 분석 방법, 질적 내용 분석을 위한 데이터 수집 및 분석 방법, 그리고 시각적 연구를 위한 데이터 수집 및 분석 방법 등을 공부한다. 실제로 이것들이 사례 연구들에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를 함께 다루기 때문에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5. Digital Ethnography (7.5 ECTS)
*Graduate School
이 역시, 사회과학 대학원의 방법론 수업 중 하나이나 KOM 프로그램 필수 과목은 아니다. 필자는 디지털 플랫폼을 좀 더 공부하고 싶어서 해당 과목을 선택하였다. 해당 코스에서는 필자가 기대했듯이, 디지털 플랫폼에서 문화 기술지(Ethnography) 연구를 어떻게 진행할 수 있을지 다루었다. 사회학 학사 공부를 할 때도 문화 기술지 연구에 대해 다룬 적은 있었으나, 개인 프로젝트로 해당 방법을 실습해 본 적은 처음이었다. 흥미로운 연구 방법이었으나, 필자와는 맞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는, 다른 의미로 큰 배움이 되었던 코스였다.
6. Popular Culture (15 ECTS)
입학 전부터 가장 많이 기대했던 과목이다. Popular culture(대중문화)라고 하면, 범위가 굉장히 넓긴 하다. Popular culture인 것보다 아닌 것을 찾는 게 더 빠를 것이다. 해당 코스에서 다른 과목보다 좀 더 집중해서 다루는 것이 있다면, 엔터테인먼트 관련된 장르들이다. 그래서 필자의 졸업 논문과 가장 관련될 것 같기도 했다. 대중문화라는 토픽 자체도 범위가 넓지만, 해당 코스는 대중문화에 관련된 정말 다양한 것들을 다룬다. 대중문화의 제작 단계에서의 노동 환경, 대중문화에 담겨있는 사회적, 문화적 상상력, 장르의 재구성을 통한 새로운 장르의 등장 등을 넓은 분야를 공부할 수 있다. 필자는 해당 코스의 기말 에세이로, '범 내려온다'로 크게 인기를 끌었던 한국관광공사의 관광홍보영상 '더 리듬 오브 코리아' 시리즈를 분석하였다.
7. Media and Diversity (15 ECTS)
미디어에 나타난 나타난 이민자, 난민 관련 이슈와 다양성이란 테마를 미디어가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주로 공부하게 된다. 해당 코스에서 다루는 것들을 졸업 논문에 사용하게 될 것 같지는 않았지만, 평소에 이민자, 난민 관련 이슈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흥미롭게 수강하고 있다. 특히, 해당 이슈에 대해서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학생들과 다양한 시각의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 그야말로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을 받고 있다. 각 국가마다 난민 이슈를 어떤 시각으로 보도하는지, 그 차이점을 비교 분석해 보기도 하고, 이민자들이 원래 본국의 미디어 컨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는지를 공부하기도 한다.
영어 성적(English level 6, IELTS 6.5, TOEFL 90 이상)과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문화학, 사회과학 또는 인문학 분야의 학사 학위가 필요하다. 스웨덴 대학에서는 대부분의 석사 과정 프로그램들이 학사 전공과의 연계성을 중요시하는데, 명시된 전공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KOM 프로그램은 여러 전공들에 굉장히 오픈되어 있는 편이다. 어느 분야에나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따라서, 혹시 내 전공도 관련 전공으로 인정해줄까 싶을 땐 일단 프로그램 코디네이터에게 메일을 보내 확인받으면 된다. 실제로, 현재 학생들의 학사 전공을 보았을 때, 저널리즘, 영화학을 비롯해 인류학, 사회학, 정치학, 언어학, 디자인 등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학생들이 있다.
