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세미나, 워크샵, 그리고 Literature Review
심포지엄은 끝났으나 쉴 시간은 없었다. 심포지엄이 끝나고 바로 일주일 후, 3일 연속으로 진행되는 세미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세미나는 코스 리더인 디렉터 교수님과, 함께 논문을 준비하는 다른 2학년 학생들에게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다. 나의 경우, 지도교수님이 디렉터 교수님이라 항상 해당 교수님께 피드백을 받고 있지만, 다른 지도교수님을 둔 학생들은 디렉터 교수님에게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해당 세미나가 더 유용할 것 같았다.
그런데 심포지엄과 세미나 사이의 기간이 그렇게 길지 않았기 때문에, 세미나에서 무얼 발표해야 하는 것인지 감을 못 잡는 친구들이 몇 있었다. 발표를 처음부터 새로 준비할 필요는 없었고, 심포지엄 이후로 업데이트된 사항을 위주로 발표하면 되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진행 방식은 심포지엄과 비슷했으나 발표 시간이 조금 줄고 토론 시간이 늘었다. 한 사람 당 발표 10분, 질의응답 20분, 총 30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거의 하루 종일, 총 3일 간 진행되는 나름 긴 일정의 세미나였는데, 나는 둘째 날 세미나의 첫 번째 발표자로 참석했다.
심포지엄에서 받은 피드백 중, 논문 디자인에 반영해서 업데이트된 내용과 추가적으로 진행된 사항을 발표했다. 내 논문 연구의 경우, 시청자 연구를 위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만든 인터뷰 모집 공고와 현재까지의 모집 현황을 공유했다. 정말 다행이었던 것은, 친구들이 나의 논문에 관하여 질문을 많이 해주었다는 것이다. 질문들에 대부분 대답을 잘할 수 있었지만, 내 이해가 아직 부족한 부분도 여전히 있어서 해당 부분은 좀 더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첫 번째 순서라 더 좋았던 점은, 그 이후로 다른 학생들의 발표에도 더 잘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뒷 순서였다면 아무래도 내 발표를 신경 쓰느라 집중하기 힘들었을 텐데 말이다. 심포지엄 때 미처 듣지 못한 학생들의 발표도 마침내 들을 수 있었는데, 정말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았다. 그리고 다들 긴장되어 보이지만, 동시에 즐거워 보였다. 졸업 논문이라고 하니 굉장히 거창해 보이지만, 본인들이 연구해보고 싶던 주제로 자유롭게 연구를 하게 되었으니, 왜 즐겁지 않겠는가!
세미나가 끝난 뒤에는 Literature review부터 해결해 보기로 했다. 왜 Introduction이 아니라 Literature review일까 의문이 들 수도 있는데, 이건 내 지도교수님의 영향이 크다. 지도교수님은 보통 Introduction을 가장 마지막에 작성한다고 했다. Introduction은 논문의 방향성을 설명하는 짧지만 중요한 파트인데, 연구 결과에 따라 그 방향성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연구 계획서를 작성할 때 Introduction에 들어갈 만한 내용들을 워낙 자세하게 써놨었기 때문에, 오히려 나중에 해당 내용을 요약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리 프로그램 논문 작성 가이드라인에는 Literature review를 위해 보통 5,000 단어 분량을 작성한다고 나와있었다. 많아 보이지만, 5,000 단어 분량이면 내가 기존에 쓰던 기말 에세이 분량이었다. 석사 생활을 하면서 에세이 쓰는 게 익숙해져서 5,000 단어는 일주일 정도면 써 내려갔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또 할만해 보였다.
개인적으로 Literature review를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구조를 잡는 것이었다. Literature review의 챕터들을 만들었는데, 각각의 챕터들에 들어갈 내용들이 명확하게 나뉘지 않아, 어떤 내용을 어떤 챕터에 넣으면 좋을지 계속 고민이 되었다. 지도교수님과의 미팅에서 해당 부분을 말씀드렸더니, 일단 내가 생각한 구조대로 초안을 작성해보고 그 이후에 그대로 가도 될지, 수정이 필요하다면 어떤 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면 좋을지 고민해보기로 했다.
그 후, 일주일 정도 걸려서 2,500 단어 가량의 초안을 작성해 지도교수님께 공유했고, 다시 미팅에서 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작성한 챕터 구성을 크게 바꾸지 않고, 소제목 일부의 순서만 바꾸는 쪽으로 이야기가 정리되었다. 다행이었다. 그리고 지도교수님은 지금은 대강만 작성해도 괜찮으니, 나의 메인 연구 방법인 인터뷰를 시작하기 직전까지 Literature review 작성을 어느 정도 끝내 놓는 것을 목표로 하자고 하셨다. 그리고 인터뷰를 시작하면 신경이 쓰이더라도 가능하면 해당 부분을 건드리지 말라고 조언해 주셨다.