진로는 크게 연구와 취업, 두 가지 루트로 나누어진다. 먼저 연구의 경우, 가장 최근 졸업생 중에서 캐나다, 영국, 덴마크, 스웨덴 등에서 동일 전공(Media and Communication/Communication and Media)으로 박사과정을 시작한 동문들이 있다. 취업의 경우, 미디어에만 한정되지 않고, 정말 다양한 분야로 커리어를 시작한다. 유럽에서 온 학생들은 대부분 본국으로 돌아가서 취업을 하는 반면, 비유럽권 학생들은 스웨덴을 포함해 북유럽 지역에서 취업을 하는 경향이 있다. 직무로는 Communication coordinator, Content Marketer, Branding Marketer, Journalist 등이 있다. KOM 졸업생의 이야기는 하단 링크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한 가지에만 몰두할 수 있게 해 주는 코스 구성들이 좋다. 약 두 달 동안 진행되는 15 ECTS의 코스를 기준으로 보면, 앞 한 달 간은 강의, 워크샵 등으로 정말 '배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그 이후 한 달 간은 에세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에세이 세미나, 에세이 튜토리얼이 있으며 이럴 때를 제외하고는 스스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에세이를 쓰는 것으로 시간을 온전히 쓸 수 있다. 따라서 이 기간은 배운 것을 실제 연구에 대입해보는 '적용'의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KOM 프로그램은 소위 말하는 시험이 따로 없고, 항상 평가는 에세이로 받기 때문에 이런 적용 기간을 항상 갖게 된다. 또한, 에세이 자체에도 주제에 제한이 크지 않은 편이라, 내가 공부해 보고 싶은 쪽으로 에세이 방향을 자유롭게 잡아서 파고들 수 있다는 것도 만족스러운 점이다.
헤드 교수님의 연구 분야가 필자의 관심과 비슷한 부분도 아주 만족스럽다. 아무래도 헤드 교수님의 세부 연구 분야가 우리 전공 프로그램의 메인스트림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는데, 필자 역시 헤드 교수님의 연구 분야인 Media audience, audience engagment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해당 주제를 거의 모든 코스마다 다룰 수 있다. 스웨덴 대학에 지원 전, 지원할 프로그램 리스트를 선정하기 위한 서칭을 할 때, 헤드 교수님들의 연구 분야를 찾아봤던 기억이 있는데, 덕분에 이 부분도 만족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다. 제목에서 언급했듯이,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첫 과제가 넷플릭스에서 리얼리티 쇼를 시청해 오는 것이었다. 유튜브에서 영화 예고편을 본 후, 이에 대해 토론하는 세미나가 있거나, 워크샵에서 다양한 국가의 음악을 듣고 공부하기도 한다. 그룹 프로젝트로 드라마를 보고 분석하기도 하고, 함께 틱톡 챌린지에 참여해보기도 한다. 물론 이런 것들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꽤 있다. 전공이 전공인지라, 어쩔 수 없다. 재밌다.
수업에서 공부하는 사례 연구들이 TV 프로그램에 초점이 많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이것은 함께 공부하고 있는 동기들과도 아쉽다고 자주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아무래도 여기엔 세대 차이도 있는 것 같다. 대부분 20-30대로 구성되어 있는 학생들과 교수님과의 미디어 관심 분야, 이용하는 미디어 매체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TV보다는 OTT 서비스, 유튜브, 틱톡과 같은 숏폼 플랫폼을 더 자주 시청하고, 선호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사례 연구를 좀 더 공부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다.
또한, 간혹 코스명과 실제로 코스에서 초점을 맞추는 것이 다를 때가 있다. 예를 들면, Digital media research 코스에서는 디지털 미디어에 관한 다양한 토픽을 다룰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디지털 미디어에서 나타난 사회적 소수자, 약자 이슈를 다루는 것이 핵심이었다. 또한, Popular culture 코스에서는 대중문화와 관련된 트렌드와 연구 동향을 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장르 모델(Genre model)이라는 장르를 분석하는 방법을 주로 다루었다. 물론 실라버스에 나와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코스 명칭에 따라 학생들이 기대하는 바가 있어, 친구들끼리 코스명을 좀 바꿔야 하지 않겠냐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렇게 적어놓으니 무언가 많은 걸 배웠던 것 같기도, 하지만 또 너무 짧았던 것 같기도 하다. 이제 논문학기만 무사히 마치면 졸업이라니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지만, 그래도 룬드대학교 KOM에서 석사 생활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는 것은 '벌써' 실감을 할 수 있다. 혹시 룬드대학교의 Media and Communication Studies 프로그램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 정보가 있다면, 언제나 댓글로 질문을 환영한다 :)
커버 이미지 Cover Image (Photo: Afra32/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