간만에 캠퍼스로 워크샵을 들으러 갔다. Stress Management(스트레스 관리)에 관한 것이었다. 사실 내가 논문을 쓰면서 이 주제로 워크샵을 들어야 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나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자꾸 그 사실을 부정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은 스트레스 양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더 많이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워크샵을 들으러 강의실에 1등으로 도착하는 열의를 보였다.
프로그램 코디네이터가 진행하는 워크샵이 었는데, 우리를 위해 굉장히 준비를 많이 해 온 것이 보여서 학생의 입장에서 정말 기뻤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 었던 이야기는 "뭔가 눈에 보이는 창의적이면서 생산적인 일을 해 봐!"라는 것이었다. 논문을 작성하다 보면,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자꾸 의심이 들고, 일에 진전이 없는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런 순간에 여전히 너무 논문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은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그럴 때는, 그림을 그리던, 밖에 나가서 멋진 사진을 찍던, 베이킹을 하던, 눈에 명확히 보이는 결과물이 남을 만한 일을 하는 게 나의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어 앞으로의 생산성을 더 높여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우리 학과 교직원들이 3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강의실 하나를 빌려놓고 함께 뜨개질을 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직원들이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니 뭔가 신뢰가 더 가는 솔루션인 듯하면서도, 굉장히 스웨덴스러운 솔루션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워크샵의 내용도 좋았지만, 사실 같은 전공의 다른 친구들과 만나서 논문 작성하는 데 힘든 점을 함께 터놓아 이야기했던 것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요즘에는 다들 각자 논문 쓰느라 바빠서 이런 자리가 아니고서는 다 같이 모일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 서로 위로하고 격려를 주고받고, 어려운 점이 있으면 서로 나름의 솔루션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야기의 끝이 그냥 "우린 잘하고 있어"가 아닌, 구체적인 방식으로 "우린 앞으로 더 잘할 거야"로 마무리가 지어진 것이 정말 좋았다.
계속 불안하다. 논문 작성만 했으면 참 좋겠는데, 졸업이 다가오니 동시에 이것저것 할 게 많다. 주변도 괜히 신경 쓰인다. 여행 다니면서도 논문은 잘 써 내려가는 친구들을 보며, 참 부럽다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냥 성향과 상황이 다른 거라고 생각해 보지만, 그냥 마음이 복잡해질 때가 있다. 그래서일까, 아무도 강제하지 않지만 요즘엔 거의 캠퍼스로 출근을 하다시피 하고 있다. 9시에 도서관에 가서 6시에 집에 온다. 고마운 것은 같은 전공의 친한 친구가 이런 스케줄을 함께 해 주고 있다. 나중에 이 친구는 논문 Ackolewdegement에 꼭 써 줘야지.
최근에는, 호기롭게 세웠던 연구 계획에 변화도 있었다. 지도교수님과 논의 끝에, 시청자 인터뷰만 진행하고, 댓글 연구는 하지 않기로 했다. 시청자 인터뷰 안에서도 댓글 연구에서 얻을 수 있는 소스들을 얻을 수 있어 보인다는 교수님의 조언이 있었고, 무엇보다 시간의 제약이 너무 컸다. 다방법 연구를 해서 연구 대상에 대한 좀 더 폭넓은 이해를 하고 싶었는데, 욕심이 조금 앞섰나 보다. 계획을 세웠던 나도, 조금은 어려울 수도 있겠다 생각한 찰나였는데, 오히려 교수님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 주셔서 감사했다. 오히려 잘 되었다. 하나에만 집중하면 되니까.
사실 과정이 좀 힘든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또 즐거운 순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 사실 꽤 재밌다. 나도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연구가 재밌다. 논문을 쓰는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다들 연구는 재밌게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논문을 쓰는 게 좀 스트레스인 것이지. 그래서 아주 살짝 PhD에 관심이 갔다가도, 내 원래 계획은 그게 아녔기에 마음을 다잡고 들뜨지 않기로 했다. 물론 내가 계획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런데 이건 나만 그런 건 아닌가 보다. 학교는 이제 충분히 경험했다며 절대 PhD에 관심이 없다던 친구들이 얼마 전 열린, PhD 지원 관련 설명회에는 참석했다. 졸업 논문 학기가 뭔가 사람을 바꾸는 마성의 매력이 있나 보다.
이제는 정말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 느껴진다. 논문 제출 데드라인까지 약 두 달. 12월에 세워둔 논문 작성 타임라인이 있었지만, 이제 좀 수정할 때가 온 것 같다. 대략적으로 3월 중순까지는 Literature Review를 끝내면서 남은 기간 동안 Empricial data를 모으고, 4월에는 Writing에만 집중하고, 5월에는 퇴고 과정을 밟는 것을 목표로 하기로 했다. 이상적인 플랜 같아 보이지만, 과연 현실적인 플랜일지는 실행 전까진 미지수. 슬슬 더 긴장 좀 하고 논문에 다시 임해야 할 때이다.
커버 이미지 Cover Image (Photo by Green Chameleon on Unsplash)